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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구운 고기 건강 갉아먹는다

여행가/허기성 2006. 10. 10. 23:17
   
 
ⓒ연합뉴스
고기를 녹차·마늘·과일·올리브유·허브 추출물 등에 재워놓은 뒤 구우면 암을 일으키는 물질인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의 생성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옛사람들은 무쇠 화로에 참숯을 담고, 그 위에 석쇠를 얹어 고기 굽는 것을 제격으로 여겼다.뜨거운 숯불이 고기 표면을 빠르게 익혀 숯불로 구운 고기는 육즙이 많고 쫄깃쫄깃하다.하지만 고기를 직접 불에 굽는 방식은 건강 측면에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육질이 불에 닿으면 단백질 성분이 변성되어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 같은 발암 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헤테로사이클릭아민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물질로 현재 동물 실험에서는 발암성이 확인된 상태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인간도 그다지 안전해 보이지는 않는다.2006년 ‘유럽환경돌연변이학회’에서는 육류를 바싹 구워 먹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 사례가 69% 많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2002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붉은색 육류의 바비큐를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췌장암에 걸린 비율이 높았다.연구진들은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을 두 암 발생의 원인 물질로 추정했다.

고기를 불에 직접 구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불에 떨어진 고기의 기름이 타면 다환성방향족탄화수소(PAH)라는 발암 물질이 생기는데, 이 물질을 다량 함유한 연기가 올라와 고기에 와닿는다.고기가 두 종류의 발암 물질로부터 협공을 받는 셈이다.그같은 암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리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다.고기를 불에 직접 굽거나 튀기기보다 프라이팬을 사용해 익히거나, 찌거나 삶아 먹는 방법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탄 고기는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숯불구이의 고소한 맛을 아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그 방식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숯불구이는 마음껏 즐기되 암 발생 위험을 낮출 방법은 없을까. 연구에 따르면, 같은 ‘직화구이’라도 조리 온도가 높고 조리 시간이 길수록 헤테로사이클릭아민류가 많이 생긴다고 하니, 고기가 딱딱해질 정도로 바싹 익혀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스테이크를 먹을 때도 웰던(완숙)보다는 미디엄(중간 구이)을 주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기를 굽는 석쇠에 알루미늄 포일을 깐 뒤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놓으면 고기가 불이나 연기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고기 먹으면서 흑맥주 마셔도 ‘효과’

고기를 녹차·마늘·과일·올리브유·허브 추출물 등에 재워놓은 뒤 구우면 헤테로사이클릭아민 생성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으니, 가급적 생고기보다는 양념한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또 고추·양파·마늘·당근 등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이 체내에서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의 작용을 억제하고, 헤테로사이클릭아민으로 손상된 DNA를 복구하거나 손상된 DNA가 암세포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므로 불에 구운 고기를 먹을 때는 반드시 이런 채소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기를 채소에 싸 먹는 식습관을 가진 것은 천만다행이다.고기를 먹으면서 맥주, 특히 흑맥주를 곁들이면 헤테로사이클릭아민으로 인한 암 발생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평소에 비타민 C나 비타민 E를 충분히 섭취해도 체내 항산화 기능을 증진시켜 헤테로사이클릭아민으로 인한 암 발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식습관이 변하면서 육류 소비량이 날로 늘고 있다.덩달아 그동안 서구인의 병으로 알려졌던 전립선암·유방암·췌장암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육류 섭취를 줄일 수 없다면 육류를 어떻게 조리해 먹을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