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한강을 배경으로 탄생한 봉준호감독의 ‘괴물’이 관객 수 1300만을 넘겨 대박을 터트렸듯이 오늘날 한국의 부자들 주거지는 한강 접근성을 기준으로 서열이 매겨져 있습니다.
10년 전의 도곡동 타워팰리스나 삼성동 아이파크를 제치고 압구정과 용산, 여의도 일대가 우리나라 최고의 부촌으로 부상한 건 한강변을 접하고 있어 초고층으로 재건축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자산가들도 한강변초고층주택에 몰려들어 자연스레 최고 수준의 커뮤티니가 형성되었습니다. 동작역에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까지 걸쳐 있는 반포천도 물고기와 다람쥐, 청딱다구리가 뛰노는 생태하천과 시민들의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거듭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1급수에서만 서식한다는 물고기인 꺽지를 비롯 잉어, 붕어 등이 심심치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고 반포천을 배경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도 제작되고 있습니다.외국인 강사가 전담하는 다국적 교육 프랜차이즈 학원이 들어섰고 입시학원도 하나 둘씩 고액이지만 소수 정예를 목표로 단지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다국적 병원인 존스홉킨스 병원과 연계해 언제든지 최우선으로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사용 가능합니다. 웰빙, 디지털, 유비쿼터스 아파트 같은 개념의 주택은 모든 집에 보급되어 더 이상 새롭지가 않습니다.금주부터 이 일대에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다룬 미니 시리즈 12부작 ”한강의 연인”이 촬영될 예정입니다.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청춘 스타를 내세운 이 드라마는 유명 소설을 토대로 한 드라마여서 벌써부터 유명 기업체들의 협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초고층 주택들이 즐비한 압구정동과 이촌, 여의도지역만 해도 50억이상 자산가만 상대하는 국내외 은행들이 30여곳이 넘게 포진해 있습니다.현수씨는 출퇴근시 자가용보다는 회사까지 연결되어 있는 무공해 전기 전차를 주로 이용합니다. 10년 전 4대강 유역개발과 동시에 진행된 녹색뉴딜사업덕택에 전국 곳곳에 자전거길이 조성되었고 자전거 타는 분들이 대우를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10여년 전 한강변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을 통해 한강변에 50층 정도의 초고층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오래 전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집값급등의 진원지로 매스컴을 많이 탔었는데 이젠 ‘한강변 초고층 주택들’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절제된 아름다움을 가진 한강변 아파트들로 인해 ‘친수도시’로 탈바꿈한 한강은 가족 휴양지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한강다리 위에 지어진 멋진 카페에서 한강의 야경을 즐기는 데이트족들도 연일 증가하고 있고 ‘남녀간의 프로포즈 성사율 장소’로도 서울과 경기도 유명 호텔커피숍을 제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운 때만 맞으면 한강다리에 걸린 휘황찬란한 조명과 분수물줄기도 볼 수 있습니다.현수씨는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한강변을 길게 늘어져 자전거 전용트랙을 몇 바퀴 돌면서 아이들과 함께 철새들에게 먹을 거리를 던져 주는 게 큰 즐거움입니다.
현수씨 아래층에 거주하는 할아버지 같은 전통적 부자들은 한강변의 최첨단아파트에 살면서도 내심 숨쉴 수 있는 공간, 이웃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소통의 주택을 그리워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건설업체들도 더 이상 “웰빙”이나 “디지털” 컨셉보다 같은 부류의 사람들끼리 교류가 가능한 끼리끼리 마케팅인 “커뮤니티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잠들기 전 현수씨는 컴퓨터를 켜고 내가 우리나라 몇 번째 부자인지를 습관처럼 알아봅니다. 한강변으로 이사온 후 부자지수가 많이 상승해 컴퓨터를 켤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이명박, 청계천’ ‘오세훈, 한강르네상스’
오래 전 이명박 전대통령이 청계천을 기반 삼아 우뚝 일어섰듯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정계에서 입지를 탄탄히 굳히고 있습니다.한강르네상스 인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는 상당부분 지하화되어 한강 수변지역에 시민들의 접근성을 획기적 높여 외국언론에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의 도심지역과 한강 수변지역간 연계 기능이 강화되어 그동안 도심과 단절됐던 한강변이 문화, 상업, 주거기능을 갖춘 서울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강을 부자들에게 헌납했다”는 일부 여론도 있었지만 10여년 전 서울시장 재임시절 성공리에 정착시킨 ‘shift(장기전세 주택)’덕택에 부자들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게도 두루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제2롯데월드 모습 드러내…인허가 문제로 여ㆍ야간 정치 쟁점화
