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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보란 듯’ 강북 소형 집값↑↑↑

여행가/허기성 2008. 3. 6. 00:22

[한겨레] 수도권 일대 소형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새해 들어 서울 강북지역에서 소형 아파트와 연립, 다세대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수도권 일대로 상승세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10~20평대 소형의 매맷값이 지난해 연말에 견줘 1천만~2천만원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할 정도다. 연초부터 물가가 오르고 집값도 뛰어오르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어디가 오르나?=서울 강북에서는 노원구의 집값 상승세가 거침없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노원구 집값은 새해 두달간 4.3% 올라 서울시내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노원구 집값 상승세의 진원지는 상계동 일대다. 지난 두 달 동안 20평대 매맷값이 3천만~4천만원 정도 올라, 85㎡(25평) 이하 소형이 처음으로 3.3㎡당 1천만원대를 넘어섰다. 주공7단지 79㎡(23평)형의 경우 최고 호가가 2억9천만원까지 치솟았고, 59㎡(17평)은 1억8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계동 서울공인중개사사무소 유선화 사장은 “운전면허시험장과 창동 차량기지국이 옮겨가고 개발된다는 소식에 7단지와 10단지 물건이 동나더니 주변 지역으로 오름세가 파급됐다”면서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임대사업자도 물건이 나오는대로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는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일대 소형 아파트 밀집지역 집값도 오르고 있다. 고양시 화정동 화정역 주변 달빛마을 70㎡(21평)은 지난해 말까지 1억3천만원선에 거래됐으나 최근 1억5천만원으로 2천만원 정도 올랐다. 광명시 하안동 주공아파트 56㎡(16평)은 1억6500만원으로 한달새 1천만원 이상 올랐다.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집값이 오르자 집주인들이 좀더 기다려보자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전셋집을 구하려던 신혼부부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사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소형 집값 껑충 왜?=강북과 수도권 일대 소형 평수 집값이 오르는 데 대해 부동산업계에서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한다. 서울 강북의 경우 경전철 사업과 곳곳에서 진행되는 재개발로 전셋집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집값까지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금이 오르자 불안해진 실수요자들이 소형 주택을 매입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소형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면 금리를 웃도는 임대수익과 함께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전용 85㎡ 이하 다섯채를 임대하다 매각해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주택 임대사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며 “임대사업용으로는 매맷값에 비해 전세금이 높은 역세권의 소형 평수 아파트, 다세대주택이 선호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규 주택 분양시장에서 소형 평수 공급이 부족해진 것도 소형주택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고양시 식사지구나 덕이지구 등 최근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 민간 택지지구는 미분양이 수두룩한데도 20평대가 한 채도 없는 곳이 많다. 건설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30평대 이상 중대형 위주로 지으면서 소형주택 분양을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사철을 앞두고 계약이 마무리된 이달 이후에는 소형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불씨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당분간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중대형 약세, 소형 강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로 예정된 새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맞물릴 경우 중소형 집값이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