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담배를 핀 것은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갔을 때였다. 공부를 잘하는 범생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착한 이미지를 싸아왔기 때문에 담배를 핀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이 때도 담배를 핀 것은 아니다. 뻐끔 담배니까 담배 연기만 빨아 내보내는 것에 불과했다. 따라서 니코틴 중독은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담배를 핀것은 고등학교로 졸업한 직후였다. 친한 친구 녀석과 함께 친구 누나를 만났다. 당시 친구 누나가 졸업 기념으로 친구와 나에게 한양대 앞에서 술을 사주었다.
지금이야 여자가 담배를 핀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당시에는 여자가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그나마 용인되는 곳이 대학가 술집이지만 이 마저도 눈치가 보여서 함부러 필 수 없었다. 그래서 권한 것이 은하수였다.
혼자 피기는 다른 사람의 눈이 의식되기 때문에 필 수 있으면 함께 피자는 것이었다. 이 때처음 담배를 폐까지 깊이 들여마셔 봤다. 하늘이 빙 돌며 나타나는 역겨움. 몇 모금 더 빨아 봤지만 이런 것을 왜 피는지 알 수 없었다. 친구 누나에게 물어 보니 친구 누나도 담배를 피게된 과정은 비슷했다.
당시 친구 누나는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놀러왔다가 가면서 담배를 두고 갔다고 한다. 친구가 두고간 담배를 호기심에 몇번 피워 보다가 계속 피게됐다고 한다. 나 역시 이일이 있은 뒤로 가끔 담배를 피웠고 그 뒤 약 20여년간 담배를 피게됐다.
그 동안 담배를 끊을까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아쉬움이 남아 계속 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담배를 끊으려고 한다. 뇌리에 깊이 박힌 세뇌. 그리고 니코틴이라는 그 악마의 유혹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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