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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갈까 말까 은퇴 이민 그 꿈과 현실

여행가/허기성 2006. 11. 10. 18:53


[중앙일보 이나리.안성식] 은퇴이민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른다."월 100만원이면 귀족처럼 살 수 있다"는 장밋빛 선전부터 "고향 떠나봐야 고생 뿐"이란 우울한 예측까지,그 허실에 대한 소문도 날로 무성해져가고 있다.하지만 몇몇 언론 보도 외에는 은퇴이민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얻기가 힘든 것이 현실.마침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억으로 즐기는 인생 2막'이란 은퇴이민 종합 안내서를 펴냈다.책에 실린 7개 주요 대상국의 은퇴이민 관련 정보를 간추려 소개한다.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의 경우 기자의 현지 취재 내용을 곁들였다.

◆말레이시아

인프라 선진국 수준 '밤 문화' 없어 심심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지역에서 태국.필리핀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은퇴 이민지 중 하나다. 정부가 나서 여유있는 은퇴자의 노후생활을 위한 '마이 세컨드 홈 프로그램'이란 외국인 유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은퇴자 거주지로 가장 좋은 곳은 수도 쿠알라룸푸르다.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 기온도 생각만큼 높지 않아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좋다. 사회 인프라도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1억원 정도면 40~50평형 아파트를 살 수 있다. 한국인이 몰려 사는 암팡 지역의 경우 월세 50만~100만원 정도면 은퇴부부가 여유있게 살 수 있는 깨끗한 주택을 얻을 수 있다. 한국대사관 등 각국 대사관, 한인회 사무실이며 한국 상점.식당 등이 밀집해 있다. 예비역 장성 출신인 홍한태(70)씨는 "암팡은 외국인들도 필요에 따라 저층 및 고층 아파트, 콘도미니엄, 방갈로 등을 손쉽게 사거나 임차할 수 있다"며 "골프장 회원권도 350만~1000만원에 불과한 데다 자유롭게 되팔 수 있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몽키아라'도 고려해 볼 만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분당이나 일산쯤 되는 신도시다. 시원한 도로, 고급 아파트와 최신 시설의 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더 넓은 주택을 살 수 있어 암팡 지역에 살던 한국인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 50평형대 고급 아파트가 100만 링깃(약 3억원) 정도다. 링깃화 절상 바람을 타고 투자수익을 노려 집을 사는 한국인들도 늘었다고 한다. 자녀의 영어 교육을 위해 날아온 '기러기 엄마'들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교사 출신인 박기태(64)씨는 "영어 사용국이라 언어 소통이 비교적 쉽고 치안도 양호하다"며 "다만 습도가 높고 날씨가 더운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유흥가가 거의 없어 심심할 수 있고 이슬람 문화와 관습이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필리핀

영어 통하고 사업하기 편해 외국인은 땅 못 사고 임차만 가능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늘었죠. 애들 영어공부 시키러 온 엄마들까지 합치면 15만 명 정도? 그중 진짜 은퇴이민자는 아직 수백 명 선이에요." 1995년 필리핀 마닐라로 이주한 교민 박창배(48)씨. 취업비자로 왔다가 99년 은퇴비자로 바꿨다. "외국 나다니기가 쉽고 정부 간섭도 덜하거든요. 사업도 계속할 수 있고요."

필리핀은 85년 따로 '필리핀은퇴청'을 설립할 만큼 은퇴이민자 유치에 관심이 많은 나라다. 이미 전국 곳곳에 미국.일본 출신의 은퇴이민자촌이 여럿 형성돼 있다. 은퇴자를 받아들여 사회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지정 은행에 일정액을 예치해야만 은퇴비자를 내준다. 35~49세 신청자는 미화 7만5000달러, 50세 이상은 5만 달러다. 필리핀은퇴청 서울사무소의 홍정렬 차장은 "올 11월 말까지 신청한 이들에겐 예치금 인하, 의무 예치기간 축소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이후에도 예치금을 인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은퇴이민의 최대 장점은 영어가 통하고 인건비가 싸다는 것. 가사도우미는 월 100달러, 기사는 100~200달러에 고용할 수 있다. 2004년 남편과 함께 은퇴이민을 온 황화선(54)씨는 "식료품은 싸지만 공산품 가격은 서울과 비슷하다 싶을 만큼 만만치 않다"고 했다. 외국인은 땅을 구입할 수 없어 주택은 임차만 가능하다. 월세는 지역에 따라 다르나 마닐라의 경우 500~1000달러 선이다. 등기에 '콘도미니엄'으로 명시된 일종의 아파트들은 구입이 가능한데, 부부가 살 만한 제법 괜찮은 집이라면 2억~3억원은 줘야 한다. 한인들은 마닐라 지역 부촌인 마카티, 루손섬 북부 휴양도시인 바기오, 미군기지로 유명한 수비크 등에 주로 모여 살고 있다.

