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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늘고 금리는 오르고...하우스 푸어 한숨 '푹푹'

여행가/허기성 2011. 5. 26. 21:31

 4~5년새 집값 30% 하락 "집 팔아 빚갚기도 어려워"…대출규제 완화 신중해야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 마다 가계 부담은 8조원 늘어납니다. 금리인상과 집값 락이 본격화 할 경우 더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급증세를 타면서, 부동산 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고점에 비해 집값이 30% 이상 떨어져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추가 금리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이른바 하우스 푸어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26일 국토해양부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이 고점을 찍은 2006~2007년년 이후 시세가 30% 이상 떨어진 주요 단지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용인시 '신봉마을엘지자이1단지' 123㎡(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가격은 4억9600만원으로 지난 2006년 12월 7억7000만원에 비해 2억7400만원(36%) 급락했다.

일산 '후곡마을 태영17단지' 135㎡ 매매가는 5억4500만원으로 2006년 11월 8억750만원에 견줘 33% 떨어졌고, 분당 정자동 '분당파크뷰' 163㎡의 매매가는 2006년 4월 25억원에서 32% 하락한 17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수요가 뜸한 대형 평형이거나 분양가격이 높았던 개별 단지들을 중심으로 낙폭이 커지고 있다.
3~4년 전 저축은행이나 보험사들이 LTV(담보인정비율)를 아파트 시세의 70~75%까지 적용해 대출해준 걸 고려하면 이젠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기 힘든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프리이빗뱅킹(PB) 관계자는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경우 중도상환을 하고 집을 처분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임대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급매물이 더 나오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연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돼 이자 부담에 따른 대출자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물가 불안이 여전해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 신용의 취약성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고려하더라도 물가가 관리 범위 상단을 넘어서고 있어 한은이 오는 6월이나 7월과 4분기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같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면서 잠재적 가계부실을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대출규제를 완화시켜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를 꾀하려 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점점 늘어나 국가 경제를 흔들 위험 수위까지 도달했다"며 "가처분소득대비 금융부채를 제한하는 식으로 가계부채를 더욱 엄격히 관리해 나가야만 금융의 동반 부실을 막아 거시 경제의 체력을 다지고 부동산시장의 폭락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발 안 먹히는’ 개포지구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내 재건축단지들이 최근 재정비안 통과와 규제완화 등 각종 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집값은 2년 전 수준까지 후퇴하는 등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다.
26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개포지구 내 대다수 재건축 아파트값은 최저치였던 1∼2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쳤다.

개포지구에서도 재건축 추진이 가장 빠른 주공 1단지의 경우 50㎡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9억7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지만 최근 들어 8억8000만원대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때 8억1000만원까지 하락했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3월에는 가격이 11억원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1년여 만에 2억원 이상 빠졌다. 이 아파트 42㎡도 지난 3월까지 8억3000만원대를 줄곧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7억6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등장했다. 이는 2009년 5월 단기 저점(7억5000만원)을 찍었던 수준이다.

개포 시영 33㎡도 4억9000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하면서 지난해 9월(4억8500만원)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5억30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됐었다. 개포지구는 지난 3월 개포택지개발지구 재정비안이 통과되면서 주공 1단지의 경우 재건축 전문 변호사를 조합장으로 새로 선출하는 등 각 단지마다 재건축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초에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거주요건 폐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추진 등 호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호재에도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로 재건축시장이 투자자 위주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포주공 1단지 인근 O공인 관계자는 "강남권 진입을 원하는 수요자 중 잠실이나 목동 등 거주자가 대부분인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계약단계에서 포기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더구나 대출규제도 강화되다보니 투자수요마저 사라져 가격이 계속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도 "재정비안 통과라는 특급호재에도 재건축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먼데다 집값 하락도 계속되면서 서둘러 매수할 필요가 없다며 발길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며칠 전 안전진단을 통과한 반포 주공1단지도 문의만 조금 늘었을 뿐 거래가 전혀 없다"면서 "수요자들이 예전처럼 재건축사업에 대한 수익률을 낙관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약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