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한정식집서 엿들은
강남주부 5인의 부동산 투자 이야기
평택·가평·양평 투자 유망…연천·의정부는 큰 메리트 없어
판교에 손 댄 사람은 초보, 꾼들은 세무조사 무서워 쳐다도 안봐
규제 일변도 정책 성토…정권 바뀌면 풀릴 테니 지금이 투자적기
대한민국의 큰손 중 하나는 강남 주부다. 찜질방, 스포츠센터, 골프연습장, 한적한 외곽의 음식점은 이들의 정보 공유 현장이다. 이들이 나누는 정보는 자녀 교육과 투자정보가 대부분. 최근에는 대학에서 여성경영자 과정을 들으며 인맥을 확대하기도 한다.
<이코노믹 리뷰>는 강남, 분당 지역에 거주하는 투자의 달인인 주부 5인을 만나 현재 유망한 투자처와 그들의 관심사를 들어봤다.
남한산성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한정식집 낙선재. 투자의 달인(특히 부동산)인 40대 중반의 주부들이 모였다. 유학 보낸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더니 금세 투자 이야기로 화제가 바뀐다. 강남 거주자들 중 은행의 VIP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는 부동산이다. 이들 역시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됐다.
“지금은 쉬는 시간이에요. 요즘은 시기를 기다리며 투자할 지역을 관망하는 단계죠.”
죽전에 거주하는 노모 주부가 먼저 말을 꺼낸다.
8·31대책 이후 다운계약서(계약 금액을 낮추어 작성해 세금을 줄이는 계약서)가 자취를 감춘 것이 이들이 운신의 폭을 좁힌 이유다. 처음 토지나 아파트를 구입할 때 이들 역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구입했다. 구입 당시보다 시세는 많이 올랐지만 다운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세금부담이 크다. 실거래가 공개 이후 자취를 감춘 다운계약서로 이들은 팔 시점을 놓친 상태다.
“2∼3년 전 구입한 땅이 11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땅값이 올랐어요. 그런데 막상 매도하려고 하니 세금만 30억원이라더군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분당에 거주하는 김모 주부는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못 마땅하다.
송파구에서 건물 임대업을 하는 유모 주부가 말을 이어 받는다.
“내년 초면 규제도 풀리지 않겠어요. 정권 교체될 때마다 규제가 완화되니 한 1년만 참으면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도 있지요.”
부동산 로또로 불리던 판교도 이들에게는 관심 밖이다.
“실제로 판교에 손 댄 사람들은 투자 초보죠. 부동산 투자 좀 한다는 주부들은 세무조사 무서워서 판교는 쳐다보지도 않았죠. 아마도 대다수가 용인 동백지구를 투자 대안으로 삼았을 거예요.”
이들 가운데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불리는 이는 노모 주부와 김모 주부. 다른 세 주부들은 실제로 둘의 정보에 따라 투자해 재미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역삼동에 거주하는 정모 주부가 이들에게 자문을 구한다.
“남편이 재테크를 잘하는 편이라 주식평가액만 30억원 정도 되는데 지금까지 돈을 쓰기만 했던 것 같아 나도 이제 투자 좀 해보려고요. 마땅한 투자처 좀 없을까요?”
분당에 거주하는 박모 주부도 말을 거든다.
“연천 쪽은 어때요?”
“너무 가격이 낮은 지역은 투자해봐야 큰 이익이 안나요. 경기북부 지역들이 바로 그렇죠. 연천보다 평택이나 가평,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분당, 용인이 차라리 낫지요. 판교도 아파트말고 토지 쪽은 유망하다고 봐요.”
