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캠핑버스테마여행

정치시사

홍준표 “노무현-이명박 연대? 너무 늦었다”

여행가/허기성 2006. 9. 10. 20:27
차기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도) 도입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한나라당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이 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 중심에 3선 의원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의원이 있다.

한나라당 혁신위원회를 이끌면서 지금의 대선후보 경선방식을 마련했던 이가 홍 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발언이 시사하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인터뷰를 위해 8일 국회 환노위원장실을 찾은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홍 의원은 그의 이름과 열정을 잘 드러내 주는 붉은 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홍 의원이 처음부터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었다. 당 내에서 현재의 경선진행 방식으로 갈 경우 일부 후보들에게 불리하다는 분석으로 자칫 분당될 가능성도 있다는 정가에 나도는 이야기에 대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당이 전략이 바뀌었는데도 우리가 고집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전 혁신위원장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당 오픈프라이머리 2002년 재판될 수도…한나라당 대비책 세워야”

그러나 홍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전략 배경과 그에 따른 대책마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여권의 대선 마지막 전략은 오픈프라이머리다. 2002년도 대선 때 노 대통령이 무엇으로 떴나, 국민경선이다. 주말드라마를 했다.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그래서 대선후보가 됐다.”

극적인 경선방식 전환을 통해 사실상 대선 정국의 큰 흐름을 뒤바꿔놓았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2002년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될 지 뻔했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2007년 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의도를 잘 분석해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칫 여당이 기대하고 있는 ‘어게인 2002’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후보가 누가 될 지 뻔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여당이 이번엔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고 한다. 전국 유권자들에게 예비 선거를 하는 것이다. 200만 정도 예비 선거를 한다고 할 때 한나라당이 대의원 선거로 뽑는다면, 한나라당은 대의원 대표가 되고 그쪽은 국민대표가 된다. 2002년 재판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노 정권의 전략을 봐야 한다. 노 정권이 오픈프라이머리로 가면 한나라당이 함몰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한나라당 내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이미 시간이 늦었다”고 잘라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시장이나 손 전 지사에게 사실상 명분도 실리도 없는 선택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만일 이러한 여권의 시나리오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면 “먼저 사전 정지작업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 홍 의원의 주장이다.

“노무현·이명박 연대설? 한명숙 아닌 이명박 총리로 지명했어야”

정가에서 이 전 시장과 노 대통령과의 연대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양측 모두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설’이 아닌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들조차 있을 정도로 소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전략통인 홍 의원은 이 전 시장과 노 대통령과의 연대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자신감이 있는 듯 웃으면서 “노무현·이명박 연대설은 이미 시간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이 이 전 시장을 퇴임 후 곧바로 총리에 임명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명박이라는 사람은 한나라당이라는 뿌리가 너무 각인이 됐고, 노무현·이명박 연대가 가시화되려면 이미 이 시장의 서울시장 직이 끝났을 때 노 대통령이 한(명숙) 총리를 지명하지 않고 이 시장을 총리로 지명했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국내 문제를 총리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외치와 국방을 맡도록 설정했으면 가시화 됐을 수 있다.”

홍 의원은 그동안 수차례 박 전 대표가 DJ와 화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 주장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한다. 만일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주장처럼 DJ와 화해할 경우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결정적인 선택은 박 전 대표가 다른 후보들 가운데 독점적인 위치에 올라서게 해 결국 박 전 대표나 당에게 모두 유리한 카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대표와 DJ의 화해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박 대표로서는 디제이와 화해하면 아마 다음 대선후보로는 거의 독점적인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으로도 집권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길이고, 최상의 길이 박 대표와 DJ의 화해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그리고 박 전 대표 자신을 위해 화해를 권고했고, 가능성은 많다고 본다.”

“이명박·손학규와는 ‘형’이라 부르는 사이…오해가 있었지 불화는 없었다”


홍 의원은 이 전 시장과 가까운 사이다. 1999년 미국 워싱턴에서 손 전 지사와 함께 지내면서부터다. 때문에 홍 의원은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를 두고 ‘형’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 정도로 친하다는 게 홍 의원 자신이 말한 두 유력 대권후보와의 친분이다.

