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의 대표상품인 인사이트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최근 한 통의 자산운용보고서를 받았다. 그런데 평소 자산운용보고서와는 내용이 조금 달랐다. 보고서 첫 장에 있는 펀드 개요에 '위로의 말'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투자자들에 대한 위로의 말이었지만 이것은 최근 박현주로 대표되는 미래에셋이 처한 위기 상황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었다.
이런 모습은 지난번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의 사과와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3일 최 부회장이 중국펀드를 포함한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난 것과 관련해 고객들에게 사과를 했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실상은 언론보도와 차이가 있었다. 당시 최 부회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과거 엄두도 못 낼 리서치 전문가 두 명을 영입한 사실을 밝히고 향후 글로벌 리서치 전략을 설명했다.
설명 이후 일문일답 과정에서 펀드 손실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최 부회장은 "고객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 지난 2000년 '박현주 펀드'를 판매했을 때는 더 큰 위기상황이었다. 지금은 당시보다 상황이 훨씬 낫다. 장기적으로 보고 미래에셋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그 이후 최 부회장의 발언은 모두 미래에셋의 운용전략과 중국 경제에 대한 믿음으로 점철됐다. 그럼에도 다음날 대부분 기사는 사과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날 영입된 인재들에 대한 소식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 자산운용보고서(2008년 5월∼6월)에 실린 글은 고객들을 달래는 데 집중됐다. 보고서에서 미래에셋은 '설정 이후 글로벌 투자환경은 예기치 않은 상황들로 인해 악화되었고, 인사이트펀드는 초기에 의도했던 분산효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6.07%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였습니다. 인사이트펀드의 분산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글로벌 증시 급락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바,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래에셋이 전과 달리 머리를 숙인 배경에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시장 상황과 고객들의 냉정한 평가가 강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해온 인도주식형펀드가 수익률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설정 9개월 만에 해지됐다. 해지된 펀드는 100억 원 규모로 설정된 '미래에셋 인디아대형주 Value 주식형 1CLASS-C'로 해지 당시 수익률은 -20.06%이었다. 이 펀드는 인도 증시가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 10월 초 설정돼 수익률이 최고 19.58%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최근 인도 증시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추락했다. 이 때문에 해지 당시 순자산은 79억 원으로 줄었다. 가입자들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손절매를 해 펀드가 해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정액은 작지만 미래에셋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인 셈이다. 게다가 이 펀드는 최소가입금액이 50억 원으로 몇몇 기관투자가만 참여한 사모펀드다. 때문에 미래에셋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가 급락했다는 평가와 함께 일반투자가들도 동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운용사의 해외펀드뿐 아니라 해외 뮤추얼 펀드에서도 자금 유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이 같은 우려는 무게를 더하고 있다.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의 자금도 지난 6월 이후 유출되는 현상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월 들어 지난 17일까지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에서 총 273억 원이 순유출됐다. 지난 6월에도 인사이트 클래스A와 클래스C, 클래스Ce에서 총 60억 원이 환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끝나면서 펀드 가입자들이 더 이상 펀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현주 회장에 대한 믿음이 그 만큼 약해진 셈이다.
이처럼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가 악화된 수익률을 보인 것은 박 회장의 중국 중심 투자 전략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정설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증시가 가라앉자 국내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중국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지만 미래에셋은 박 회장의 중국 집중 투자전략에 맞춰 중국 비중을 늘려 60%대 중반까지 올렸다. 그러나 고유가와 에너지난으로 인해 기대되던 러시아와 브라질에 대한 비중은 축소했다. 이것이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의 발목을 잡았고 투자자들 사이에 박 회장에 대한 불신감을 높아지게 했다.
이 때문인지 이번에 나온 보고서에 실린 '인사이트펀드에 대한 투자자 여러분들의 우려어린 목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라는 대목은 심상치 않게 다가온다. 실제로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의 중국(홍콩 포함) 투자비중은 61.1%로 전기(2008년 3월~4월) 66.02%에 비해 4.92%포인트 감소했다. 비록 중국의 견고한 경제 성장과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장기적 신뢰를 바탕으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중국 투자 위험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일부 수용한 셈이다. 또 원자재가 급등 수혜국인 브라질에 대한 투자비중은 6.51%에서 7.12%로 다시 확대했다. 결국 박 회장의 중국 집중 전략에 상처를 남긴 셈이다.
게다가 각종 펀드 수익률 조사에서 드러나듯 미래에셋이 운용사들 중에서 상승장에 유독 강한 반면 하락장에서 약세를 보이는 점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킨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자신과 비교되는 워런 버핏에 비해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상승장과 하락장을 수차례 경험하며 투자 노하우를 쌓은 노장보다 무게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래에셋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까지 받는 등 안팎으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식매매를 위탁하면서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에는 0.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국내 비계열 증권사에는 0.10%의 수수료율을 적용, 부당지원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일각에서 이번 조치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법 위반 기간이 2006년 6월부터 11월까지 5개월로 단기간이고 같은 해 12월부터 우리 삼성 대우 미래에셋 등 평가 상위 4개 증권사에 대해 0.15%의 수수료율을 적용, 자진 시정한 덕에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박 회장과 미래에셋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증권업계에서 나오는 각종 보고서는 중국의 경제 상황을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류다. 특히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중국 시장이 어디로 갈지 점치기 힘들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심지어 모 자산운용사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은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계속 달려왔다. 이제는 먼지와 묵은 때를 털고 나가야 할 때다. 멕시코처럼 자본주의를 택한 나라도 외환위기를 두 번 겪었고 우리나라도 한 번 겪었다. 중국이 지금까지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 겪을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시장에 조만간 강한 충격이 올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은 6월부터 한 달 가까이 해외에 머물고 있다. '도피성 외유'라는 비난도 있지만 아직 많은 투자자들과 시장은 박 회장이 해법을 들고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라며 기대 섞인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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