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모델링] 두 채 이상이면 수익없는 주택 버려라

“헷갈리네요. 집을 사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올해 안에 내집마련을 계획했던 정모(37)씨는 요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판교 청약에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최근엔 분당 33평대 아파트를 사려고 했지만, 집값 버블(거품) 논쟁이 불거져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그동안 집값이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바람에 몇 차례나 구입 시기를 놓치고 말았는데,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버블 논란에 휩싸이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무주택자는 주택 구입 여부를 놓고, 다주택자는 늘어나는 세금과 가격 하락 우려감에 처분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과다 보유자는 세금과 향후 가격 전망을 고려해 ‘자산 리모델링’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무주택자, 공공택지를 노려라

종잣돈이 부족한 무주택자는 일단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게 우선이다. 분양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정부도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청약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어서 내집 마련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8월 판교 중대형에 이어 앞으로 파주, 김포, 수원 광교, 송파 등 ‘노른자위’ 공공택지가 잇따라 공급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공공택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다. 처음 집을 사는 경우라면 대출 조건이 좋은 생애최초주택자금 대출을 활용해 분양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화성 향남지구나 고양 행신지구 등은 중소형이 많고, 입지여건도 괜찮아 청약해 볼 만하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여윳돈이 있거나, 재당첨 제한 등에 걸려 신규 분양이 어렵다면 뉴타운의 재건축 지분이나 경매로 눈길을 돌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를 산다면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보다 개발 호재가 있는 비 강남권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유턴(U-turn)프로젝트 수혜지인 용산·성동·광진·강서구 등은 발전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세금부터 따져야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다면 세금을 감안한 자산 리모델링을 고려해야 한다. 집값 상승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과도한 주택 보유의 투자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주택에 올인(다걸기)하는 것은 위험해졌다”면서 “비 인기지역 주택은 과감하게 처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2주택자는 당장 내년부터 양도소득세가 50% 중과(重課)된다. 세금 부과기준인 과표(課標)도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로 바뀌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폐지된다. 자칫 집을 팔아봐야 남는 게 없을 수도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9월부터 개발부담금제가 시행되면 수익성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도 대폭 오른다.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2009년이면 집값의 1% 정도를 보유세로 내야 한다. 노후 재테크가 필요한 40~50대는 상가, 오피스텔 등 꾸준히 임대수익이 나오는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텔의 경우, 1억5000만원쯤 투자해 보증금을 빼고 매달 60만~70만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는 대출 비율은 높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무수익 부동산을 빨리 처분해야 한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어 이자만 무는 ‘깡통’ 부동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투자

일부에선 일단 시장을 지켜보면서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버블 논란으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부른 투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판교 중대형 분양과 성수기가 끝난 10월 이후가 매수 타이밍으로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했던 토지 시장도 거래가 끊기고 가격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발전 전망이 높은 개발 예정지 위주로, 가격 동향을 꾸준히 점검하면서 급매물이 나올 시점을 기다리는 게 좋다.

가격이 비싸지 않고, 종부세 대상이 아닌 틈새 상품 투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말농장용 농지는 300평까지 도시민도 취득이 가능하고,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연면적 45평, 대지 200평, 공시가격 7000만원 이하의 농가주택은 도시에 집이 한 채 있어도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아파트형 콘도나 실버주택도 투자 대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100만달러(송금액 기준)까지 투자가 허용된 해외 부동산은 해당 국가의 부동산 흐름과 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