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처음으로 전체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70%를 넘어선 광주광역시 상무지구 일대(사진 아래). 그 뒤편으로 동림·운암지구에도 빽빽히 들어선 아파트들이 17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다. 광주/남호진기자 |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 수는 1322만2641채. 이 중 52.7%(696만2689채)가 아파트다. 주택 2채 중 1채는 아파트인 셈이다.
아파트는 새로 짓는 주택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1989년 ‘주택 200만호 건설’ 등 정부의 공급위주 주택정책이 시작된 이후부터다. 빈 집이 속출하는 농촌의 허허벌판에도 아파트는 치솟고 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2006년 전국의 주택건설 총계는 46만9503가구이고 이 중 아파트가 41만2891가구(87.9%)로 조사됐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아파트에 편중된 주택정책, 아파트를 통한 재테크, 주거문화의 급변 등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 결과 90년과 비교해 아파트는 4.3배(553만4572채) 늘어났다. 단독주택은 거꾸로 46만3392채 줄었다. 단독주택은 부수고 아파트는 짓는 정책 때문이다.
아파트는 한국 문화를 읽는 주요 코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단독주택은 불편하고, 단독주택에 사는 가장은 재테크 무능력자로 낙인 찍히는 식이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비율은 90년 3대 7에서 이젠 정반대가 됐다.
외국인들은 아파트를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여길 정도다. ‘아파트 공화국’을 쓴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교수는 “한국의 대도시 어디를 둘러봐도 시야에 들어오는 아파트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박스’ 같은 아파트촌의 폐해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녹색연합은 도심 아파트 지역에 사는 어린이의 아토피·천식 등 환경성 질환 발병률이 외곽의 단독주택에 사는 어린이들에 비해 3배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도시에서는 아파트가 도심을 둘러싸면서 바람이 통하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온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열섬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희대 토목건축공학부 온영태 교수는 “아파트는 도시의 생태환경에 역행하는 건축물이기 때문에 아파트 건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주택정책은 향후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택을 20~30년 후에 부숴버리고 다시 짓는 ‘소비재’로 취급하지 말고 후세까지 쓰는 ‘환경’의 하나로 생각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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