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조직표만큼 믿을 만한 것도 없다. 미풍에 쉽게 흔들리는 여론과 달리 안정적이고, 그만큼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에서도 조직을 기반으로 한 조직표가 당선을 좌우한다. 2002년 대선 때 ‘노풍(盧風)’처럼 특별한 바람이 불지 않는 한.
그렇다면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경선후보 가운데 당내 조직표를 누가 더 장악하고 있을까. 현재 한나라당에는 두 후보의 조직표를 둘러싸고 엇갈리는 주장이 양립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 측은 지난해 5·31지방선거 직후부터 지역조직 확보에 주력해 상당히 앞설 것”이라는 분석과 “당 대표를 했던 박근혜 후보가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뒤지지만 당내 조직에서는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조직에 여론까지 등에 업었으니 두말할 나위 없다. 반면 후자라면 이 후보와 박 후보 간의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
‘주간동아’는 당내 조직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전국 지역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지지 성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역책임자 7명을 포함해 모두 233개 지역의 운영위원장 가운데 이 후보 지지자가 106명으로, 박 후보 지지자 85명보다 21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지도 참조). 이 후보가 박 후보에 비해 조직표 확보에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이 후보 지지자는 45.5%, 박 후보 지지자는 36.5%로 두 후보 간에 9% 정도 차이를 보인다. 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두 후보 간 격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 간 격차는 9~10%다.
지역별로 보면, 이 후보는 선거 판세를 좌우할 서울 부산 인천 울산 등 대도시에서 박 후보보다 2배 이상 많은 운영위원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 측에서 우위를 점한 곳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와 상대적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이 적은 대전 광주 호남 강원 등이다.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지역을 보면 두 후보는 경북에서는 (이) 7 : (박) 7로 비슷한 수준의 지지자를 확보했지만, 경남에서는 (이) 7 : (박) 4로 이 후보가 우위를 차지했다.
서울과 함께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는 (이) 14 : (박) 15 : (중립) 16의 비율로 아직 어느 후보도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구도다.
이 후보가 박 후보에 비해 지지하는 운영위원장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번 경선에 유리하다.
현재 한나라당 경선 규칙을 보면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로 대선 후보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운영위원장은 이 가운데 대의원을 선발할 때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의원은 각 지역별 유권자 수에 따라 적게는 130명, 많게는 260명까지 선발하는데, 위원장은 이 중 60~70%를 자신이 통제 가능한 인원들로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경선에 참여하는 해당 지역 당원들 중 최소 50% 정도는 운영위원장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결국 경선에 참여하는 대의원과 당원에 해당하는 50%의 표심은 운영위원장의 성향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운영위원장에 의해 관리되는 조직표는 여론과 달리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것이 바로 조직표의 위력이다.
중립 위원장들 행보 따라 변화 가능성 충분
그렇다면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후보가 확보한 운영위원장 수가 아직 반수를 넘지 못했다는 점. 현재 중립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류된 위원장은 42명이다. 이들의 향후 행보에 따라 조직표의 균형은 현재대로 유지될 수도, 역전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고지구당 기존 운영위원장들의 움직임이다. 현재 한나라당에는 전국 240개의 당원협의회 가운데 사고지구당 14개를 제외한 226개 지역에 운영위원장이 임명돼 있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7개 지역에 지역책임자를 두고 있다. 지역책임자는 해당 지역에서 사실상 운영위원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본지가 이번 조사대상에 지역책임자 7명을 포함, 모두 233개 지역을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사고지구당 14개 가운데 10개 지역의 기존 운영위원장들이 친(親)박 후보로 분류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백의종(마포갑) 오경훈(양천을), 부산 김병호(진구갑), 인천 이재선(서구을), 경기 홍문종(의정부갑) 김석균(안산상록갑), 강원 최연희(동해삼척) 등이 바로 사고지구당의 전 운영위원장들이다.
이들은 운영위원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자신의 지역구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박 후보와 이 후보 간 조직표 차이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는 이 후보가 박 후보에 비해 당내 조직표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아놓은 것은 분명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지역별 운영위원장의 지지 성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두 후보 측에서 각각 자파로 분류한 위원장과 중립으로 분석한 위원장 명단을 받았다. 그리고 두 명단을 엇갈려 비교한 뒤 양쪽 모두 지지하는 것으로 돼 있거나, 한쪽에서는 자파로 분류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중립으로 분류한 위원장들은 전화를 통해 직접 입장을 확인했다.
전화 통화가 안 된 위원장은 중립으로 분류했다. 다만 두 후보 측 분석이 일치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최근 경선과정에서 당 지도부로부터 당원권 정지를 받아 운영위원장직을 상실한 곽성문 정두언 의원도 조사대상에 포함했다. 두 의원은 경선 선거인단에 포함될 대의원들을 추천하는 등 운영위원장으로서의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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