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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여행가/허기성 2008. 1. 3. 04:33

2008년 1월 2일 (수) 09:30   미디어오늘

보수·경제지도 반대하는 한반도 대운하

[경제뉴스 톺아읽기]이래도 밀어붙일까… 건설사 CEO 면담 등 본격 행보 시작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추세다. 반발 여론을 의식한 듯 선거 국면에서는 잠잠하더니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면담하고 사업성 여부 검토를 부탁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장석효 인수위 한반도 대운하 태스크포스 팀장은 "건설업체들이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대운하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물론 건설회사들이야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재원 조달이야 정부가 걱정할 일이고 환경 문제도 건설회사들이 신경쓸 일은 아니다. 공사 기간 최소 4년, 재원은 모두 15조8천억 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건설회사들에 흘러들어가게 된다. 민자 사업으로 갈 경우 수익성을 두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정부가 20년씩 적자를 보전해준다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언론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이명박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인 보수·경제지들조차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경향신문 1월1일 11면.
경향신문은 2일 <개발·성장주의 포로가 된 대한민국>에서 "경부운하는 거대한 자연 파괴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개발을 통한 성장지상주의'의 결정판"이라면서 "시대를 역류하는 개발주의와 토건국가로 향하는 전주곡"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홍성태 상지대 교수의 말을 인용, "경부운하는 이미 병적인 상황에 놓인 토건국가의 문제를 극도로 악화해서 토건 공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김봉선 정치부장은 구랍 24일 칼럼에서 "후대들이 또 한반도 대운하 복원에 나서야 한단 말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이진곤 논설위원은 2일 칼럼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뉴딜 정책, 특히 테네시강 종합개발사업을 연상시킨다"며 "그러한 토목공사가 과연 얼마나 양질의 고급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을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이훈범 논설위원도 1일 칼럼에서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 "새만금의 전철을 다시 밟기에는 되돌아볼 걸음이 너무 멀다"고 지적했다.

▲ 서울경제 1월2일 7면.
서울경제도 2일 "여전히 대운하 건설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정부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당초 당선자가 밝혔던 '선 합의 후 추진' 원칙을 무시하는 셈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서울경제는 "한반도 대운하는 청계천 복원과 달리 전 국민의 이해가 걸린 문제"라며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국민 합의 없이 추진할 경우 자칫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론 분열이라는 갈등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1월2일 사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장기적으로는 재앙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며 "그런 만큼 그 실행을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2일 사설에서는 '''수도 이전' 등 공약에 집착하다 국정 혼란을 좌초한 노무현 정부를 반면 교사로 삼으라"면서 "공약을 정책화 하자면 취사선택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12월24일 사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24일 사설에서 "자칫 건설경기는 이명박 정부 때 즐기고 비용은 다음 정부가 치르는 구조가 될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공약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공약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매일경제도 기자수첩에서 "표를 모으기 위해 급조된 공약은 헛된 약속이 되게 하라"고 조언했다.

▲ 조선일보 12월24일 사설.
한국일보는 다음 달 개최되는 토론회를 두고 "최근 움직임을 보면 밀어붙이기 식 강행에 대한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며 "자칫 '대운하 대못질'이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인수위 관계자의 발언과 관련, "이제 타당성 검토 시점은 지났으며 대운하 프로젝트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매일경제 12월25일 사설.
여론조사 결과도 언론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동아일보는 1일 "이명박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 찬성(48.7%)이 반대(39.8%) 보다8.9% 포인트 높았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조사에서도 '대체로 찬성하는 편'이라는 답변이 39.2%, '매우 찬성'이 8.4%로 절반에 가까운 47.6%가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대체로 반대하는 편'은 23%, '매우 반대'는 15.8%로 나타났다. 찬성이 반대보다 8.8% 높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신문 조사에서는 51.0%가 재검토돼야 한다고 답했고 폐지돼야 한다는 답변도 14.5%나 됐다. 반면 공약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은 24.4%에 그쳤다.

▲ 한국일보 1월1일 18면.
이명박 당선자가 언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일 수 있을까.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 긍정적인 입장의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매일경제와 한국일보 정도가 고작이다. 특히 한국일보는 기사에서는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칼럼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지지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매일경제는 2일 카스피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전장 700km의 카자흐스탄 운하 등을 거론하며 <국운 상승의 기회로>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한국일보 강병태 논설위원은 지난달 26일 칼럼에서 "섬 나라 내륙도 내륙 수로가 발달했다"면서 "(운하가) 육상과 철도 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이고 재난 위험도 낮은 것으로 공인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지금껏 거짓을 떠든 입 다물고 진짜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1일 <"대운하에 지방 중소 건설업계 사활 걸렸어요">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