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자 ‘장미의 가시’, 완충녹지 조심하세요
땅 투자 ‘장미의 가시’, 완충녹지 조심하세요
수도권 인기지역 도로변 땅에 많아…맹지나 다름없어 주의해야
2004년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48번 국도 인근의 임야 1500평을 매입한 윤모(63)씨는 요즘 속이 쓰리다.
올해 6월 이 땅이 김포시 중남부권 도시기본계획상 완충녹지로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땅이 완충녹지로 편입되면 주택 건축을 포함한 개발행위가 모두 금지돼 땅값이 크게 떨어진다.
윤씨는 “장기 택지지구에서 가깝고, 도로 변으로 투자성이 좋아보여 이 땅을 매입했다”며 “하지만 완충녹지로 묶이면 땅이 쓸모없게 돼 투자금(9억8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완충녹지에 편입되면 땅값 ‘0원’
완충녹지란 향후 도로확장 등을 대비해 주요 도로의 양쪽 주변을 따라 지정한 폭 10∼30m의 녹지지역을 말한다.
완충녹지는 주로 국도ㆍ지방도, 철도, 하천 주변에 띠 모양으로 길게 지정된다. 이 녹지지역은 땅의 용도지역(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등)간 경계선(기능 상충지역)에 지정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완충녹지에 편입되거나 접한 땅은 도로개설, 건물 신축 등이 어려워 시세가 거의 형성되지 않는다고 본다. 용인 중앙토목측량설계사무소 이봉림 대표는 “보통 도로변 땅은 주변에 비해 2∼3배 정도 비싸지만 완충녹지에 편입된 도로변 땅은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완충녹지에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접한 도로변 땅도 사정은 비슷하다. 완충녹지와 접하면 도로개설이 사실상 불가능해 땅 값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그린벨트와 비슷한 완충녹지에는 진입 도로를 낼 수 없다”며 “우회도로가 없는 한 ‘맹지’나 다름없게 돼 땅 값이 주변에 비해 크게 싼 편”이라고 말했다.
김포, 용인 등에 완충녹지 많아
이런 완충녹지는 대부분 용인, 김포, 남양주 등 수도권 인기지역에 많다. 인기지역일수록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 교통량이 늘어날 수밖에 때문에 지자체가 미리 도로 확장을 염두에 두고 주요 도로 주변을 완충녹지로 묶어두기 때문이다.
현재 용인의 경우 42번 국도(구갈택지지구 인근 구간)과 45번 국도(김량택지지구 인근 구간)을 비롯, 신갈ㆍ모현ㆍ양지 도시계획구역 인근 도로변 등이 완충녹지로 지정돼 있다.
동백지구와 용인 행정타운(삼가동) 사이 42번 국도 주변도 마찬가지다. 또 23호 지방도 4㎞ 구간(성남시 백현동 백현 IC-용인시 동원동 경계)의 도로 양쪽 20m 이내 지역 13만5042㎡도 완충녹지로 묶여 개발행위가 불가능하다.
김포의 경우에는 48번 국도 편도 1km 구간(나진검문소-김포신도시 초입)에 너비 10~15m의 완충녹지(면적 10000㎡~15000㎡)가 올해 6월부터 지정될 계획이다.
때문에 이 지역 땅값 폭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선 보고 있다. 김포 현대공인 한 관계자는 “완충녹지 지정계획이 발표되기 전 이 곳 땅값은 평당 200∼300만원에 달했다”며 “하지만 지정계획 발표 이후 값은 크게 떨어져 땅주인(24명)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투자전에 도시계획도면 확인해야
땅이 완충녹지로 묶이거나 접하게 되면 값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투자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완충녹지 상태에서는 공공용지 수용에 따른 보상금 지급도 없지만 나중에 실제로 도로확장을 위해 수용당할 때는 보상금을 받는다.
완충녹지는 주민공람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땅 소재지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완충녹지 예정지가 표시된 ‘도시계획재정비안 도면’을 도시계획과에 비치해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받는다.
투자자들은 이때 매입하려는 땅이 완충녹지에 편입되거나 접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확인을 통해 완충녹지로 묶일 가능성이 있는 땅은 매입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최근에는 완충녹지로 묶인 것을 알리지 않고 매물을 내 놓는 땅주인도 있어 관련 서류를 반드시 확인한 후 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완충녹지 지정여부는 지번으로는 알 수 없고, 해당 시청 도시계획과에 준비된 ‘도시계획 도면’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용인 명선공인 오현근 사장은 “요즘 땅 매수 문의가 오면 땅이 완충녹지로 묶였는지 확인하는 게 중개업소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며 “도로변 땅이라고 덜컥 사지 말고 가시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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