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늘고 집값 뚝뚝, 기로에 선 2기신도시
입력 2013.04.01
2010년 5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인천 검단2신도시 개발 계획이 3년 만에 백지화되면서 신도시 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검단신도시 외에 동탄, 김포, 파주, 광교 등 다른 2기신도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기업 없이 아파트만 줄줄이 들어서면서 자족기능이 부족한 데다 대중교통,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마저 외면하다 보니 신규 분양 아파트는 줄줄이 미달 사태를 맞기 일쑤다. '직장 가까운 서울을 두고 굳이 신도시 가서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까지 쏟아진다. '애물단지'가 된 수도권 2기신도시 실상을 짚어보고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지 살펴본다.
"허허벌판에 신도시 지정해놓고 대학 캠퍼스, 아파트 유치하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해제하면 어쩌라는 겁니까. 도로나 각종 기반시설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한마디로 뒤통수 맞은 꼴이네요." (인천 검단2지구 주민 A씨) 국토해양부가 인천 검단2지구에 대한 택지개발지구 지정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부진으로 주민 70% 이상이 지구 지정 해제를 요구해서다. 2011년 충남 아산 탕정2지구와 경기 오산 세교3지구 계획이 취소된 적은 있지만 수도권에서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백지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단2지구는 인천시 불로·마전·대곡동 일대 694만㎡(약 210만평) 부지에 4조4000억원을 들여 2만1200가구(인구 5만3000여명) 규모 주택을 건립하는 신도시 조성사업. 2010년 5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다. 계획대로라면 2만여가구 아파트와 대학 캠퍼스가 들어서기로 했던 이곳은 현재 낡은 집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인천 검단신도시는 2006년 10월 인천 서구에 분당급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다. 전체 면적 1812만㎡에 인구 23만명, 9만2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2지구 개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졌고 사업은 장기간 표류했다.
공급과잉·경기침체로 미분양 늘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지역 토지 소유주의 반대 여론이 커졌고 급기야 사업시행자인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동으로 지구 지정을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검단2지구 사업 취소로 인천 검단신도시는 당초 계획했던 전체 면적 1812만㎡에서 2지구 694만㎡를 제외한 1118만㎡로 축소됐다. 검단1지구도 전체 개발 면적의 30% 수준인 230만~330만㎡ 규모의 시범단지를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무산 위기를 맞은 곳은 비단 검단뿐 아니다. 경기가 좋을 때 무더기로 지정됐던 수도권 2기신도시는 공급과잉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몸살을 앓고 있다.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에 2기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김포 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송파 위례,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10여곳이 선정됐다.
2기신도시가 선정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신도시 규모만 놓고 보면 1기신도시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1기신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통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녹지율을 높여 쾌적한 주거 여건을 제공하고 자족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수도권 2기신도시 중 현재 주택 공급이 진행 중인 곳은 성남 판교와 동탄·파주 운정·김포 한강·위례신도시 등 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는 2011년 공급 확대에 치우친 주택 정책을 포기하고 도시 발전 전략을 수정했지만 손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남영우 나사렛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을 대체하려 2기신도시를 개발했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먼 거리에 지정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각종 기반, 상업시설이 부족한 만큼 입지 조건이 1기신도시보다 떨어지는데도 주택 공급이 대단지, 중대형 평형으로 이뤄지면서 공급과잉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서울에 인접한 지역에 보금자리주택 개발 정책까지 발표했다. MB정부는 5차에 걸쳐 19곳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2기신도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남영우 교수는 "2기신도시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위기가 터지고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2기신도시 가운데 성남 판교와 화성 동탄 등 수도권 남부 신도시는 그런 대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주변에 대기업이 입주한 데다 강남 접근성이 좋고 기반시설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 지역도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기신도시 선두주자인 판교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2월 3.3㎡당 2346만원에서 올해 2월 2095만원으로 10%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과천 아파트 값이 2567만원에서 2333만원으로 9% 내린 것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판교 아파트는 청약 광풍이 불었던 2006년 로또로 불리며 3.3㎡당 1600만~1800만원에 분양됐다. 판교 첫 민간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최고 2000 대 1을 넘었고 평균 50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주가 본격화된 2009~2010년에는 분양가의 두 배에 이르는 3.3㎡당 3000만원 선에 육박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때만 해도 2기신도시 미래는 장밋빛 일색이었다. 그러나 올 2월 기준 1800만~2200만원 수준까지 떨어져 분양가 대비 웃돈은 15% 안팎에 불과하다.
경기 남부 최대 아파트 공급 지역인 동탄2신도시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지난해 1, 2차 동시 분양에선 비교적 높은 분양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3차 분양에선 중소형 아파트만 모집 정원을 겨우 넘겼을 뿐 대부분 미분양을 기록했다.
↑ 김포 한강신도시 건설 현장.
판교·동탄 등 남부 신도시 가격 하락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양주 등 수도권 북부 2기신도시는 상황이 암담하다. 교통편이 미비하고,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마저 부족해 대규모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 북부 2기신도시 지역에는 향후 5년 안에 10만가구 이상의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공급과잉의 정점을 찍는 셈이다.
