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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가격 ‘내려오는 길’이 없다

여행가/허기성 2008. 2. 25. 16:47

유명브랜드 선호 심리 이용… 美.日보다 40% 비싸‘거품’그대로



회사원 전기호(38) 씨는 한결 누그러진 날씨에 봄 등산복을 준비하기 위해 등산복 매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겨울 방한복 재킷과 바지를 사는 데 70만원 가까이 투자한 만큼 봄 등산복은 좀 알뜰하게 구입하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재킷 가격만 4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등산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등산은 국민레저 스포츠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과거와 달리 등산복도 패션화 경향이 뚜렷해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매장을 찾으면 만만치 않은 가격에 주눅 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비싸면 비싼 값을 하는 것이 등산복이라지만 유난히 견고한 거품에 의문을 갖는 등산객들도 늘고 있다.

▶거품은 얼마나



=교복과 유.아동복은 물론 신사복까지, 의류 전반에 걸쳐 거품 빼기가 본격적인 흐름을 타고 있지만 등산복의 거품은 여전히 꿈쩍도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도입한 ‘그린 프라이스(green price.정찰가격제)제도’를 통해 ‘세일가=정상가’라는 인식 깨기에 나섰다.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생활.식품 등에 이어 유.아동복도 4개 자체브랜드(PL)에서 3000여개 품목을 새롭게 선보였다. 성인복 가격과 맞먹을 만큼 턱없이 비싼 유.아동복을 20~50% 가격을 낮춰 ‘반값 아동복’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등산복은 이런 흐름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유명 브랜드 재킷 하나 가격이 40만원에서 70만원에 이른다.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패션웨어로 진화해가고 있는 등산복에서 신체를 보호해주는 기능성은 빠뜨릴 수 없는 중요 부분이다. 고가의 등산복일수록 기능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등산복 브랜드에 유난히 짝퉁(가짜 브랜드)상품이 난무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실제 방수성능을 강화한 고어텍스 소재의 등산복 재킷의 경우, 70만원에 이르는 가격 중 원단 비중은 3분의 1 정도. 부자재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백화점 수수료와 업체의 마진으로 고스란히 빠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어텍스라는 인지도가 높아서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라며 “10여곳에만 원단을 한정 수량으로 공급해 가격을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품 왜 안 빠지나=



고가 등산복의 건재는 기능성에 혹하고 고가를 선호하는 한국 등산객들의 과시 성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일부 상품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도 그런 점을 노리는 상술 때문이다.

한 등산복 매장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의 한 등산 슬리핑백의 경우 미국이나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는 179달러에서 189달러지만 한국에서는 243달러에 판다”며 “그러나 상품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소량으로 수입했기 때문에 관련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가 판매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등산복을 살 때는 브랜드 자체보다 제품의 구성이나 원단 등을 비교하고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다. 같은 원단에 디자인도 비슷한데도 유명 브랜드라는 이름값 때문에 30~40% 이상 비싼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등산 전문가들은 “특별한 기능성이 있거나 원단이 다른 것도 아닌데 다른 국내 제품보다 2~3배의 가격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히말라야 등정이나 많이 험한 산행에 나설 생각이 아니라면 고기능성 고어텍스를 택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