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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돈 맛 본 사람들, 결국에는 또…

여행가/허기성 2007. 6. 10. 07:29

작년 초 경기 파주 신도시에서 토지보상금 32억원을 받은 김만수(가명·56)씨. 그는 보상금 중 10억원만 연금보험에 넣고, 나머지는 부동산을 다시 사들였다. 대토(代土) 목적으로 파주에서 가까운 연천에서 5억원어치 농지를 매입하고, 서울 잠실에는 30평형대 아파트를 7억원 주고 사뒀다. 나머지 10억원은 월세 수입을 얻기 위해 일산신도시의 3층짜리 상가에 투자했다. 김씨는 “같이 보상금 탔던 주민 대부분이 부동산에 다시 투자했다”고 말했다.

규제에만 치중하다 주택공급이 줄자 정부가 뒤늦게 ‘빨리, 많이, 싸게’를 외치면서 쏟아낸 ‘졸속 신도시’들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10개의 신도시와 수십 개의 미니 신도시를 동시에 개발, 30조원이 넘는 토지 보상비의 상당부분이 부동산 시장으로 환류(還流), 집값, 땅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수요 조사가 없이 이곳 저곳을 택지로 개발하는 바람에 입주시점에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교통 대란이 불가피한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도시 보상, 매년 5조원 이상 ‘돈잔치’=정부가 개발할 2기 신도시는 모두 10곳. 이 가운데 보상이 끝난 판교, 동탄1을 제외해도 향후 3~4년간 풀릴 토지 보상비는 해마다 5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660만평 규모인 동탄2신도시에만 6조~7조원, 평택과 양주신도시에도 각각 3조원의 보상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검단과 송파신도시도 비슷한 규모의 보상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그동안 땅값이 많이 올랐고, 일부 신도시는 사전 정보 유출과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보상비 지출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토지 보상비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03년 10조원에서 작년엔 23조원으로 급증했다. 2001년에 ㎡당 4만7500원이었던 토지보상 단가도 2005년 11만300원으로 배 이상 뛰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보상비 증가는 결국 분양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주변 집값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상금 절반 “땅 사고, 집 샀다”=신도시 개발에 따른 토지 보상비는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지 않고, 대부분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상반기 중 보상금을 탔던 사람과 직계 가족의 부동산 거래 내용을 조사한 결과, 보상금(6조6500억원)의 절반 정도인 3조2000억원이 부동산 재투자에 쓰였다. 우리은행 박승안 팀장은 “보상금 받아서 사실 해 볼 만한 게 없다”면서 “대부분 아파트와 땅, 자동차를 사고 남는 돈은 은행에 넣어둔다”고 말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최근엔 강남권의 아파트나 월세가 나오는 상가, 빌딩에 재투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주택도시연구원 박헌주 원장은 “토지보상을 현금으로 주지 말고 아파트로 주는 입체환지방식을 도입하면 부동자금을 상당수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4~5년 내에 10여 개의 신도시를 만들다 보니 보상금이 한꺼번에 쏟아진다”며 “외국처럼 20~30년 정도의 장기적인 개발로 보상비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주시점에는 교통대란·지역별 수요 불균형 예상=정부가 뒤늦게 공급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10개의 신도시가 2010년 전후 대거 입주를 시작한다. 현재 개발 중인 10개 신도시 물량만도 57만8000여 가구. 여기다가 국민임대주택단지 등 소규모 택지개발지구까지 합치면 입주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건교부의 추정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공급물량이 2004~2006년에는 20만 가구 안팎이었지만 2008~2010년에 연간 40만 가구 수준으로 급증한다. 문제는 정부가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 쉽게 택지로 개발할 수 있는 경기도 외곽지역만 집중 개발하고 있어 지역별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교통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일부 지역은 오히려 입주시점에 집값이 급락하고 빈집이 남아도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허겁지겁 쫓기듯 택지를 개발하다 보니 전체 교통망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아 수도권 전체를 난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