경기 남부는 유망, 북부는 손대지 마라
노모 주부가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파주의 경우 크게 오르긴 했지만 그 외의 경기 북부 지역은 부동산 투자처로 가치가 적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평택 이야기가 나오자 유모주부는 이미 평택에 상가를 구입할 생각에 다녀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가라는 이야기에 다른 이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상가투자로 얻을 수 있는 5∼10% 수익은 은행이나 다른 금융상품으로도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게다가 임대가 안 되면 그나마 수익 보장도 어렵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대형 상가는 모르지만 중소형 상가를 구입해서는 임대부터 쉽지 않다며 상가보다는 토지나 아파트에 투자하는 쪽이 낫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평택도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토지의 경우 대지는 평당 300만원, 관리지역은 150만원 선에서 구입해야 투자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보다 가격이 더 오른 경우는 향후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아 세금 부담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이기 때문에 현금화가 쉽지 않은 단점도 있다.
“상가는 소위 A급 입지 아니면 손대지 않는 게 좋아요. 분당에 상가가 하나 있는데 한참 공실이었다가 며칠 후 학원이 입주하기로 했어요. 비어 있는 동안 투자자금도 회수 못하니 씁쓸했지요. 이후에는 상가 투자는 배제하고 있어요.”
김모 주부가 상가 투자로 속앓이를 했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부동산 투자의 고수라고는 하지만 이들도 실수한(?) 적이 있다.
죽전의 건영 캐슬빌 아파트. 2년 전 분양 당시 미분양된 아파트로 57평을 4억2000만원에 분양받았다가 파주의 땅을 구입하는 데 보태려고 프리미엄 7500만원에 팔았다고 한다. 지금 건영 캐슬빌 57평형은 13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매매가가 상승했고 반면 파주의 땅은 LG필립스LCD 공장 준공이라는 호재에 비해 가격 상승폭은 적었다고.
“전에 남양주 땅 팔아서 수익 많았다면서?”
김모 주부가 유모 주부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도 자기만큼은 아니야. 당장 규제 풀리면 파주 금촌은 금싸라기가 될텐데 뭐.”
몇 번의 투자 실패가 있었지만 실패했다고 수익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기대 수익을 내지 못하고 매도했을 뿐. 때문에 최근 이들은 투자에 더 신중을 기한다.
한 번 본 건물이나 땅을 그 자리에서 매입하는 법은 절대 없다. 같은 투자처를 적어도 세 번에서 네 번 정도 각각 다른 부동산에 문의를 해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한다.
투자하지 말아야 할 대상에 대한 정의도 확실하다.
상가는 A급 아니면 손대지 않는게 좋아
개발예정 부지인 경우 지자체에서 매입할 가능성이 높은 토지는 투자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로 용인동백지구에 지자체가 매입하기로 한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한 주부는 이런 저런 이유로 땅을 팔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에서 책정한 금액이 민영개발업체들이 제시하는 금액보다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시세라는 걸 몰라요. 민영업체만큼은 아니더라도 몇 년 동안 투자한 가치는 얻게 해줘야 하는데 몇 년 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고 매입하기까지 삼고초려한 것에 비해 수익이 너무 적어요. 세금을 내고 나면 오히려 손해인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팔 순 없지 않겠어요?”
당장 현금화하려면 토지보다는 아파트를
좁은 국토에서 토지의 투자가치는 높다. 그러나 이들은 토지는 장기투자용으로, 당장 현금화가 필요하면 아파트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토지와 아파트에 적절히 분산투자해야만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들은 기획부동산은 철저히 배척한다.
“기획부동산이 호재 있는 지역을 기막히게 잘 아는 건 사실이에요. 예전에 기획부동산에서 연락이 와서 이천에 땅을 보러갔는데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과는 동 떨어진 곳이더군요. 그래서 신뢰를 안 하죠.” “맞아요. 솔직히 기획부동산에서 제시하는 땅값이라는 게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인 경우가 많아요. 그 정도 금액이면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사람이 많지요. 그래서 피해자가 생기는 거고요. 우리처럼 부동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주부들은 기획부동산 말만 듣고는 절대 투자 안 해요.”
이들은 자신들의 투자는 기획부동산처럼 피해자를 양산하는 투자가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토지를 매입할 경우 땅주인에게 시세에 맞거나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주고 구입하며 원하는 경우 다운계약서까지 작성을 해준다고 한다.
“주식투자는 절대 안 합니다. 부동산 시장에 기획부동산이 있다면 주식시장에는 작전세력이 있으니까요.”