김포 한강신도시에는 2014년 말까지 1만가구 이상 신규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한강신도시에만 3500여가구 미분양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역의 3.3㎡당 시세는 700만~800만원이지만 급매가 아니면 거래가 어렵고 1억원대 전세 매물만 넘쳐난다. 보상에 들어간 파주 운정3지구에서는 향후 3만2000가구의 주택이 건설된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넘쳐난다. 이들 지역은 동탄이나 광교 등 경기 남부권 신도시에 비해 3.3㎡당 많게는 400만여원 싸게 공급됐지만 상업시설과 광역교통망 등 도시기반시설 부족으로 평균 매매가는 대부분 분양가 밑인 1000만원 이하로 내려앉았다.
2008년 조성 공사를 시작한 양주신도시(옥정·회천지구)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옥정지구에 10년 공공임대아파트(962가구)를 공급했지만 일반 분양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인접한 회천지구는 토지 보상이 완료됐지만 토지와 주택 분양 일정은 잡지도 못했다. 양주신도시 개발을 맡은 국토부 관계자는 "회천지구는 옥정지구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자족기능을 갖춰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기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2011년 9월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후 매물이 쏟아졌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수세가 사라진 때문이다. 현재 판교신도시에서 전매 제한이 풀린 아파트는 2700여가구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면제 물량까지 더해 매물이 크게 늘었다. 입주 후 3년이 지나면 양도세 면제 대상이 되는데 판교는 2009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지난해 면제 요건을 충족하는 입주자가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도권 미분양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2기신도시 물량이 쏟아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광교신도시 등 그나마 잘나가던 경기도 신도시 전역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2기신도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
↑ 2기신도시는 대부분 서울에서 먼 거리인 데다 교통, 상업시설도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미 개발이 진행된 신도시를 하루아침에 취소하기는 어렵다. 개발 규모를 줄이되 미분양 주택은 시장에서 최대한 빨리 흡수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층을 위해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취득세 감면에 더해 미분양 주택 양도세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멀리 보면 신도시 정책을 아예 바꿔야 한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새 정부에선 신도시 위주 신규 주택 공급을 도심 재생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규모 신도시보다는 도심지 재개발, 재건축이나 노후주택 개보수를 통한 공급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며 "신도시 개발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도시는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하는 만큼 더 이상 신도시가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일본 사례를 봐도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 개발했던 신도시들이 공동화에 빠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도쿄 다마신도시, 오사카 센리뉴타운 등 일본 신도시는 인구 감소, 고령화 문제로 올드타운, 베드타운으로 변모했다. 젊은이들이 부족한 신도시는 범죄 다발지역으로 전락했고 치안 때문에 신도시를 떠나는 이들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우리도 일본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한창 개발 중인 2기신도시 조성 원칙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이미 주택 시장에 정착한 분당, 일산 등 1기신도시의 경우 서울 인접지역에 지정돼 자족기능은 부족하지만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주거지로서는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2기신도시의 경우 판교, 위례신도시 등을 제외하면 1기신도시에서도 상당한 거리를 두고 지정돼 잠재수요층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단순히 주택 공급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입지 조건이나 실수요자 니즈를 무시한 채 지정된 경우가 대부분인 때문이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기신도시 대부분이 토지 보상이 이뤄진 단계라 당장 사업을 취소할 수도, 적극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수요에 맞춰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도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신도시의 최대 경쟁상품인 보금자리주택 개발 정책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파고든다. 분양 대신 임대로 전환해 기존 신도시 아파트와 더 이상 경쟁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천 검단신도시는 2006년 10월 인천 서구에 분당급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다. 전체 면적 1812만㎡에 인구 23만명, 9만2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2지구 개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졌고 사업은 장기간 표류했다.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지역 토지 소유주의 반대 여론이 커졌고 급기야 사업시행자인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동으로 지구 지정을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검단2지구 사업 취소로 인천 검단신도시는 당초 계획했던 전체 면적 1812만㎡에서 2지구 694만㎡를 제외한 1118만㎡로 축소됐다. 검단1지구도 전체 개발 면적의 30% 수준인 230만~330만㎡ 규모의 시범단지를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무산 위기를 맞은 곳은 비단 검단뿐 아니다. 경기가 좋을 때 무더기로 지정됐던 수도권 2기신도시는 공급과잉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몸살을 앓고 있다.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에 2기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김포 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송파 위례,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10여곳이 선정됐다.
