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방문을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특별기 안에서 열린 공식 수행원 간담회.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해외 식량 기지 확보 계획'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해외 식량 기지 확보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연해주 같은 지역의 땅을 30~50년 장기 임차할 수 있을 것이다. 쌀값이나 사료 값이 너무 올라서 대북 식량 지원을 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고 식량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가능하면이모작이나 삼모작이 가능한 동남아 지역을 장기 임차해 쌀이나 곡물을 생산, 현지에서 사료 등을 만들어 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960~70년대 이후 사실상 잊혀져 온 '해외 식량 기지 프로젝트'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상당히 구체적인 '그림'을 담고 있다. 해외 식량 기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언급에서 몇 단계 더 나간 내용들이다. 특히 연해주를 콕 찍어 언급한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연해주 구상'은 이 대통령의 오랜 꿈
하지만 이 대통령의 연해주 구상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연해주 전문가인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 원장은 "이 대통령은 1989년부터 현대그룹이 추진했던 연해주와 하바롭스크 북한 벌목장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며 "당시 고 정주영 회장을 모시고 수시로 드나들며 연해주의 광활한 평야를 직접 눈으로 보고 가능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오랫동안 익혀온 이 대통령의 꿈이라는 설명이다. 동남아 역시 이 대통령에게는 친숙한 지역이다. 현대건설에 있을 때 수많은 건설 사업을 진행했으며 2000년부터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경제 상황을 훤하게 꿰뚫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해외 식량 기지 프로젝트'를 꺼낸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세계를 휩쓸고 있는 곡물 파동이다. 쌀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의 국제 가격이 일제히 치솟아 곡물 수입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경제 기반이 취약한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 폭동도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곡물가 폭등을 '값싼 식량의 종말', '농업의 복수' 등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곡물가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쉽게 꺾일 가능성은 낮다는 걸 의미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곡물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곡물 자급률은 2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급률 98.9%인 쌀을 제외하면 곡물 자급률은 4.6%로 뚝 떨어진다. 김용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식품 산업의 기본 원료로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옥수수 콩 밀 등 주요 3개 곡물의 자급률을 모두 합쳐도 5%가 안 된다"며 "쌀을 뺀 대부분의 곡물을 다국적 곡물 메이저와 이들의 국내 수입 대행 업체를 통해 국제시장에서 국제 입찰로 사오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단순히 가격 급등만 문제되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수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돈을 줘도 곡물을 살 수 없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해외에 식량 기지를 건설해 위기 시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해외 식량 기지 확보의 필요성은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이나 대만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과 대만은 1인당 농지 면적이 각각 347㎡, 373㎡에 불과하지만 해외에 각각 1인당 3438㎡, 660㎡의 농지를 확보해 놓고 있다. 식량 위기에 대비해 일찌감치 투자해 온 결과다. 반면 한국은 1인당 농지가 330㎡에 불과한데도 해외 농지 확보 면적은 1인당 66㎡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이미 2006년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10곳에 농업 기지를 세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농민이 전 세계의 40%가량을 차지하는데 반해 경작 가능 농토 비중은 9%에 불과해 13억 인구를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다. 아직은 농산물 수출국이지만 콩 옥수수 등 일부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지원 기관, 전문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해외농업개발협력단이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내 진출 기업의 성공 사례와 해외 선진 사례의 수집에 들어갔으며 8월까지는 해외농업개발사업 10개년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는 목표다.
현재 해외 식량 기지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연해주와 몽골 캄보디아 등이다. 여기다 개별 기업들이 대규모 농지를 확보했거나, 확보하기 위해 진출한 곳을 포함하면 대상지역은 10여 곳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세계 곡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카길, ADM, 프랑스 루이 드레퓌스, 브라질 벙기 등 곡물 메이저들의 영향권 밖에 있는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곡물 메이저들이 물류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는 나라에 진출할 경우 물류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곡물 메이저들이 들어가지 않은 곳은 그만큼 리스크도 큰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식량 기지 건설을 삽만 들고 가면 다 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종자에서부터 비료, 농약, 농기구, 영농 지도, 판매, 물류까지 일관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한다.
