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톺아읽기]증시 요동·금융 불안 가중.... 미분양 넘쳐나는데 공급은 폭주.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최근 경제 기사를 관통하는 화두는 유동성이다. 2000년 이후 바로 최근까지 세계적으로 주식과 부동산 폭등을 불러왔던 유동성 파티가 바야흐로 끝나가고 있는 시점이다. 누군가가 나서 설거지를 해야 할 텐데 다들 서둘러 자리를 뜨고 싶으면서도 일단은 파티를 더 즐기고 싶어 하는 눈치다. 분명한 것은 파티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 흥청망청한 파티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파티의 분위기는 이미 가라앉았다. 파티의 참석자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위기의 첫 번째 징후는 은행의 돈 가뭄이다.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돈줄이 마르기도 했지만 은행 예금이 주식시장으로 빠져 나가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된 탓이 크다. 덕분에 주식 시장은 폭등했지만 은행이 은행채와 양도성 예금증서 발행을 늘리면서 금리가 치솟았고 주택대출 금리가 8%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위기의 두 번째 징후는 주식 시장의 불안이다. 1900에서 1700대로 추락하는데 나흘 걸렸고 다시 1900선을 회복하기까지 5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머징마켓의 주식을 꾸준히 팔고 있다. 금융 불안에 대비, 이익을 실현하고 현금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다.
위기의 세 번째 징후는 부동산 시장의 공급 과잉이다. 미분양이 넘쳐난다는데 건설사들은 공급을 크게 늘렸다. 12월1일부터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분양가를 마음껏 올려받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10월 한달 수도권 건설 인허가 실적이 지난해 보다 무려 890%나 늘어났다. 미분양 사태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위기의 네 번째 징후는 환율 급등락이다. 외국인들이 주식과 채권을 내다팔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했다.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선물환 매도도 한몫을 했다. 은행이 단기 자금 조달에 치중한 탓도 크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단기 자금을 융통,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화를 매입했고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위기의 다섯 번째 징후는 채권 시장의 패닉 현상이다. 국채 선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국고채 금리는 6%까지 치솟았다. 11월 30일 한국은행이 나서서 무려 1조5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지만 금리는 오히려 뛰어올랐고 시장의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다섯 가지 징후는 사실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자금 부족에 직면한 은행이 채권 발행을 남발하고 금리가 뛰어오르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가계 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유동성의 쏠림에 따라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환율까지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은 폭락의 전조마저 보이고 있다.
파티가 끝나가고 있는데 다들 파티의 여흥을 즐기고 있을 뿐 아무도 설거지를 할 생각은 없다. 이제 폭탄 돌리기가 시작될 참이다. 폭탄은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채권으로 외환으로 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언론은 파장(罷場)을 경고하기 보다는 오히려 폭탄 돌리기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경제는 1일 <주가 1900 탈환… 연말 랠리 기대되네>에서 "연말까지만 본다면 저점은 이미 확인됐으며 연말 20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며 추동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신문은 11월30일 사설 <요동치는 금융시장 선제적 대응에 나서라>에서 "시장의 자율 기능을 해소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해 시장의 쏠림 현상을 선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10년 전 임기 말 도덕적 해이가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국난을 초래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요구도 부쩍 늘어났다. 규제를 풀어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경제는 11월29일 4면 <지방 투기과열지구 대폭 해제/침체된 시장 살리기엔 역부족>에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해제 뿐만 아니라 금융규제를 더 풀어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 "신규 분양주택 구입자에 한해 양도세를 5년간 유예하는 등 추가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서울경제는 11월30일 8면 <"규제보다는 시장에 맡겨 집값 잡아야">에서 "전문가들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하는 부분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거래·보유세 부분의 보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자는 주장이다. 서울경제는 11월30일 사설 <금융 불안 근본적 대책 강구해야>에서도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는 근본적 대응에 나서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매경은 1일 사설 <채권 시장 불안 차분하게 대응해야>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정책 당국은 시장 개입을 자제해 금융기관들의 적응능력을 키우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에 실린 1일자 칼럼 <주택시장 경착륙, 우리 일이다>도 주목할 만하다. 