위험한 투자는 절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는 셈. 실제로 다섯 주부 역시 일부 주식에 투자한 경험이 있지만 누구도 수익을 얻지는 못했다고.
부동산 투자로 얻은 수익으로 노후 설계도 이미 시작했다. 투자처가 아닌 노후에 살 전원주택지는 2000평 정도의 택지를 구입한단다. 전원주택지로는 가평, 용인 등을 선택했단다. 서울과의 거리가 가깝고 용인의 경우 편의시설과의 거리가 머지않아 생활이 편리하다는 게 이유다. 전원주택이 아닌 곳에서 노후를 보낸다면 판교와 분당을 최적지로 꼽는다.
강남 주부들의 정보 창고는 찜질방과 필드가 주무대
강남 주부들은 부동산부터 주식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이들이 정보를 얻는 장소는 실내 골프연습장, 찜질방, 스포츠센터 등이다. 최근에는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을 들으며 인맥을 쌓고 그 안에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개략적인 정보에 확실성을 더하는 장소는 필드다. 삼삼오오 필드에 모인 주부들은 보다 확실한 정보를 나눈다. 골프회원권 구입은 필수지만 골프회원권을 투자처로는 보지 않는다. 회원권은 골프를 즐기며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언론에서 요란한 판교보다는 세무조사 위험이 적은 지역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도 이들만의 노하우다. 2년 투자해 2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곳에 주로 투자하며 그런 의미에서 주식투자는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적금이나 펀드 가입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며 변액보험이나 연금보험은 꼭 가입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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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주부들 자산관리사와 만나다
“CB, BW로 사전증여해 세부담 줄여라”
부동산 투자의 달인이라고는 하지만 이들도 자산관리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들의 고민은 세테크와 분산투자였다. 개인재무컨설팅 회사 TNV Advisors의 최호근 팀장이 이들의 고민에 답변을 해주었다.
- 보유자산 중 많은 부분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는데 현 시점에서 현명한 자산운용방법은 무엇일까요?
급변하는 재테크시장에서 어느 한 부분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모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운용할 만한 어느 정도의 자산을 보유했다면 자산운용의 효율성이나 수익성을 떠나 세금문제를 보더라도 앞으로는 반드시 분산투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저금리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도 금리인상과 대출제도 개편으로 대출 자체가 어렵게 된 상황에서 좀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 그렇다면 효과적인 재테크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전체 자산 중 30% 범위 에서 금융자산으로 적절한 분산투자를 시작하는게 바람직합니다. 자신의 투자성향과 나이를 고려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예적금, ELS, ELD 등 원금보장형부터 수익추구형 상품인 펀드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 주식형펀드에 주어진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이용하면 고수익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자소득과 합산과세로 인한 종합소득세가 걱정되신다면 일정부분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같이 운용해 세금에 대한 고민 또한 해결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 자녀에 대한 증여나 상속 시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먼저 사전증여를 고려해볼 만합니다. 상속재산의 사전분산을 방지하기 위해 상속인일 경우 10년, 피상속인이 제3자일 경우 5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을 직접 증여하는 방법도 있으나, 미리 증여세를 내고 사전증여한 경우 증여일 이후 그 증여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운용하여 나온 이자증식분에 대하여는 상속세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10년 이상의 기간을 운용할 수 있고 분리과세되면서 수익성을 고려한 실적배당 상품이나, 2004년 인텔사에 대박을 가져다 준 전환사채(CB), 혹은 신주인수부권사채(BW) 등으로 준비하신다면 효과적이라 생각됩니다.
- 재테크를 하는 데 있어서 꼭 유념해야 할 것을 조언해 주신다면?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안전성·수익성 유동성에 의존하지만, 그 출발점과 종착점은 ‘세테크’에 달려있습니다. 생활 속에는 수많은 세금이 존재하고 있으며, 세금은 우리생활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가 되었든 금융투자가 되었든 세테크를 고려한 투자를 한다면 정당한 세금을 내면서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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