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고향 김해 봉하마을‘스케치
땅 3.3㎡당 50만~60만원대 호가…땅주인 70%는 외지인
(김해=성연진 기자) “뛰기야 많이 뛰었지. 4만~5만원 하던게 무려 40만원이 넘었으니까. 근데 이 작은 마을에 관광단지 만든다고 사람이 많 것나. 투자할 만한 곳이 없대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고향마을 뉴타운(?)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경상남도 김해 진영의 봉하마을 설풍경은 예상외로 스산했다. ‘5년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과 노란색 풍선이 마을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을 뿐 들뜬 표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걸어서 10분이면 다 둘러보는 50여 세대가 안되는 작은 마을에 외지인이 대거 드나들고 예산 459억원을 쏟아 만든다는 세간의 비판이 이어졌지만, 정작 고향 마을 뉴타운 사업 바람은 잠잠했다. 인근 창원이나 마산에서 간혹 문의가 오고 2006년 노 대통령 귀향이 본격화되면서 땅값도 훌쩍 뛰었지만, 그 후 눈에 띄는 변동은 없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4차선 도로가 뚫릴 봉하마을 앞 마을수로 건너 농지는 3.3㎡ 당 4만~5만원하던 것이 2006년 귀향 발표 후, 최고 10배 오른 40만원을 호가할 정도. 형 노건평씨 집과 마을 공동창고에 가까운 곳의 가격이 가장 높고 한 블록마다 5만원씩 내려가 노 대통령의 경호동 맞은편 께에는 30만~32만원선에 이른다는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거래가 전무한 상황.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진영신도시도 5000여 가구 중 60%가 미분양일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가 워낙 필지가 적어 조금만 사도 누가 샀는지 다 알기 때문에 거래를 꺼린다”며 이 지역 땅 주인의 70%는 창원이나 마산 등 외지인이고 30%가 진영 읍내라고 밝혔다.
봉하마을 주민들 중 자기 집 말고 땅을 가진 사람은 2~3 가구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준다. 때문에 부동산 호재지역에서 으레껏 그랬듯이 외지인만 재미을 봤을 뿐 사실상 농사지을 땅과 자기 집 밖에 모르는 마을 주민들에겐 땅값 오른 게 의미가 없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대신 마을 인근 부동산업자들에겐 노 대통령 측근이 땅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A 공인중개사는 “사저에서 웰빙숲으로 이어지는 길이 모 중종의 땅인데 시세가 3.3㎡당 30만원 정도이었으나 아마 못줘도 2배가 넘는 50만~60만원은 주고 매입했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생가도 그 곳에 사시던 분이 안판다고 해 노 대통령 측근이 차명으로 3.3㎡당 1200만원 주고 지난해 3월 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지 총 면적이 264㎡에 달하니 9억 6000만원을 줬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로 인해 ‘봉하마을 땅값은 대통령 측근이 올리고 있다’는 비난도 들릴 정도.
3.3㎡당 600만원 선으로 분양될거라 알려진 노 대통령 측근들의 연립주택의 경우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거품’이라 입을 모았다. 진영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500만원 전후로 조성된 것과 비교해 너무 높다는 것.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본래 과수원이 있던 자리로 자연녹지라 건폐율 20%, 용적률 100%로 높이 못짓고 빌라를 지었을 것”이라며 “최고급 마감재를 썼다 해도 땅 값, 건축비 다 해 3.3㎡당 400만원선이면 충분하지 않겠느냐”며 강한 거품론을 제기했다.
현재 봉하마을 주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개발 호재는 진영역 이전과 김해로 통하는 4차선 도로 개통. 마을 주민 A모씨는 “노 대통령 사저를 짓고 지난해 12월 국밥을 돌렸는데 그 때 맞은 편 산을 뚫어 김해시로 통하는 도로를 개통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빙빙 돌아가는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대통령의 생가 뒤편 사저와 경호동은 거의 완공된 상태. 지하 벙커에 래미콘이 무려 300대 분량이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도는 등 현지에서 조차 뒷말이 끊이질 않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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