입주한지 10년을 갓 넘긴 아파트 단지로 대표되는 잠실은 성남 서울공항의 비행 안전 문제로 차질을 빚어온 한강변에 우뚝선 '잠실 제2롯데월드'가 당초보다 규모를 줄인 끝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상 100층이 넘는 이 빌딩에는 백화점, 호텔, 쇼핑몰, 사무실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제2 롯데월드가 건설 중일 때 극심한 교통난이 일어 민원소지가 되어 잠시 공사가 중단되었지만 그당시 서울시와 롯데측은 잠실 사거리 근처 송파대로 지하에 대중교통 환승센터 만들어 교통민원을 최소화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제2롯데월드 사업 인허가의 적법성에 대해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최첨단 디지털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집집마다 보급된 메모리 칩이 내장된 태양열로 작동되는 로봇 청소기를 자동프로그램에 의해 30분 정도 작동시킨 뒤 현수씨는 널따란 거실에 놓여있는 운동기구에 사뿐히 몸을 움직입니다.가족들의 주요 활동공간인 거실이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고 건설사들도 경쟁적으로 거실을 넓게 선보인 신평면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리모콘을 집어 들고 3번 버튼을 누르자 동서남북에서 ‘스르르’ 하얀 막이 내려오더니 이내 요들송과 함께 알프스 하이디 산맥의 풍경길이 펼쳐집니다. 알프스산맥은 고지대 비탈길임을 감안해 오늘은 10단 기어를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운동을 끝내고 보니 거실에 걸린 액자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컴퓨터를 이용해 방금 본 눈 덮인 알프스 풍경사진으로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생명칩이 내장된 필터로 담배를 피우면 “이제 당신의 수명은 몇 일 남았다”라고 그때 표시가 되어 마치 저승사자와 입맞춤 하는 것 같아 끔찍했었는데 한강변으로 이사온 뒤 매일 아침 한강변을 조깅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습니다.하지만 아직 철부지인 현수씨 아들은 현수씨가 담배를 피우면 벌칙으로 받았던 부수입이 생기지 않아 ‘뽀로퉁’한 모습을 가끔 보입니다.
마침 현수씨의 호주머니에 동전 몇 개가 있어 아들에게 건네주니 아들은 습관대로 ‘땡그르’ 돼지 저금통에 넣었습니다. 연이어 돼지 저금통은 “주인님 이젠 10만원만 채우면 드림스퀘어를 살수 있어요” 하며 꿀꿀거려 금방 아들의 얼굴색을 환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림 스퀘어’란 과거에 한창 인기를 끈 학습보조기구인 MC 스퀘어가 진화된 것으로 메모리 칩이 내장되어 있는 첨단 학습기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수학공식이나 영어단어를 입력시키더라도 수면을 취하는 동안 뇌 속으로 전달되어 저절로 학습이 되는 기구인 것입니다.요즘 건설업체들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교육열 높은 학부모들을 잡고자 ‘에듀(edu)’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아예 ‘드림 스퀘어’를 기본사양으로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건설사들 몸집 비대…또다시 부실 우려
10여년 전 금융위기를 잘 견뎌낸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주택뿐만 아니라 관급공사를 독식해 예전보다 오히려 몸집을 더 불렸습니다.
건설사들도 랜드마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건설사 브랜드향상을 위해 한강변에 몇 개 안 남은 아파트 재건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국내외 유명 건설사들은 출혈수주를 감수하고라도 최고의 작품수준의 명작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한강변초고층 인기에 편승해 사업을 추진했는데 일부 주택을 입주 후까지 팔리지 않아 미분양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어 10년 전과 똑같이 대주단 가입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현수씨 소망은 원하는 대로 꿈을 꿀 수 있는 최첨단 ‘꿈을 꾸는 베개’를 사는 것입니다. 꿈속에서라도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어머니를 만나 못다한 얘기를 밤새도록 나누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현수씨 주말 계획은 철부지 아들과 함께 집 앞 10분 거리에 있는 공원납골당에 가서 어머니에게 술 한잔 따라 드리며 어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입니다.
'노.후.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자도 인생과 다를 바 없다 (0) | 2009.02.24 |
---|---|
땅팔자! 사람 팔자! (0) | 2009.02.20 |
'억'소리 났던 상가들, 이제는 '깜깜이 할인' (0) | 2008.12.06 |
국민銀 400명 특별퇴직 실시…은행 감원 본격화 (0) | 2008.12.04 |
경매가 기가 막혀..“2번 유찰됐는데 시세보다 비싸네” (0) | 2008.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