농업 관련 민간 연구소인 GS & J인스티튜트 이정환 이사장은 "해외 식량 기지 확보는 10~20년을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며 "일본도 1990년대 곡물가가 하락했을 때 손실을 봤지만 식량 안보 차원에서 꾸준히 투자한 덕분에 최근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해외 식량 기지 확보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연해주 같은 지역의 땅을 30~50년 장기 임차할 수 있을 것이다. 쌀값이나 사료 값이 너무 올라서 대북 식량 지원을 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고 식량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가능하면이모작이나 삼모작이 가능한 동남아 지역을 장기 임차해 쌀이나 곡물을 생산, 현지에서 사료 등을 만들어 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960~70년대 이후 사실상 잊혀져 온 '해외 식량 기지 프로젝트'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상당히 구체적인 '그림'을 담고 있다. 해외 식량 기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언급에서 몇 단계 더 나간 내용들이다. 특히 연해주를 콕 찍어 언급한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연해주 구상'은 이 대통령의 오랜 꿈
하지만 이 대통령의 연해주 구상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연해주 전문가인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 원장은 "이 대통령은 1989년부터 현대그룹이 추진했던 연해주와 하바롭스크 북한 벌목장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며 "당시 고 정주영 회장을 모시고 수시로 드나들며 연해주의 광활한 평야를 직접 눈으로 보고 가능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오랫동안 익혀온 이 대통령의 꿈이라는 설명이다. 동남아 역시 이 대통령에게는 친숙한 지역이다. 현대건설에 있을 때 수많은 건설 사업을 진행했으며 2000년부터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경제 상황을 훤하게 꿰뚫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해외 식량 기지 프로젝트'를 꺼낸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세계를 휩쓸고 있는 곡물 파동이다. 쌀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의 국제 가격이 일제히 치솟아 곡물 수입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경제 기반이 취약한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 폭동도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곡물가 폭등을 '값싼 식량의 종말', '농업의 복수' 등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곡물가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쉽게 꺾일 가능성은 낮다는 걸 의미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곡물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곡물 자급률은 2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급률 98.9%인 쌀을 제외하면 곡물 자급률은 4.6%로 뚝 떨어진다. 김용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식품 산업의 기본 원료로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옥수수 콩 밀 등 주요 3개 곡물의 자급률을 모두 합쳐도 5%가 안 된다"며 "쌀을 뺀 대부분의 곡물을 다국적 곡물 메이저와 이들의 국내 수입 대행 업체를 통해 국제시장에서 국제 입찰로 사오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단순히 가격 급등만 문제되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수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돈을 줘도 곡물을 살 수 없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해외에 식량 기지를 건설해 위기 시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해외 식량 기지 확보의 필요성은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이나 대만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과 대만은 1인당 농지 면적이 각각 347㎡, 373㎡에 불과하지만 해외에 각각 1인당 3438㎡, 660㎡의 농지를 확보해 놓고 있다. 식량 위기에 대비해 일찌감치 투자해 온 결과다. 반면 한국은 1인당 농지가 330㎡에 불과한데도 해외 농지 확보 면적은 1인당 66㎡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이미 2006년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10곳에 농업 기지를 세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농민이 전 세계의 40%가량을 차지하는데 반해 경작 가능 농토 비중은 9%에 불과해 13억 인구를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다. 아직은 농산물 수출국이지만 콩 옥수수 등 일부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지원 기관, 전문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해외농업개발협력단이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내 진출 기업의 성공 사례와 해외 선진 사례의 수집에 들어갔으며 8월까지는 해외농업개발사업 10개년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는 목표다.
현재 해외 식량 기지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연해주와 몽골 캄보디아 등이다. 여기다 개별 기업들이 대규모 농지를 확보했거나, 확보하기 위해 진출한 곳을 포함하면 대상지역은 10여 곳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세계 곡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카길, ADM, 프랑스 루이 드레퓌스, 브라질 벙기 등 곡물 메이저들의 영향권 밖에 있는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곡물 메이저들이 물류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는 나라에 진출할 경우 물류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곡물 메이저들이 들어가지 않은 곳은 그만큼 리스크도 큰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식량 기지 건설을 삽만 들고 가면 다 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종자에서부터 비료, 농약, 농기구, 영농 지도, 판매, 물류까지 일관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한다.
농업 관련 민간 연구소인 GS & J인스티튜트 이정환 이사장은 "해외 식량 기지 확보는 10~20년을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며 "일본도 1990년대 곡물가가 하락했을 때 손실을 봤지만 식량 안보 차원에서 꾸준히 투자한 덕분에 최근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이 사는 법]해외 식량기지 플랜 대공개
글쓴이 : 땅박사/허기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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