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두 번째 주제로 주식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다뤘었죠. 그리고 이번 달에는 약속한 대로 간접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직접투자와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인지 알아봅시다. 도움말을 주신 분은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의 강창희 소장님이십니다.
주식 시장의 판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주로 빨갛게 달아오르기만 하던 객장의 전광판이 요즘은 도통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감을 잡기가 좀 어려워졌죠. 작년 한 해 동안 너무 강하게 치고 올라왔기 때문에 조정을 받는 거라 하더군요. 이 조정의 기간이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전문가들의 이야기로는 아직 대세 상승의 기조는 꺾이지 않았고 한국의 주식 시장은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세계 평균보다 우리나라의 주가가 싸다는 것이지요. 아직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전히 해소된 상태는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개미 투자가들은 정말 많이 느끼셨을 겁니다. 주식 투자라는 게 정말 만만치 않구나 라는 걸 말입니다. 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하루 동안에도 일희일비 하는 횟수가 늘고 있으니 말입니다. 바로 이럴 때 그래도 조금 마음 느긋한 쪽은 역시나 직접 투자한 경우보다 믿을만한 펀드에 투자한 경우일 겁니다. 물론 1월말 주가가 급작스레 폭락하면서 일부 개인 투자가들이 환매 소동 사태를 벌이기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익률 방어를 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자 이번 달에는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의 강창희 소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시더군요. 제일 처음 물었던 것은 요즘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받으시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재미있는 대답을 들려주시더군요. 본인이 주로 들었던 질문의 변천사를 간단하게 정리해주셨습니다.
우선 IMF 직후 은행 이자가 두 자리던 시절에는 은행 저축만으로도 만족스럽던 시기였지요. 재테크하면 제일 먼저 저축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주가가 오를까요? 떨어질까요? 라는 질문을 주로 들으셨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주식, 뭘 사야 돈을 버나요? 였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좀 상황이 바뀌어 어떤 펀드에 들어야 하나요, 그리고 언제 펀드에 들어야 합니까? 라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진입하는 중이라고나 할까요. 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거죠.
투자의 기본이자 시작, 포트폴리오를 짜는 방법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투자 원칙 중 가장 기본이랄 수 있지요. 그리고 이 말은 아주 여러 단계에서 적용이 가능합니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투자할 돈은 없고 달랑 집 한 채 있으니까 그렇지 라고 말입니다. 이런 분들은 그럼 어떻게 하냐구요? 푼돈을 목돈으로 만들어야겠지요. 그렇게 모인 돈으로 나중에 투자하시면 됩니다. 어쨌든 한 가정의 자산을 부동산으로만 가지고 있는 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미국 사람들의 경우는 대부분 부동산에 3, 금융상품에 7 정도의 비율로 자산을 구성한다고 합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종의 바구니 나누기입니다. 금융상품에도 종류가 많습니다. 모든 금융 자산을 죄다 주식에 투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포트폴리오를 짜려면 다음의 것들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선 자신의 형편을 살펴봅니다. 나이, 재산상태, 가족 상황, 자신의 투자 성향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런 다음 자금의 운용목표 및 운용기간을 따져야 하는데 다음의 항목들 중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살피면 됩니다. 노후자금, 자녀학자금, 주택자금, 결혼자금 등이 되겠죠.
여기에서 자신의 투장 성향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시세차익을 중시하는지 아니면 원금만은 꼭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안정지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자신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는 체크 리스트를 통해 5가지 성향 중 자신이 어느 편에 가까운지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면을 통해서는 좀더 쉬운 방법을 소개합니다. 그건 바로 나이를 기준으로 비율을 산출하는 것으로 아주 간단합니다.
방법은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빼서 나오는 숫자, 예를 들어 40세인 경우 100-40=60이라는 숫자가 나왔을 때 이 60% 만큼을 주식이나 또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 40% 중 30%는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 등의 상품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수시로 입출금 할 수 있는 MMF 통장에 넣어두는 것입니다. 20, 30대와 같은 젊은층은 직접 투자나 주식형 펀드의 비율을 높여서 좀더 공격적으로 투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자신의 투자 성향과 맞는다면 말이죠.
포트폴리오의 재조정과 재배분을 통한 관리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다음 위와 같은 방법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비율이 달라지게 됩니다. 60%의 비율로 시작한 주식투자가 수익률이 좋아서 전체 비중에서 70%를 차지할 수 있는 거죠. 이런 경우 그 수익 중 일부를 떼어내 비중이 줄어든 쪽으로 옮겨 놓는 것을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이라고 합니다. 현실의 포트폴리오가 당초의 자산배분 계획대로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정기적으로 기간을 정해두고 하는 방법과 일정 비율 이상의 손익이 발생했을 경우 재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재배분은 자산배분계획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금융시장환경이나 나이, 가족, 여타 재산상태, 자신의 직업으로부터 얻는 수입 등의 변화를 고려하여 변경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주식 시장이 너무 안 좋아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당분간 그렇게 갈 것 같다면 주식 관련 투자의 비중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40대에서 50대가 되었다거나 아니면 정기적인 수입의 감소 등으로 좀더 안정적인 투자의 필요성이 커졌다면 채권 투자 등의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재배분을 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 들려드릴까요. 제가 이번에 만나 뵌 강창희 소장님의 이야기입니다. 소장님은 위의 방법대로 포트폴리오를 짠 다음 분산투자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계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주식형 펀드에 50%, 채권형 펀드 및 채권 개별종목 40%, MMF 10%의 비율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용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얼마 전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던 상승국면에서는 이 포트폴리오의 비율을 지킨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던 것이지요. 주식형 펀드는 하루에도 상당한 금액이 불어나는데 비해 채권형 펀드는 거의 늘어나지 않거나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부인과 의견 충돌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소장님의 경우는 6개월 이라는 기간을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재조정을 하시는데 이렇듯 주가 상승국면에서는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것이 더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주가가 오를 때는 계속 오를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계속 잘 가고 있는 펀드의 일부를 환매해서 수익을 못 내고 있는 채권형 펀드에 옮겨두는 것이 마치 바보짓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6개월이 되어 주식형 펀드의 일부를 채권형에 옮겨야 하는 시점에서 부인이 계속 반대를 하는 바람에 급기야는 ‘오늘 가서 환매하고 옮겨 놓으면 이 강의료 당신한테 줄게’ 라고 뇌물을 써서 겨우 원칙대로 하게 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시더군요.
