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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개발狂風'에 세입자 비참

여행가/허기성 2006. 11. 12. 18:41


2천 세대 삶터 상실…"임대아파트 절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서민 2천 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을 없애고 600세대짜리 고급아파트를 짓는다니요. 가난한 서민은 한강과 서울숲의 혜택을 누릴 권리도 없는 건가요"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던 10일 오후 서울 성수1가 1동은 더 이상 사람 냄새 나는 주택가 모습이 아니었다.

흉물처럼 변한 건물 잔해와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유일하게 활기를 띤 것은 건물마다 들어선 부동산 중개업소뿐.

구로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영세공장 밀집지역으로 노동자, 독거노인, 외국인노동자 등 저소득층이 몰려 살던 성수동은 최근 불어닥친 개발의 칼바람에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



서쪽으로는 서울숲, 남쪽은 한강과 맞닿은 입지조건 때문에 '한강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마지막 땅'으로 부동산 투기꾼의 주목을 끌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3∼4년 전까지 평당 땅값이 700만∼1천만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천만원에 웃돈까지 얹어줘도 못 사는 금싸라기 땅이 됐다. 이러한 호재를 몰고온 개발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세입자들.

2000년부터 N종합개발주식회사가 이 땅에 고급 아파트를 세울 계획을 세우고 주택을 하나 둘 사들이기 시작하더니 2003년 성수1가 1동 521-1 일대 1만2천여평을 아파트로 개발하는 인가를 받았다.

집주인 80% 이상이 재개발조합에 집을 팔고 세입자에게 이사할 것을 요구하자 1천수백 세대에 달하던 세입자들은 마지 못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갈 곳 없는 70∼80세대만 남았다. 이들은 이사를 가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3∼4년 전만 해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0만∼15만원이면 셋방을 구할 수 있었지만 이젠 보증금을 뺀 돈으로 서울 안에선 도저히 집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

보증금 500만원에 사글세 20만원을 내는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조병규(60ㆍ노동) 씨 부부는 "사정이 빤한 아들집에 얹혀 살 수도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눈물을 글썽이었다.

N개발은 아직 구청에서 지구단위계획 지정이나 사업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지만 새 집과 헌 집 가리지 않고 대부분 주택을 헐어버려 남아 있는 이들은 건강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헐린 주택은 청소년 탈선장소로 변했고 골목길은 누군가 몰래 갖다버린 쓰레기로 넘쳐난다.

반지하 주택에는 고인 빗물이 썩어가고 빈 집에선 원인 모를 불이 나기도 했다.

`용역 깡패'의 손에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빗물이 새고 수도가 고장 나도 수리를 요구하기는커녕 집주인 눈치만 봐야 하는 비참함은 세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세입자들은 "성수1가 1동 1만2천평뿐 아니라 서울숲에서 영동교에 이르는 성수동 일대 전체에 곧 개발의 바람이 불 텐데 모든 세입자를 이렇게 무책임하게 내쫓을 작정이냐"며 지자체가 이 지역에 임대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입자 대책위원회 박장수 위원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투기꾼들이 성수동의 땅값을 올리고 원래 살던 가난한 이들을 내쫓고 있지만 구청과 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부촌이 되면 세금이 더 걷혀서 좋겠지만 약자를 배려하는 것도 지자체의 임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성수동 재개발은 관에서 주도하는 게 아니라 민영 개발이어서 지자체가 세입자에게 임대 아파트를 지어줄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