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최고 스타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정대세(24,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경기장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6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전. 양 팀 모두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0-0 무승부로 끝난 경기에서 남과 북의 으뜸가는 스타 박지성과 정대세가 모두 눈물을 쏟아냈다. 사연은 달랐지만 두 선수는 상하이의 밤을 눈물로 적셨다.
먼저 눈물을 보인 쪽은 '인간 불도저' 정대세. 지난 동아시아대회에서 한국 수비를 무너뜨리며 득점에 성공하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그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북한의 국가가 울려 퍼지자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의 눈물은 두 뺨을 타고 내려올 정도였다.
정대세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복 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 조국 통일이 가까워 진 것 같다 " 고 말할 정도로 남북전에 큰 의미를 두었던 정대세는 애국가에 이어 북한 국가가 울려 퍼지자 눈물을 보인 것. '우리학교'라 불리는 일본의 조선 학교 교육을 받은 정대세에게 남북전은 가슴 벅찬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경기 시작 전 눈물을 보인 정대세와는 달리 박지성은 경기가 끝난 후 뜨거운 눈물을 떨궜다. 박지성은 0-0 무승부인 가운데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먼 길을 떠나 원정 응원을 온 팬들을 향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팬들을 향해 걸어가던 박지성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 있었고, 뺨에는 한 방울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비춰진 박지성의 눈물이 정대세와 같은 성격의 것이었는 지는 알 수 없다. 감동의 눈물인지, 무승부의 아쉬움에서 나온 눈물인지, 그도저도 아니면 남북전과 팬들의 응원이 주는 벅찬 심정 때문이었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강하고 쿨한 남자로 여겨지던 박지성의 눈물은 분명 보기 드문 일이었다.
같은 핏줄이지만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맞선 남과 북의 선수들은, 제 3의 국가에서 뜨겁게 서로를 겨뤘고, 그 중심에 선 두 남자 박지성과 정대세는 뜨거운 눈물로 상하이의 밤을 적셨다. 0-0 무승부로 끝난 이 날의 경기는 그래서 더 뜻깊은 90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입신고’ 어디서나 가능…주민등록 말소제도 폐지 (0) | 2008.05.16 |
---|---|
[스크랩] 아버지를 지게에 업고 금강산을 유람한 아들 (0) | 2008.04.04 |
[스크랩] 퇴근길 지하철 불청객들 (0) | 2008.03.17 |
[스크랩] 조선 무엇을 꿈꾸나? (0) | 2008.03.10 |
중국소녀 “내 몸에 ‘남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0) | 2008.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