하락국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분산투자
과연 그게 바보짓이었을까요? 1월 말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 시장이 조정을 겪을 때 아마도 소장님의 부인은 깨닫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소장님의 원칙이 결국은 맞았다는 것을요. 이렇듯 분산투자를 하게 되면 주가 상승국면에서는 손해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분산투자의 위력은 얼마 전 우리가 겪은 주가 조정국면이나 하락국면에서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봅시다. 1989년 4월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1천 포인트를 돌파했을 때 주가가 더 오르겠지 라는 생각으로 금융자산을 전부 주식에 투자해놓고 보유해왔을 경우와 주식과 채권으로 나누어서 보유해왔을 경우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전액을 주식에 투자했다면 10년 후 주가지수가 280까지 떨어졌을 때 엄청난 손해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 만약 각 50%의 비율로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를 했다면 1990년대의 평균금리인 12%로만 운용했어도 채권 투자분은 3.2배로 늘어났을 터이고 이 정도의 수익은 주식에서의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 금액이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분산투자의 방식이 꼭 주식, 채권, MMF 및 예금과 같은 3대 금융자산에 분산하는 방식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주식에 투자를 하더라도 내수주와 수출주,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등으로 분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환율이 움직임을 보일 때는 이러한 방식의 분산투자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요.
이렇듯 투자 상품을 달리한 분산 투자의 방법도 있지만 투자의 시기를 나누어서 하는 분산 투자의 방법도 중요합니다. 간접투자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요즘 들어 펀드를 언제 들어가는 게 좋을까 라는 의문을 갖는 분들도 많은데요. 주가가 천장에 있을 때는 같은 돈을 주고도 적게 사게 되는 것이고 주가가 바닥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유리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예측을 하면서 투자를 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락국면에서나 상승국면에서나 일관성 있게 꼬박꼬박 적금 붓듯이 일관성 있게 분산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에 이르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Q&A로 풀어보는 실속 정보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정말 궁금한 사항들이 있으시죠? 바로 그 궁금증들을 모아서 정리해보았습니다.
Q 그렇다면 펀드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보통 펀드를 고를 때 판매회사(증권, 은행)만 보고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나 알고 보면 펀드의 운용 성적은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운용하는 회사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운용하는 회사를 골라야 할까요. 무조건 많이 들어보고 큰 회사가 좋을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답을 굳이 대자면 경영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며 전문성이 있는 회사를 고르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우선 관심 있는 종목이 있다면 그 회사의 과거 몇 년간 수익률을 그 회사에 가서 직접 보여 달라고 해서 확인해보는 방법도 있고 FP(Financial Planner) 라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운용 성적표에서 확인할 사항은 진폭이 크지 않으면서 중상 정도로 꾸준히 성적을 내왔는지를 살피고 회사별로 다른 수수료, 그리고 전체적인 그 회사의 평판 등도 꼭 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형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투자 관련 강좌들이 많이 있으니 그런 곳을 통해 강의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Q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는 건 어떤 건가요?
현재 국내에는 45개의 운용회사가 있는데 그 중에서는 인덱스 펀드를 잘 운용하는 회사도 있고, 또는 배당주 펀드에 강한 회사가 있다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배당주 관련 펀드는 세이에셋, 인덱스는 유리자산, 가치주 관련은 프랭클린 템플톤이나 신영투신, PCA 등이 그 분야의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채권형 펀드에 강한 곳으로는 대한투신이나 랜드마크 같은 회사가 있습니다.
Q 구체적인 종목을 들어서 포트폴리오 모범 사례를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 50대 남성의 포트폴리오를 예로 들어 보지요. 다소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구요. 금융 자산의 50%를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종목은 미래에셋 인디펜던스 주식형과 미래에셋 솔로몬 가치주, PCA 업종 1등주 펀드, 그리고 세이에셋 배당주 펀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40%는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채권형의 경우는 개별 종목까지 따질 필요는 없고 운용 회사만 믿을 만 하다면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분의 경우는 카드대란 때 삼성카드채에 투자를 하셨군요. 그리고 나머지 10%는 현금 유동성을 위해 MMF에 넣어두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균형감 있게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가고 있는 요즘, 전과 다르게 어떤 펀드에 투자를 하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들 많이 합니다. 종목 선정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점을 꼭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투자는 원칙을 지키고 유혹을 참는 게 어렵다’ 라는 것을요.
여러분께 이번 달 소개하게 된 강창희 소장님은요...
한국증권거래소와 대우증권주식회사에서 근무한 후 현대투자신탁운용주식회사와 굿모닝투신운용주식회사의 대표이사를 역임하셨답니다. 현재는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으로 계시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어렵고 딱딱한 자산운용에 대한 이야기들을 쉽게 강의하시는 걸로 유명하십니다. 출간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적인 저서로는 <30대 이후의 인생 재테크 펀드 투자로 시작하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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