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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친구' 행세 15차례 신혼가방 싹쓸이

여행가/허기성 2008. 9. 13. 19:38
예식장서 단정한 옷차림에 `3단계 작전'
치밀한 작전을 세워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친구라고 친인척들을 속인뒤 15차례에 걸쳐 신혼여행 가방을 통째로 털어온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를 당한 신혼부부들은 축복받는 날을 망친 것은 물론 공들여 마련한 귀중품에 항공권과 여권까지 도난당해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2일 예식장에서 전문적으로 신혼여행 가방을 털어온 황모(29.여)씨에 대해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달 30일 낮 12시 30분께 서초구 모 교회 결혼식장에서 신혼부부와 하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틈을 타 카메라, 여권, 항공권, 축의금 등 710만원어치 금품이 든 신혼 여행가방을 들고 달아나는 등 올해 5월부터 15군데 예식장에서 3천100여만원 상당의 신혼물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황씨는 범행 당일 따로 화장을 하고 미리 다른 신혼부부들에게서 훔친 명품 가방을 소지하는 등 외모를 단정하게 꾸민뒤 신혼부부 친척으로부터 웨딩카 열쇠를 건네받아 신혼여행 가방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는 바빠서 정신이 없는 신부 근처를 맴돌면서 신랑.신부의 친척과 친구들에게 신부의 친구라고 인사해 안면을 텄으며 사근사근한 대화를 이끌어가면서 귀중품을 맡은 친척과 보관하는 자동차를 파악했다.

황씨는 일단 접근 대상자가 파악되면 바로 3단계 작전에 들어갔다.
"신부가 자동차에서 핸드백을 가져오라고 한다"며 접근 대상자와 자동차까지 동행했다가 "찾는 물건이 없다"고 식장으로 그냥 되돌아와 일단 안면을 확실히 트며 의심을 가라앉히는 게 1단계.

이어 다른 물건을 찾는다고 둘러대며 자동차 열쇠를 받는 게 2단계인데 접근 대상자가 동행하지 않으면 범행은 그대로 끝나고, 동행하면 다시 그냥 돌아오지만 이때쯤이면 완전히 의심을 떨쳐낼 수 있게 된다.

기념사진 촬영 전후의 혼잡한 틈을 타 사진을 찍으려는 대상자에게 다가가 "신부가 급하게 찾는 게 있다"며 열쇠를 받아 신혼여행 가방을 들고 줄행랑을 놓는 것으로 3단계 작전은 마무리됐다.

경찰은 황씨가 과거에도 결혼식장을 돌면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처벌을 받은 적이 다수 있으며 올해 2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다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황씨는 "결혼하지 않고 낳은 4세 아들과 함께 생활고를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 교회에 가끔 나갔다"며 "주말 결혼식을 보면서 신혼여행 가방에 귀중품이 많이 들어있다는 걸 알게 돼 가방을 통째로 훔칠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씨의 범행 수법이 매우 치밀하고 대담해 노련함마저 엿보이는 데다 황씨로부터 압수한 명품 지갑 등이 수십 점에 이르는 사실로 미뤄 확인된 15차례 외에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황씨를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