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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한강에서 활용가능 교통수단

여행가/허기성 2006. 4. 21. 22:12

평일 여덟시엔 통근 배 주말 한낮에는 관광 배



[한겨레] 한강 평화·생태의 젖줄로 - ④꿈이 아닌 ‘배 타고 출퇴근’

88올림픽을 앞두고, 가수 정수라는 이렇게 노래 불렀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바야흐로 ‘건국 이래 대행사’를 맞이해 온 국민의 신바람이 최고조로 올라가던 시절이었다. 도로가 새로 닦였고 도시가 단장했다. 서울의 젖줄, 한강에도 손을 댔다. 제2차 한강종합개발계획이 마무리된 것이다. 강둑을 새로 쌓았고 대대적인 준설이 있었다. 강물엔 조각구름 같은 흰 유람선이 떴다.

그로부터 20년. 여전히 한강엔 유람선이 뜬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한강에서 배 타기는 여전히 익숙한 일이 아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가 낸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1987년 한강유람선을 탄 시민은 93만7509명으로 지난해 이용객 75만1509명에 비해 오히려 많다. 새 밀레니엄을 맞아 유람선 마케팅이 활발했던 2000년엔 140만7728명이 타기도 했지만 통상 한해 70만명 안팎인 수준이다. 보트·윈드서핑 등 다른 수상 스포츠가 늘긴 했으나, 주말에 한강 둔치가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에 비하면 ‘수면’은 너무나 고요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한강 수상교통 활성화를 위해 ‘한강 페리 시스템 도입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를 맡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교통연구부 윤혁렬 연구위원은 “그동안 한강에서 치수(治水)만을 신경써 왔다면 이제는 이수(利水)도 함께 고려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한강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교통과 관광 두 가지를 꼽았다. 대중교통 수단으로 한강 페리를 띄워 출퇴근때의 교통 혼잡을 덜고, 한강에 흩어져 있는 우수한 역사·문화 자원을 뱃길로 연계해 관광코스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현재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포함해 ‘한강권’을 오가는 사람은 하루 259만9천여명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5% 정도가 통근 배를 이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이산포·김포·마곡·상암·여의도·이촌·신사·성수·청담·잠실에 나루터를 만드는 것으로 계획했다. 페리의 평균 운행 속도를 시속 45km로 잡을 경우 이산포에서 출발한 배는 상암까지 24.9분, 여의도까지 33.2분, 청담까지 51.2분, 잠실까지 53.6분만에 도착한다.

홍익대 건축도시공학부 황기연 교수는 “여의도나 삼성동 일대처럼 업무·상업 중심지구만 급행으로 가는 노선을 둘 경우엔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한 “통근 배가 현실화하려면 선착장이 있는 곳까지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데 무역센터가 있는 삼성동 일대는 탄천 일부를 운하처럼 파서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강에 배를 띄우려면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이 쉽게 배를 타러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가에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이 많지 않고, 육지쪽에서 나루터로 이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순관 교통연구부장은 “선착장과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모노레일같은 신교통수단 도입, 걷고 싶은 길같은 보행자 위주의 길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등지에서 관광용으로 도입된 적이 있는 수륙 양용차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수륙양용차는 지상에선 자동차처럼 달리다가, 물에 들어서면 보트로 변신하는 것이다. 다만, 수륙 양용차는 물에선 최대 속도가 시속 20km 정도로 저속이어서 통근용으로 활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한강에 흩어져있는 관광자원들을 뱃길로 묶어서 즐기자는 데는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권종수 한강시민공원사업소장은 “상암동의 월드컵공원, 선유도공원, 뚝섬 서울숲공원, 마포나루터의 절두산성지, 노량진 수산시장, 암사동 선사유적지, 풍납토성 등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기연 교수도 “남북이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리면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한강 하구에선 그동안 고이 보존돼 있던 자연자원들을 살피는 생태 관광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가상꽁트 / 2015년 일산의 어느 가족

이른 아침 개성공단에서 걸려온 아내의 전화가 그만 신경을 긁고야 말았다. 회사일에 늘 코를 박고 사는 아내는 며칠전 딸아이가 ‘임진강 생태체험 뱃놀이 행사’에 가야한다고 하자 “엄마가 직접 데리고 가겠다”며 선뜻 나섰다. 그러더니 이제와 갑자기 중국 출장이 생겨 한강 하구 교동도항에서 칭다오행 배를 탄다는 것이다. 아이를 대신 데려가달라는 얘기다. 그렇잖아도 경기 고양시 킨텍스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동시에 진행될 박람회가 코앞이라 야근을 밥먹듯 하며 독이 바짝 오른 상황이었다.