그랬던 그에게 이 전 시장과의 불화설이 제기됐다. 지난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에서 발생한 갈등 때문이다. 화해를 했다고 몇 차례 해명했지만 홍 의원이 최근 손 전 지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홍 의원이 이제는 손 전 지사 사람이 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에 대해 홍 의원 자신은 웃으면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답했다.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와 저는 99년도 어려운 시절 워싱턴에서 같이 8개월간 있었다. 사석에서는 ‘형님’하고 ‘형’하지 ‘시장님, 지사님’ 그런 얘기 안한다. 그만큼 두 사람하고 친하다. 이 전 시장과 불화설이 아니라 서로 오해가 있었다. 나 그런 ‘좀팽이’가 아니다. 손 전 지사에게 글을 남긴 이유도 한나라당을 위해 ‘3강구도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양강구도론으로 갈 때는 네거티브로 가지만, 3강구도로 갈 때는 경선장에 모두를 데리고 갈 수 있다.”

독자노선 선택 배경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 설명했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정치에 입문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의장과 서로 친한 사이라 한다. 홍 의원과 정 전 의장 모두 서로 나이가 비슷한 점도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홍 의원이 정 전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니(너)는 당의장도 하고 대권후보고, 나는 뭐꼬”라고 말을 건네자 “너 저격수 그만 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때부터 홍 의원은 곰곰이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생각해보면 이회창의 집권을 위해 해왔고, 17대 때에는 이명박 선배를 박 전 대표에게 핍박받아가면서 지지해왔다. 그런데 서울시장 경선을 끝나고 보니까 그 모습이 결코 옳은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나라당을 위해 뛰어야지 어떤 특정주자를 위해서 뛰는 것은 아름답지 않아 보였다.”

이후 소원해졌던 박 전 대표 측 사람들과도 다시 관계까 복원됐다고 홍 의원은 말했다. 앞으로 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보다 “당이 집권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 하겠다”고 했다.

“유시민 ‘재기발랄’ 노회찬 ‘재미있는 비유’ 강점…두 사람과 토론이라면 언제라도”


300회를 맞이한 ‘MBC 100분 토론’이 그동안 가장 많은 출연 횟수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논객을 조사한 결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홍 의원이 거론됐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유 장관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함께 하는 토론이라면 언제, 어느 때 그리고 어떤 주제라도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들과의 토론을 즐기는 듯 보일 정도였다.

홍 의원이 토론을 즐거워하고 프로그램에 자주 나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홍 의원은 “대부분 정치토론 프로그램에 한나라당이 불리한 주제가 선정된 부분이 많다”면서 “대선자금 수사국면에 ‘차떼기 정당’이 토론 주제가 된 적이 있는데 한나라당 의원 누가 차떼기 정당 토론회에 나가겠냐”고 반문했다. 그런 자리에도 자신은 나갔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꺼릴 수밖에 없는 토론회에 나가게 된 이유에 대해 홍 의원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 자기 당이나 자기가 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잘못했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 다음에 저쪽에서 잘못한 것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나갔다”고 말했다.

언제라도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상대로 꼽은 유 장관과 노 의원의 장점에 대해 홍 의원은 “유 장관은 재기가 발랄하고 노 의원은 아주 재미있는 비유를 잘해 시청자들이 알아듣기 쉽게 한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자신을 제외한 토론을 잘 하는 의원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잠시 고민한 듯 생각에 잠겼다가 “옛날에는 김문수 의원(현 경기도지사)이 쉽게 청취자들에게 접근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하면서 “요즘엔 골수 한나라당 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인 송영선 의원전여옥 의원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관련 분야에 대한 토론 잘 하는 의원으로는 임태희 의원을 꼽았다. 이들 의원이 토론회에 나가면 “불안하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