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産 식탁 점령 가속 … 수입 배추·파·마늘·양파 90%가 중국산

설을 앞두고 집 근처 재래시장을 찾은 주부 이모(56·서울이문동)씨는 반찬거리를 고르다 원산지 표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양념에 들어가는 채소는 적당한 가격이다 싶어 집어들면 모두 원산지가 중국이었던 것. 이씨는 "중국산이 많이 수입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우리 농산물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결국 중국산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산 농산물이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올 설 식탁은 중국산이 점령했다. 마늘, 고추, 양파 등은 이미 전체 수입물량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고 사과 등 과일도 빠르면 3년내 한국시장에 들어올 전망이다. 중국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농산물 수급 상황이 곧바로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16일 농림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중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1995년 4억1250만달러에서 지난해 15억4860만달러로 급증했다. 전체 농산물 수입액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 7.3%에서 지난해 19.1%로 상승했다. 중국과의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는 1995년 5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3억3160만달러로 2.5배 늘었다.

중국산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면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중국 농산물 수급 변동의 영향' 보고서에서 "2005년 기준으로 중국산 농산물 가운데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인 품목은 파, 들깨, 생강, 양파, 팥, 땅콩, 당근, 마늘, 배추, 고추 등 10개 품목이나 된다"며 "이들 품목의 경우 3∼5년내 중국산이 국내 전체 공급 물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국내 공급량 중 수입산 비중이 46∼53%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고추의 경우 2009년쯤 중국산이 수입 시장을 100% 석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량 중국산인 수입 마늘의 경우 수입 물량마저 2003년 1460만달러, 2004년 2346만달러, 2005년 2120만달러, 지난해 3195만달러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산 사과, 배, 체리 등 과일류도 3∼10년후 수입이 허용될 전망이다. 한국은 현재 식물방역법상 중국산 과일류 수입을 규제하고 있지만 중국산 일부 과일류는 8단계로 이뤄진 수입 금지 해제절차를 절반 이상 통과한 상태다.

어명근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작황과 수급 상황에 따라 옥수수, 대두, 양념류 채소는 이미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고 조만간 과일류, 육류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며 "중국의 사정에 따라 농산물 수급 불안, 물가의 급격한 등락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입국 다변화 등의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