하준경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그동안 돈 관리를 방만하게 해서 발생한 문제들을 다시 돈을 풀어 해결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 지금은 과도한 투기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 연구원은 "금융기관과 감독당국은 총부채 상환 비율 등 주택금융 건전성 규제가 엄격히 지켜지도록 해야할 것이며 주택금융 소비자들도 향후 중장기적인 주택가격 및 금융조정 가능성에 유념하면서 차입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파티의 분위기는 이미 가라앉았다. 파티의 참석자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위기의 첫 번째 징후는 은행의 돈 가뭄이다.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돈줄이 마르기도 했지만 은행 예금이 주식시장으로 빠져 나가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된 탓이 크다. 덕분에 주식 시장은 폭등했지만 은행이 은행채와 양도성 예금증서 발행을 늘리면서 금리가 치솟았고 주택대출 금리가 8%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위기의 두 번째 징후는 주식 시장의 불안이다. 1900에서 1700대로 추락하는데 나흘 걸렸고 다시 1900선을 회복하기까지 5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머징마켓의 주식을 꾸준히 팔고 있다. 금융 불안에 대비, 이익을 실현하고 현금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다.
위기의 세 번째 징후는 부동산 시장의 공급 과잉이다. 미분양이 넘쳐난다는데 건설사들은 공급을 크게 늘렸다. 12월1일부터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분양가를 마음껏 올려받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10월 한달 수도권 건설 인허가 실적이 지난해 보다 무려 890%나 늘어났다. 미분양 사태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 매일경제 11월29일 3면. | ||
위기의 다섯 번째 징후는 채권 시장의 패닉 현상이다. 국채 선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국고채 금리는 6%까지 치솟았다. 11월 30일 한국은행이 나서서 무려 1조5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지만 금리는 오히려 뛰어올랐고 시장의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다섯 가지 징후는 사실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자금 부족에 직면한 은행이 채권 발행을 남발하고 금리가 뛰어오르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가계 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유동성의 쏠림에 따라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환율까지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은 폭락의 전조마저 보이고 있다.
파티가 끝나가고 있는데 다들 파티의 여흥을 즐기고 있을 뿐 아무도 설거지를 할 생각은 없다. 이제 폭탄 돌리기가 시작될 참이다. 폭탄은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채권으로 외환으로 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언론은 파장(罷場)을 경고하기 보다는 오히려 폭탄 돌리기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경제는 1일 <주가 1900 탈환… 연말 랠리 기대되네>에서 "연말까지만 본다면 저점은 이미 확인됐으며 연말 20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며 추동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 한국경제 12월1일 18면. | ||
부동산 규제 완화 요구도 부쩍 늘어났다. 규제를 풀어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경제는 11월29일 4면 <지방 투기과열지구 대폭 해제/침체된 시장 살리기엔 역부족>에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해제 뿐만 아니라 금융규제를 더 풀어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 "신규 분양주택 구입자에 한해 양도세를 5년간 유예하는 등 추가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 서울경제 11월30일 8면. | ||
서울경제는 11월30일 8면 <"규제보다는 시장에 맡겨 집값 잡아야">에서 "전문가들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하는 부분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거래·보유세 부분의 보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자는 주장이다. 서울경제는 11월30일 사설 <금융 불안 근본적 대책 강구해야>에서도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는 근본적 대응에 나서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매경은 1일 사설 <채권 시장 불안 차분하게 대응해야>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정책 당국은 시장 개입을 자제해 금융기관들의 적응능력을 키우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에 실린 1일자 칼럼 <주택시장 경착륙, 우리 일이다>도 주목할 만하다. 하준경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그동안 돈 관리를 방만하게 해서 발생한 문제들을 다시 돈을 풀어 해결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 지금은 과도한 투기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한국일보 12월1일 31면. | ||
출처 :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설거지는 누가 하나
글쓴이 : 땅박사/허기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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