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입력 2011.07.31
◆ 수상한 땅값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사업이 진행되는 곳마다 토지매물이 귀해지고 땅값이 들썩거리는 이유는 현행 양도소득세 제도 때문이다.
부동산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본인 의사에 반해 공익 목적으로 토지를 협의 양도하거나 수용된 토지 대신 대체농지를 취득할 때는 양도세를 감면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사업에 따른 토지수용시 양도세는 1가구1주택 비과세 또는 8년 자경농지(5년간 3억원 한도)의 경우 별도 추가 조치 없이 전액 양도세를 면제한다. 그러나 그외에는 모두 대체토지로 보상받아 과세이연한다. 과세이연이란 만약 토지 보상 100억원을 받아 50억원 가치의 땅을 샀다면 땅을 구입한 50억원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고 나머지 50억원에만 양도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대토에 의한 양도세 100% 감면 규정은 농지 소재지 및 인접지역에서 4년 이상 거주하면서 2년 이내 대체농지를 취득해 3년 이상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며 경작한 경우에 해당된다. 대토를 하지 않으면 사업인정고시일로부터 2년 전에 취득한 토지를 수용(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현금보상은 양도세의 20%, 채권보상은 채권 보유 기간에 따라 25~50%만 감면받는다. 토지를 수용당하는 주민들 입장에선 보상금 100억원 모두 대토를 구입하는 데 사용해야만 세금을 100% 면제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하남감일지구 내 한 토지주는 "이미 70세가 넘어서 대토를 구입한다 해도 경작할 사람도 없다"며 "그런데도 대토를 구입하지 않으면 세금을 왕창 떼이게 돼 할 수 없이 대토를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토로 구입한 땅에 대한 대출이자 부담으로 주민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파주 운정3지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2007년 6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파주 운정3지구 개발 계획이 이듬해 12월 승인되자 주민들은 서둘러 대토 구입에 나섰다. 파주시에 따르면 대토 구입을 위해 토지주 1706명이 금융회사에서 담보로 대출받은 액수만 651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토 대신 개발지역 내 상업용지나 주택용지를 제공하거나 리츠에 대토보상권을 출자하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세제에 발목을 잡혀 지지부진하다. 국토부 토지정책과 관계자는 "세제를 담당하는 재정부에선 기본적으로 상업용지나 주택용지를 제공받거나 리츠에 출자하는 경우에도 현물출자로 취급해 양도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대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 "거래는 바닥인데 땅값은 떨어질 기미를 전혀 안 보여요." 지난 5월 LH의 사업 포기로 지구 지정이 취소된 오산 세교신도시 일대. 개발계획 취소와 함께 땅값도 급락하는 게 상식이지만 인근 신동아114 공인중개업소 얘기는 다르다.
세교3지구 2차로 도로변에 인접한 땅값은 올해 들어 매월 0.1%씩 오름세를 지속해 3.3㎡당 최고 400만원에 육박한다.
#2 경기 하남시 감일동 일대 한 중개업소. 대토를 찾아나선 인근 주민과 중개업자 간 심각한 대화가 오간다. "이쪽 하남에서는 웬만한 땅은 동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축사를 지으려면 3.3㎡당 500만원은 생각해야 할 겁니다."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기 전보다 30% 이상 오른 값이다. 씁쓸한 표정으로 중개업소 문을 나서는 주민은 "남들처럼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보상금이 나오기 전에 땅을 샀어야 했는데 잘못했다"며 한탄했다.
땅값이 수상하다. 수도권 집값은 줄곧 곤두박질인데 땅값만 올해 들어 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학벨트 선정,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등 호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땅값 과열 이야기까지 나온다. 수도권에선 건설사들이 공급을 꺼려 전세대란을 초래하고 지방에선 집값ㆍ분양가가 치솟는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서울(-0.3%), 경기도(-0.2%), 인천(-1.3%) 등 수도권 집값이 모두 1년 전보다 떨어졌다. 반면 올 상반기 서울 지역 땅값은 0.6%, 인천은 0.3%, 경기도는 0.5% 올랐고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수도권 땅값 상승은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비롯한 각종 공공개발사업을 추진한 데 따른 기대감이 크게 반영됐다.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ㆍ서초, 고양 원흥 등 보금자리주택 사업지구에서 풀린 돈만 1조5521억원에 달한다. 올 하반기에 시흥 은계, 부천 옥실, 구리 갈매 등에서 추가로 5조원 이상의 보상금이 더 풀린다. 박종철 한국부동산전문교육원 이사는 "천문학적 토지보상금은 원주민 대토 구입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주변 땅값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주택보증이 전국 분양보증 발급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원가비율이 지난 2006년 27.9%에서 2010년 말 33.5%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 5월 말 서울시 면적(605㎢)의 3.5배에 달하는 땅(2154㎢)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해 정부가 내년 선거시즌을 앞두고 땅값 받치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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