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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이야기..

여행가/허기성 2008. 8. 22. 16:09

 

서울 한복판 아파트값을 놓고 거품이 끼었느니, 안 끼었느니 외국인들까지 참견하는데 그냥 한국인에게 맡겨 놓으시라. 삼성경제연구소는 2006년 11월 6일자로 보도자료 하나를 냈다. 제목은 `주택시장 불안과 금리 보고서`라는 것인데 2005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 주택에는 평균 17%, 이 가운데서도 아파트에는 32.4%의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성장률과 집값, 균형금리와 실제금리 간 차이 등을 변수로 국내 주택의 이론가격(내재 가치)을 산출하고 이를 실제가격과 비교하는 방법으로 거품을 계산했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로도 집값은 더 올랐는데 삼성경제연구소가 그런 자료를 낸 것은 당시 노무현 정권이 하도 불안해하니 위안도 좀 주고 과열된 시장심리도 식혀 보려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 발표 후로도 가격이 올랐으니 삼성경제연구소 주장대로라면 특히 버블세븐 중 강남 3구 거품률은 50%쯤 돼야 맞을 것 같다
.

지금의 절반 가격이 돼야 거품 없이 날씬한 정찰가격이란 말씀인데…. 세상에 이론과 실제가 맞는 사례가 어디에 있는가. 재미있는 것은 일본 사례를 거슬러 올라가면 거품이 끼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그만큼 폭 빠져 버리지 않더라는 사실이다. 15년, 20년을 두고 조금씩 빠져 아주 골병을 냈었다.

거품 크기를 재는 게이지는 전 세계적으로 집값을 소득으로 나눈 수치, 즉 PIR(price income ratio)다. 한마디로 몇 년 벌어 집을 살 수 있느냐는 척도. 또 다른 방법으론 집값과 렌트(rent) 수입을 계산하여 공금리를 벌 수 있느냐는 것.

한국 PIR는 33평짜리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국민소득 2만달러(약 2000만원)에 4인 가족 기준 대략 8000만원을 기초로 PIR가 5배면 4억원, 10배면 8억원이 된다.

역사상 가장 수치가 높았을 때는 올림픽 직후 1990년으로, 서울 아파트 PIR는 21.7배였다. 전국 평균으로 보면 90년 17.7배였고 2004년 8.99배, 2005년 9.39배, 2006년 11.25배로 돼 있다. 2006년 강남 3구는 18.9배다.

선진국 주요 도시 PIR는 대개 5배쯤이고 세계에서 주택행정을 가장 잘 하는 싱가포르가 2.0배라는 것은 팩트(fact)다. 좀 더 실감나게 알아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역시 거품 붕괴의 거장 일본과 비교해 보는 것.

일본 PIR는 1985년까지는 5.02배로 매우 얌전하던 것이 집값 폭등기인 88~90년도를 거치는 사이 9.78배(90년)로 치솟았다. 이게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당시 도쿄 인근 지역은 12배쯤 됐던 모양이다. 지금 한국 버블세븐 지역보다는 낮고 한국 전국 평균과는 비슷하다.

그러니까 한국 거품은 심각하고 지금부터 내릴 일만 남았다고 써대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들 주장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상대적 비교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 주택보급률, 수요ㆍ공급 간 괴리도, 인구증가 혹은 감소 속도, 금리 수준, 주택에 붙는 세금….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서 봐야지 달랑 PIR 숫자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 가령 인구가 감소하는 산골 내륙지역 집을 팔겠다는 사람뿐, 도무지 살 사람이 없다면 10억원을 들여 1억원에 팔려고 해도 안 팔릴 터. 이런 집의 PIR가 2배든, 1배든 뭐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는` 하나의 진실은 있다. 모든 방정식의 해는 평균치를 향해, 중앙값을 향해 수렴하더라는 것. 한국이 미얀마나 베트남처럼 인구 평균 연령이 스물 몇 살이 아닌 한 일본 궤적을 밟을 공산을 외면하지 마시라. 그러니까 여기서 무슨 규제장치를 풀어 집값을 또 띄워 보자, 88년 올림픽 후처럼 기분 내서 춤도 추어보고 그러자는 철없는 주장을 하지 말란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