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美주택 상투 잡나[上]
캘리포니아 4개지역 교포 대출 못갚아 ‘차압’ 급증
국내선 해외 투자 열기 美업체 한국서 先분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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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평짜리가 우리 돈으로 6억원이 넘는 고가였지만 첫날에만 6건의 계약이 이뤄졌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허용되면서 국내에서 미국 부동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달초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부동산 박람회에는 하루 1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한국발(發) 특수가 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부동산 시장이 버블(거품) 붕괴를 우려할 정도로 급속히 냉각되는 가운데 한국 투자자들만 미국 시장에 달려가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칫하면 ‘폭탄돌리기’의 마지막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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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의 기존주택 판매는 633만 가구를 기록, 전년보다 11.2% 하락했다. 신규주택 판매(107만2000가구)도 전년보다 22%나 줄었다.
한인(韓人)이 많은 뉴욕·LA 등 대도시 일부 지역은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
맨해튼 인근 뉴저지에 2년 전 투자목적으로 집을 3채 산 교포 최모씨. 최씨는 집값의 20% 정도만 자기 돈으로 내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연리 4.5%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첫해는 월세로 3000달러 정도를 받아 원리금과 세금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최씨는 “가격을 10% 낮춰 내 놓아도 6개월째 집이 팔리지 않고 있다”며 “이자부담이 계속 늘어나 잘못하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압류당하는 교포 주택 늘어
LA의 어느 한국인 부동산 업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7월 LA·오렌지·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 등 캘리포니아 남부 4개 지역에서 압류당한 한인주택(312채)은 연초에 비해 120%가 늘어났다. 이 중 60%가 지난해 대출을 받아 산 단기투자 목적의 주택. LA 남부 어바인에서 만난 주부 김모(41)씨는 “기러기 엄마들 중에도 집값이 더 떨어질까봐 집을 파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단기차익을 노리고 변동금리 대출로 집 투자를 한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부동산 정보회사인 홈스마트리포츠닷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구입 후 6개월 안에 다시 판매한 단타(短打)매매자 중 24.7%가 지난 2분기에 평균 3만달러의 손해를 보았다. 한인이 많이 사는 오렌지 카운티에서도 35%가 손해를 봤다.
뉴저지의 ‘그린모기지’ 김영훈 대표는 “교포들의 경우, 변동금리대출의 비율이 미국 평균치(33%)보다 높아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부동산 경기가 한동안 하강할 전망이어서 고통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폭탄 돌리기?
미국 부동산 시장은 거품이 꺼지는 징조를 보이지만 한국 내 고객을 상대하는 미국 부동산 업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LA의 한 부동산 업자는 “지난해 한 달 6~7건에 불과하던 한국발 투자건수가 올해는 20여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체인 뉴스타 부동산의 홈페이지 클릭 수는 2~3년 전만 해도 하루 3000번 수준이었으나 작년 여름부터는 1만번 정도로 늘어났다. 이용자의 절반이 한국 내 고객이다.
뉴욕 맨해튼의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1980년대 일본 사람들이 미국 부동산을 비싸게 샀다가 이후 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되판 적이 있다”며 “한국이 일본의 재판(再版)이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는 미국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악성 미분양 물건을 떠맡을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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