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о중년의 넋두리..♣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여행가/허기성 2008. 4. 18. 23:44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낭송 애니 이재영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