2기신도시가 선정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신도시 규모만 놓고 보면 1기신도시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1기신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통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녹지율을 높여 쾌적한 주거 여건을 제공하고 자족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수도권 2기신도시 중 현재 주택 공급이 진행 중인 곳은 성남 판교와 동탄·파주 운정·김포 한강·위례신도시 등 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는 2011년 공급 확대에 치우친 주택 정책을 포기하고 도시 발전 전략을 수정했지만 손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남영우 나사렛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을 대체하려 2기신도시를 개발했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먼 거리에 지정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각종 기반, 상업시설이 부족한 만큼 입지 조건이 1기신도시보다 떨어지는데도 주택 공급이 대단지, 중대형 평형으로 이뤄지면서 공급과잉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서울에 인접한 지역에 보금자리주택 개발 정책까지 발표했다. MB정부는 5차에 걸쳐 19곳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2기신도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남영우 교수는 "2기신도시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위기가 터지고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2기신도시 가운데 성남 판교와 화성 동탄 등 수도권 남부 신도시는 그런 대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주변에 대기업이 입주한 데다 강남 접근성이 좋고 기반시설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 지역도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기신도시 선두주자인 판교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2월 3.3㎡당 2346만원에서 올해 2월 2095만원으로 10%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과천 아파트 값이 2567만원에서 2333만원으로 9% 내린 것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판교 아파트는 청약 광풍이 불었던 2006년 로또로 불리며 3.3㎡당 1600만~1800만원에 분양됐다. 판교 첫 민간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최고 2000 대 1을 넘었고 평균 50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주가 본격화된 2009~2010년에는 분양가의 두 배에 이르는 3.3㎡당 3000만원 선에 육박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때만 해도 2기신도시 미래는 장밋빛 일색이었다. 그러나 올 2월 기준 1800만~2200만원 수준까지 떨어져 분양가 대비 웃돈은 15% 안팎에 불과하다.
경기 남부 최대 아파트 공급 지역인 동탄2신도시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지난해 1, 2차 동시 분양에선 비교적 높은 분양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3차 분양에선 중소형 아파트만 모집 정원을 겨우 넘겼을 뿐 대부분 미분양을 기록했다.
↑ 김포 한강신도시 건설 현장.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양주 등 수도권 북부 2기신도시는 상황이 암담하다. 교통편이 미비하고,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마저 부족해 대규모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 북부 2기신도시 지역에는 향후 5년 안에 10만가구 이상의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공급과잉의 정점을 찍는 셈이다.
김포 한강신도시에는 2014년 말까지 1만가구 이상 신규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한강신도시에만 3500여가구 미분양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역의 3.3㎡당 시세는 700만~800만원이지만 급매가 아니면 거래가 어렵고 1억원대 전세 매물만 넘쳐난다. 보상에 들어간 파주 운정3지구에서는 향후 3만2000가구의 주택이 건설된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넘쳐난다. 이들 지역은 동탄이나 광교 등 경기 남부권 신도시에 비해 3.3㎡당 많게는 400만여원 싸게 공급됐지만 상업시설과 광역교통망 등 도시기반시설 부족으로 평균 매매가는 대부분 분양가 밑인 1000만원 이하로 내려앉았다.
2008년 조성 공사를 시작한 양주신도시(옥정·회천지구)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옥정지구에 10년 공공임대아파트(962가구)를 공급했지만 일반 분양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인접한 회천지구는 토지 보상이 완료됐지만 토지와 주택 분양 일정은 잡지도 못했다. 양주신도시 개발을 맡은 국토부 관계자는 "회천지구는 옥정지구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자족기능을 갖춰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기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2011년 9월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후 매물이 쏟아졌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수세가 사라진 때문이다. 현재 판교신도시에서 전매 제한이 풀린 아파트는 2700여가구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면제 물량까지 더해 매물이 크게 늘었다. 입주 후 3년이 지나면 양도세 면제 대상이 되는데 판교는 2009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지난해 면제 요건을 충족하는 입주자가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도권 미분양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2기신도시 물량이 쏟아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광교신도시 등 그나마 잘나가던 경기도 신도시 전역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2기신도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
↑ 2기신도시는 대부분 서울에서 먼 거리인 데다 교통, 상업시설도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멀리 보면 신도시 정책을 아예 바꿔야 한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새 정부에선 신도시 위주 신규 주택 공급을 도심 재생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규모 신도시보다는 도심지 재개발, 재건축이나 노후주택 개보수를 통한 공급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며 "신도시 개발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도시는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하는 만큼 더 이상 신도시가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일본 사례를 봐도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 개발했던 신도시들이 공동화에 빠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도쿄 다마신도시, 오사카 센리뉴타운 등 일본 신도시는 인구 감소, 고령화 문제로 올드타운, 베드타운으로 변모했다. 젊은이들이 부족한 신도시는 범죄 다발지역으로 전락했고 치안 때문에 신도시를 떠나는 이들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우리도 일본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한창 개발 중인 2기신도시 조성 원칙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이미 주택 시장에 정착한 분당, 일산 등 1기신도시의 경우 서울 인접지역에 지정돼 자족기능은 부족하지만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주거지로서는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2기신도시의 경우 판교, 위례신도시 등을 제외하면 1기신도시에서도 상당한 거리를 두고 지정돼 잠재수요층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단순히 주택 공급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입지 조건이나 실수요자 니즈를 무시한 채 지정된 경우가 대부분인 때문이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기신도시 대부분이 토지 보상이 이뤄진 단계라 당장 사업을 취소할 수도, 적극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수요에 맞춰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도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신도시의 최대 경쟁상품인 보금자리주택 개발 정책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파고든다. 분양 대신 임대로 전환해 기존 신도시 아파트와 더 이상 경쟁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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