2000년 시작된 개성공단 사업은 여러가지 불안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남북 경제교류의 물꼬를 텄다. 초창기 토지공사 직원으로서 파견나갔던 아내는 개성공단이 번창하면서 공단 입주 민간기업에 취직해 아예 ‘개성사람’이 돼버렸다. 아이 교육을 고려해 집만 경기 일산에 뒀을 뿐, 실제로 아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개성에서 보낸다. 반면, 전시 기획을 하는 나는 서울 강남이 주생활권이다. 만약, ‘한강 뱃길’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야말로 ‘남남’인 ‘남남북녀’가 될 뻔했다.

아빤 뱃길로 강남 출근
엄만 교동도항 업무 보러
어린딸은 임진강 뱃놀이


10년전 분단으로 닫혀있던 한강 하구에 정치적 결빙이 서서히 풀리자 사람이 흘러들었다. 사람이 흘러들자 길이 생겼다. 길은 안으로, 밖으로 열렸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길은 ‘안의 길’, 아내는 ‘밖의 길’이다.

아침 7시20분 집에서 나와 10분 걸으면 이산포 나루터 도착. 이곳엔 10분 간격으로 여의도·잠실 등지로 향하는 위그선(물 위를 낮게 떠서 가는 배)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산포에서 출발해 김포·마곡·상암·여의도·이촌·신사·성수·청담·잠실 등 9개 나루를 시속 45km로 달리는데, 이산포~여의나루 24.9km는 33분에 끊는다. 청담나루까지(38.4km) 45분, 잠실나루(40.2km)까지는 53분 걸린다.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강변북로·올림픽대로에 비하면 여유롭고 호화로운 출근인 셈이다. 태풍처럼 악천후만 아니라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든, 구름 한 점 없든, 강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아름답다. 서울토박이였지만, 한강의 속살을 알게 된 건 역시 배로 출퇴근을 하고나서 부터다.

그러나 ‘밖의 길’을 이용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울을 내륙도시로 알고 살아온 서울토박이 내 인생이 한심스러워진다. 개성공단 초창기엔 정치적 문제도 난제였지만 물류도 어려움이 컸다. 개성공단 가까이의 해주항은 수출입 컨테이너를 취급하기 위한 항만 기능을 갖추지 못했고, 평양쪽 남포항은 개성에서 너무 먼 데다 시설도 노후했다. 그래서 결국 인천항을 이용하기로 했지만, 개성공단까지는 육로로 1시간30분이 걸렸다.

그러나 4년전 한강 하구의 교동도항이 문을 열면서 물류 문제는 사라졌다. 한강이 임진강과 몸을 섞은 조강이 다시 예성강과 합쳐지는 자리, 교동도는 동쪽으로는 강화도, 남쪽으로는 석모도, 북쪽으로는 개성, 서쪽으로는 저멀리 중국을 겨누는 섬이다. 아내는 일주일에도 서너번씩 교동도항에 나가 수출입 업무를 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딸아이의 ‘임진강 생태체험 뱃놀이’ 행사는 또다시 아빠 몫일 듯하다. 바야흐로 봄. 강 하구에 괭이갈매기가 날아들 철이다. 괭이갈매기는 예민해서 사람에게 잘 안 온다고 하지. 인간들이 자기들 길 낸다고 새들의 길을 뺏으면 안 된다. 한강 하구, 이곳은 사람들이 다투느라 50년동안 오지 못했던 곳 아닌가. 그때도 새들은 알아서 제 길을 찾아 다녔다. 그러니 사람은 이 길을 조심조심 아껴야 한다. 뒷날, 사람이 싫어 새들이 이곳을 뜨지 않도록, 아이에게 꼭꼭 가르쳐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