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드라마를 보면 애 딸린 이혼녀의 캐릭터는 늘 청순 가련하다 못 해 청승맞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캐릭터에 변화가 생겼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언니, 이영(이아현). 애처로 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당당하고 솔직하다. ‘한 번 잤으니, 나는 네 여자’라고 남자에게 질척대며 매달리지도 않는다. <연애시대>의 미연 (오윤아 분)은 애까지 딸린 이혼녀지만 섹시하고 도발적인 매력을 갖추었다. 동진(감우성 분)에게 적극적 으로 대시하고, 동진이 미적대자 미련 없이 쿨하게 ‘안녕’을 고했다.
요즈음 인터뷰나 혹은 사적으로 만나는 사람 중에도 ‘돌아온 싱글’, 일명 ‘돌싱’이라는 이혼남 이혼녀가 넘쳐난다. 김진표도 이혼했으며 이승환도 이혼했다. 조지 클루니도, 브래드 피트, 에단 호크도 이혼했다.
이혼은 각각에겐 가슴 아픈 개인사겠지만, 싱글인 나는 그저 감사할 (감사씩이나?) 뿐이다. 이들과 마주칠 가능성이 0.5%도 안 되건만 어쨌거나, 매력적인 남자가 ‘결혼’이란 섬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판에, ‘합법’적 인 연애를 할 수 있는 싱글이 늘어나는 것을 노처녀인 내가 통탄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결혼한 경험도 없는 순수한 총각이라면 좋겠지만 삼십대 후반이 되도록 한 번도 결혼 안 했다고 하면, 그 사람 성격이 어디 모가 난 것이 아닌가, 약간의 의심이 들긴 해요.”(H·38세·출판 기획자 ). 결혼 경험이 없는 노처녀 입장에서 이런 말하기 뭐하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미국 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나이가 40세 가 까이 되었는데도 한 번도 ‘결혼’ 경험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인사 점수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는다(물론 이건 회사마다 ceo의 마인드 에 따라 다르겠지만)는 뉴요커 친구의 말을 떠올리니,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안 한 것이 이젠 오히려 ‘흠’이 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 각마저 들 지경.
돌아온 싱글이 좋다는 여자들의 생각은 이러하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연애나 결혼에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순진하고 연애 경험 없는 까탈스러운 노총각보다 여자를 어느 정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훨씬 편하죠.”(신지혜·출판 기획자), “주변을 살펴보면 일단 조금 괜찮다 하면 이미 다 결혼했거든요. 그래서 돌아온 싱글 중에 괜찮은 사람을 찾기로 했죠. 마지막 떨이 상품보다 차라리 중고 명품이나 리콜 제품이 나은 것과 같은 논리죠.” (박난 희·대학 강사)
매력 없는 총각 vs 매력 있는 돌싱. 이분화하는 것 또한 무리가 있지만, 에디터 역시 ‘돌 아온 싱글’에 대한 거부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때로는 돌아온 싱글이 더 편하다. 새하얀 도화지보다는 적당히 풍파를 겪으면서 낡은 멋이 든 세련된 회벽이 부담 없고 편한 것처럼.
‘돌아온 싱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관대해진 것은 이혼율의 증가와 여자의 사회적 활동 이 활발해지면서 경제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크지만, 가장 큰 변화는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통념이 깨졌다는 데 있다. <키친>이나 <베이비 샤워> 등의 일본 소설 속에서 흔히 보이던 대안 가족 형태가 이젠 한국 문학뿐 아니라, 상업 영화나 드 라마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굿바이 솔로> <DR. 깽> <불량가족> <연애시대> <가족의 탄생> 등 드라 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가족의 형태는 그동안 어디서도 보지 못한 희한한 형태다. <굿바이 솔로>는 붕괴된 가족에서 이탈된 주인공들이 타인과의 유대를 통해 가족애의 치유를 경험하고, <연애 시대>는 돌아온 싱글들의 연애와 일상 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그렸을 뿐 아니라, 이혼한 부부, 심지어 전 배우자의 친구(그녀 역시 돌아온 싱글)와 유대를 형성하면서 새로 운 관계의 정형을 만들어냈다.
신현림 시인은 ‘여자에게 독신은 홀로 광야에서 우는 일이고, 결혼은 홀로 한 평짜리 감옥 에서 우는 일’ 이라고 말했다. 딸아이를 홀로 키우는 그녀는 ‘돌아온 싱글’ 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력이지만 가족이나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을 꼭 만들라고 조언했다.
돌아온 싱글과 연애를 하든 말든, 그것은 각자의 자유 의사에 달려있다. 돌아온 싱글을 연 애와 결혼이란 이성애적 관점 또는 제도적 논리 안으로만 자꾸 가두는 것도 어떻게 보면 편파적인 시선일 수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돌아온 싱글이 절망적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두 번째 사랑을 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그 사랑이 반드시 ‘결혼’을 전제로 한 이성애적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섬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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