◆베트남

인건비 싸 집안일 해방 그 꿈과 현실 집값 등 물가 부담 만만찮아

베트남은 현지의 한류열풍과 함께 요즘 새로이 각광받는 은퇴이민지다. 3~4년 전만 해도 호찌민 공항 근처 팜반하이 지역이 한인들의 주 거주지였으나, 지금은 도시 남부의 푸미흥 지역이 인기를 끌고 있다.

푸미흥은 정부가 베트남 상류층을 겨냥해 야심차게 건설한 지역이다. 신흥부촌인 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주민의 60% 정도가 한국 교민이어서 '한인촌'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파트나 빌라 단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9홀 골프장과 대규모 야외 골프 연습장, 수영장, 테니스장, 놀이동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대형 종합병원과 초대형 마트도 들어설 예정이다.

인건비가 싸, 가정부나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 오전 7시부터 저녁 준비가 마무리되는 오후 5시까지, 한 달에 1~2회만 쉬고 일하는 가사도우미의 월급이 80달러 수준이다. 운전기사 월급은 100달러 정도. 집 렌트 비용은 월 350~500달러로 다양하다. 베트남의 모든 집은 임대이며 보통 2개월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걸고 임대비 지급도 2개월씩 선불로 한다. 2004년 이주한 강석권(66)씨는 "집사람이 가사에서 해방된 것을 특히 만족스러워 한다"며 "날씨가 덥고 공산품 가격이 생각보다 싸지 않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과 아파트 가격 또한 비싼 편이다. 17평 정도의 아파트가 4000만원 이상, 3~4층짜리 빌라는 3억~4억원을 호가한다. 33평형 아파트는 1억3000만~1억5000만원 정도. 다만 아파트를 사 월세를 주면 한 달에 85만~100만원(33평형)의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현지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서성국(68)씨는 "만만찮은 물가를 생각하면 자그마한 가게라도 운영해 생활비를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 나라

피지

피지는 45세 이상 나이에 고정 수입이 있으면 신원조회만으로 이민이 가능하다. 피지은행에 약 7000만원을 예치하고 매년 4인 가족 기준 약 2100만원의 잔액만 유지하면 된다. 평균 이주비용은 2억~2억5000만원 정도. 정원이 딸린 30평형 고급 주택은 1억5000만원, 방 3~4개 딸린 주택 임대료는 50만~70만원 선이다. 생활비는 임대료 포함 150만원 정도가 든다.

네팔 카트만두.포카라

네팔은 산과 자연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사람에게 잘 맞는다. 부부가 월 150만원 정도면 최고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카트만두 시내 단독주택이 월세 45만~100만원 정도. 방 2개, 거실이 있는 20평 규모의 아파트 구입가는 2500만원 선이다. 골프장은 1년 가입에 1500달러 수준. 2006년부터 60세 이상 외국인 은퇴 생활자에 한해 네팔은행에 2만 달러를 예치하면 1년짜리 거주비자를 발급해준다. 1년 단위로 계속 연장할 수 있다.

태국 치앙마이.후아힌

태국의 일반 은퇴 비자는 만 50세 이상, 월 200만원 정도의 연금 수혜, 혹은 1인 잔고가 태국 은행에 3000만원 정도 있어야 발급받을 수 있다. 1년마다 본인이 연장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해 현지 변호사를 사는 불편함이 따른다. 개인은 단독주택을 소유할 수 없고 프테아루벵만 구입 가능하다. 장기체류하려면 부동산은 사는 편이 낫다. 가격 상승과 월세 수익을 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