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10년 전매제한 한다는데…투자자만 처분 자유롭게 ‘투기’ 우려

[한겨레] 입주자가 100% 소유할 수 있나
투자펀드 청산땐 입주자에 ‘우선 매수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올 하반기 도입하겠다고 밝힌 ‘지분형 분양주택’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부터 투기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분형 분양주택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몇가지 의문점을 살펴본다.

■투기 억제장치 무너지나?=인수위는 지분형 분양주택을 우선적으로 수도권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주택에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분양값 상한제가 적용되고 채권입찰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분양값 상한제가 적용되는 중소형 주택은 10년 동안 전매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투자자는 10년 이내에도 지분을 자유롭게 시세대로 처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입주자 지분과 투자자 지분이 서로 다른 이중가격을 형성하면서 입주자 지분까지도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불법 전매가 성행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분 매각 허용이 투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투자자에게 전매제한을 풀면 입주자도 형평성을 주장하며 10년 전매제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민원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올 하반기에 지분형 분양주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지나치게 의욕이 앞선 결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 수원 광교 새도시 등에서 공공주택 분양이 예정돼 있지만 연내에 지분형 분양주택을 공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분형 분양주택은 민간펀드나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 투자를 받아 건설비를 조달한 뒤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고 분양승인 절차를 거쳐 수요자에게 분양된다. 따라서 주택법과 관련 주택공급 규칙을 속히 개정한다면 하반기에 공공택지에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공공주택은 올해부터 후분양제가 적용돼 공정률 40%가 지난 뒤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연내 사업승인을 받더라도 실제 분양은 1년 뒤에나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수도권 공공택지 가운데 어떤 곳에서 공급이 가능한지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분 매각은 어떻게?=입주자가 나중에 투자자의 지분을 사들여 100%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도 의문이다. 입주자로서는 지분형 분양주택에 거주하는 동안 자금 여력이 생길 경우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는 보유한 지분을 유동화하거나 다른 투자자에게 처분할 수 있으며, 입주자에게 매각해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투자자 지분에 대한 펀드가 청산될 때는 입주자가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인수위의 복안이다. 펀드 청산 시기는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에 맞춰 입주일로부터 10년 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매각 때 가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투자자가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때는 시세대로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투자자가 실수요자인 입주자에게 지분을 넘길 때도 시세대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감정가로 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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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도입 영국에선…입주자가 나머지 지분 매입땐 감정가만 받아

지분형 분양주택 제도는 외국에서도 시행된 사례가 있다. 바로 영국에서다. 영국 정부는 1980년대에 공공임대주택 불하(분양전환) 정책에 따라 공공주택 재고가 줄어들고 입주 대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서민층의 주거불안이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분형 분양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선 공공기관인 ‘영국주택협회’가 투자자 구실을 맡았으며, 2005년 말 현재 지분형 주택 재고는 9만6천 채인 것으로 되어 있다.

영국의 지분형 분양주택은 입주자 지분율을 기준으로 25%, 50%, 75% 세 가지이며, 공동 소유자인 입주자와 협회는 각자의 지분을 상대방에게만 매각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입주자가 100% 지분을 취득해 온전한 자가주택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입주자의 75% 지분은 예외적으로 시장에서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게 허용된다. 이 경우는 입주자가 소유권 대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협회는 입주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때 감정가격만 받는다. 인수위가 발표한 지분형 분양주택은 펀드 등 민간에 투자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영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 투자자들이 누구에게든 시장 가격대로 지분을 처분해 수익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다른 점이다

출처 : 10년 전매제한 한다는데…투자자만 처분 자유롭게 ‘투기’ 우려

글쓴이 : 땅박사/허기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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