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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퇴근길 지하철 불청객들

여행가/허기성 2008. 3. 17. 06:46

늦은 저녁시간, 아직 막차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지하철 플렛폼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없다.

저쪽에서 지저분한 옷차림에 무언가 큰 걸 끌고 오는 사람이 보인다. 전에도 본적 있는 '지저분한 옥수수 장사'다. 내 옆에 서 있는 아주머니에게 옥수수를 사가라고 하지만, 아주머니는 쳐다 보지도 않는다.

지하철이 도착하면서 듬성듬성 자리가 있는 것이 보인다. 앉아서 갈 수 있을 것 같다. 자리에 앉았는데, 아까 그 옥수수장수가 다시 나타났다. 큰 소리로 '도와주세요'를 연발 하면서 꼭 젊은 아가씨나 아주머니만 골라서 옥수수를 반 강제적으로 떠맞겨 보지만, 지저분한 차림으로 지하철에서 파는 옥수수를 사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역시 한 개도 못팔고, 건너편 차량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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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장수가 없어져서 조용해 졌나 싶었더니, 갑자기 중년의 아저씨가 중간에 선다. 무언가 안좋은 느낌이 들자마자, 큰소리로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큰소리 지만 너무 빠르게 말하셔서 처음에는 무얼 하시는 건지 몰랐는데, 중간 중간에 '하나님' 과 '천국'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전도를 하시고 싶으신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땅바닥만 보시면서 말씀 하시니 아무래도 기도를 하시는 모습으로 보인다. 큰소리로 말씀 하시지만 너무 빨리 말하셔서 무슨 내용인지 잘 들리지가 않는다. 이래서는 목적한 바를 이루시지 못하실 듯 하다. 나조차도 어서 끝내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 만 있었다. 건너편 차량에서 오시던 '장갑을 팔려고 하셨던 것 같은 아주머니'가 '기도하시는 아저씨'를 보더니 내려 버리신다. 다른곳에서 장사를 하시려나 보다. 나도 이제 곧 내려야 겠다.

다음 정거장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타신다. 둘러 보시며 자리를 찾아보지만, 앉을 자리가 없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발견하신 듯 노약자석 쪽으로 가신다. 곧 노약자석에서 졸고 계시던 젊은 아가씨를 향해서 고함을 지르신다. 아가씨는 기분이 상했는지, 계속 조는 척 하고 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데 내가 비켜 드릴 껄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정거장에 내릴때 까지, 할아버지의 고함 소리는 계속 되고 있었다.

다음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플렛폼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방금 전에 떠난 모양이다. 한참을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줄이 제법 길어지자 지하철이 도착한다. 뒤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얼른 맨 앞에 서있는 내 옆에 서신다. 그래도 이 할머니는 소리는 지르지 않으시겠지.

운 좋게도 자리가 있다. 내 옆에 서셨던 그 할머니도 저쪽에 앉으신 모양이다. 내 앞에 앉아계신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는 다리를 너무 벌리고 계신다. 옆에 앉은 아가씨가 무척 불편 해 보인다.

저쪽에 앉아계신 아저씨는 DMB TV를 보시는 모양이다. 드라마를 보시는 건지, 소리치는 여자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이어폰을 쓰시는 법을 모르시나 보다. 다행이 시끄러운 벨소리를 울리며 소리치며 전화받으시는 아저씨는 없는 것 같다. 그나저나 저기 떠나가라 웃으며, 온 지하철에 다 들릴 만큼 큰소리로 수다떨고 있는 저 아가씨들은 언제 내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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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거장에서 '다리 벌리시는 할아버지'가 내리신다. 자리가 있는데 아무도 안 앉으려나 보다. 저쪽에서 왠 젊은 아가씨가 다가온다. 자리에 앉으려나 보다. 영하의 날씨에도 용감히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다. 술을 마신건지, 피곤한건지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고 자버린다. 하필 내 앞에서 잘께 뭐람. 나도 눈 둘 데가 없으니, 눈을 감아야 겠다.

눈을 떠보니 벌써 내려야 한다. 잠깐 졸은 모양이다. 오늘은 이상하게 각종 불청객들을 많이 만난다. 내일은 좀 더 일찍 퇴근해야 겠다. 시끄러운 것 보다 사람 많은게 차라리 낫다.

불청객 = 듣기싫은 소리를 내는 지하철 손님 = 지저분한 옥수수 장수, 기도하시는 아저씨, 고함치시는 할아버지,  큰 소리로 DMB 보시는 아저씨, 시끄러운 아가씨들

 

 

출처 : 퇴근길 지하철 불청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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