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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부자의길

전세 구할 때도 재테크 고려를

여행가/허기성 2006. 8. 19. 06:41
여름방학 이사 시즌이 다가왔다. 전셋집을 새로 구하거나 현재의 집을 빼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급해지게 마련이다.

그나마 아직 다행인 것은 요즘 전셋집 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올 들어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올들어 7월까지 12.5%나 치솟았으나 전셋값은 4.8% 오르는 데 그쳤다. 수도권도 아파트 매매가는 12% 올랐으나 전셋값은 3.5%로 비교적 안정세를 나타냈다.

현재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은 40%선으로, 지난 2002년(60%)보다 크게 떨어졌다. 전세 좋은 집을 싸게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세가 아니라 전세에 비해 매매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1억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가 내집을 마련하려면 동일한 아파트를 2억원 넘게 줘야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세를 구할 때도 내집 마련을 위해서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중에 분양을 받거나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더라도 예전보다 더 많은 여윳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셋집 마련도 내집 마련을 앞둔 ‘재테크’인 점을 고려하면 몇 가지 주의할 점들이 있다.

무리한 대출은 금물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교통이나 입지여건 등이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다양한 욕구를 다 만족시켜 줄 만한 집을 고르다 보면 전셋값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전셋집은 가격 상승이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 좋다. 집값 상승이 큰 지역은 매년 전세금도 오르기 때문이다.

전세가격도 저렴해야 하지만 유지비용도 잘 고려해야 한다. 대형 평형일수록 넓어서 살기에는 좋지만, 관리비가 비싸다. 아파트 관리비는 소형 평형일 경우 10만~20만원 수준이지만 겨울에는 난방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이를 잘 고려해서 내 몸에 맞는 평형을 고르는 것이 좋다.

또 집이 클수록 가구나 인테리어 비용도 많이 든다. 공간이 넓으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큰 가구, 많은 가전제품들을 들여놓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통상 한번 넓은 집에 살면 평형을 줄여서 이사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자금이 많지 않다면 작은 평형에서 시작해서 차차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전세를 구하기 위해 자기가 가진 돈을 모두 한꺼번에 몰아 넣는다든가 특히 대출까지 받는 것은 여러 위험요소가 있으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세에 투자하면 ‘세입자 신세’를 벗어나기가 그만큼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굴릴 돈을 남겨둬야 내집 마련으로 가기 위한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 사장은 “교통이면 교통 등 우선 순위 1~2개만을 정한 뒤 그 선을 만족시켜 주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저것 다 고려하지 말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곳

전세를 고를 때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것이 직장과의 거리와 교통의 편리성이다. 전세는 매매와 달리 임시로 잠시 동안 사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직장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얻는 것이 좋다. 직장과 가까우면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고 그에 따른 경비, 자신의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면 시간적 여유가 생겨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몸값을 높이면 결국 종자돈을 빨리 모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직장이 가까우면서도 교통이 편리한 곳은 금상첨화다. 특히 역세권 인근 주택은 주거 조건 0순위다. 교통이 편리한 지역은 항상 수요가 몰린다. 교통이 편리하면 여러 곳의 기반시설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등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반시설 좋은 택지지구 노려볼 만

생활 환경이 좋으면서도 전세 가격은 비교적 싼 곳을 노리려면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가 한창인 택지지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은 신규로 입주하는 단지들이 많지 않지만, 수도권에선 용인 동백지구나 파주 교하지구 등 최근 올 들어 입주가 시작된 택지지구가 적지 않다.

이들 택지지구의 경우 입주 초기에는 전세 물량이 소화되지 않아 전세가의 상승폭은 크지 않고 비교적 싸다. 따라서 이런 단지들을 입주 초기에 선점하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전세 잘 빠질 곳 골라야

전세는 구하는 것 못지않게 전세를 제대로 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최근 전세가 안 빠져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립·다가구주택 등은 싸긴 하지만 나중에 전세가 잘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나홀로 아파트’나 소규모 단지도 거래가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같은 값이라면 인구 유동이 많은 역세권 단지나 대규모 단지를 골라야 한다. 대규모 단지는 기본적으로 교육·쇼핑 시설 등 생활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관리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3~4년 뒤 내다보고 전셋집 구해야

세입자는 내집을 장만할 때까지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게 이사비용과 중개수 수료 등 경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당장 내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면 3~4년 정도는 내다보고 전세를 구해야 한다.

전세 계약은 통상 2년 단위로 이뤄진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가 생겨 이사를 하거나 자녀의 학교 문제 때문에 갑자기 옮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내집을 마련하기 전까지 장기간 거주할 생각이면 3~4년 뒤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번 이사할 때마다 이사비, 중개수수료 등을 합치면 적어도 100만~200만원의 막대한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는 것도 필수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전세 계약때 등기부등본을 반드시 열람해서 근저당권이나 가등기, 가압류 등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 자금 대출은 어떻게?

전세 자금이 모자랄 때는 정부가 지원하는 국민주택기금 대출이나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전세자금 대출상품을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대출조건이 다소 까다롭긴 하지만 다른 대출상품보다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우선 대출 규모를 정했다면 주거래은행을 찾는 게 좋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국민·우리은행·농협의 근로자·서민전세자금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전세 보증금의 70% 이내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4.5∼5.5% 금리로 대출해준다. 배우자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소득의 2배(6000만원 한도)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사안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므로 은행에 가서 상담하는 게 좋다.

연봉 3000만원이 넘지만 전세자금 대출이 필요하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보증서를 받아 시중은행에서 연 6∼9% 금리로 최고 6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각 은행 전세자금 대출 상품은 상황에 따라 금리가 다르게 적용된다. 부양가족이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집주인으로부터 받는 ‘전세금 반환확약서’를 받아야 하는 게 단점이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전세를 구할 때부터 재테크 관점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5~6년 후 확연히 차이가 난다”며 “누가 먼저 종잣돈을 모으냐가 평생 경제수준을 좌우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