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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잠실은 '행운', 목동은 '불운'... 왜?

여행가/허기성 2013. 5. 23. 12:56

정부는 지난 20일 수도권 7곳에 총 1만50가구의 행복주택 시범지구 임대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르면 오는 2016년부터 서울 오류·가좌·공릉지구와 안산 고산지구 등 철도부지 4곳과 잠실·송파(가락동)·목동지구 등 유수지 3곳에 친환경 복합주거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 고정미

"임대 아파트랑 같이 복합시설도 들어온다며? 그럼 우리도 같이 쓰고 좋지 뭐. 사람 많으니까 상권도 더 살아날거 아냐?"(서울 석촌동 주민 박아무개씨)

"지금도 주말에는 길 엄청 막혀요. 솔직히 걱정 많이 되죠. 안 했으면 좋겠고."(서울 목동 주민 정아무개씨)
가락·잠실·오류동은 '찬성', 목동은 '반대'였다. 21일 돌아본 서울시내 행복주택 건설 핵심 예정지 4곳 주민들의 반응은 지역 사정에 따라 명확히 갈렸다.
정부는 지난 20일 수도권 7곳에 총 1만50가구의 소형 임대주택을 짓는 행복주택 건설 계획을 내놨다. 이르면 오는 2016년부터 서울 오류·가좌·공릉지구와 안산 고산지구 등 철도 유휴부지 4곳과 잠실·송파(가락동)·목동지구 등 유수지 3곳에 친환경 복합주거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21일 오류역 철도부지. 행복주택 오류지구가 이 위에 들어설 예정.
ⓒ 김동환

[오류지구] "어차피 노는 땅... 빨리 진행됐으면"

이날 돌아본 곳 가운데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았던 곳은 오류 지구였다.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부근에 조성되는 오류동 지구는 사업면적 10만9000㎡에 1500호의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 주민 이아무개(56)씨는 "상권이 많이 죽고, 노인들이 사는 동네로 인식되고 있는데 외지 사람들이 유입되서 이미지가 바뀌고 활기찬 동네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후(70)씨는 "어차피 놀고 있는 땅 아니냐"면서 "상권도 살리고 노인들 복지센터, 창업센터 건설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국토부는 이 지역 행복주택 특화 사업으로 노인들과 입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취업 지원센터와 사회적 기업 유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오류역 인근 공원에서 만난 박아무개(70)씨는 빠른 사업 진행을 주문했다. 그는 "행복주택 들어선다고 하니 기대도 많이 되고 좋지만 중간에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이라면서 "보금자리 주택도 한다 하고 삽 떠놓고도 놀고 있는 곳이 많아서 어제(20일) 뉴스 본 사람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주민들보다는 다소 신중한 태도였다. 오류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장희(가명)씨는 "오류동에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임대 사업을 하는 소형주택, 오피스텔, 원룸이 많다"면서 "안 그래도 아직 공실이 많은데 행복주택이 시세보다 싼 가격에 공급되면 나이든 임대인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지역에 흩어져 있는 오피스텔 등 소형 주거시설은 약 2500채. 그러나 정부가 민간 임대사업을 장려하면서 최근 짓고 있는 원룸과 오피스텔이 1500채가량 되기 때문에 2~3년 후면 민간 소형주택만 4000채가 넘어갈 전망이다. 지금은 16.5㎡(5평) 크기의 원룸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또는 전세 500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민간 공급이 크게 늘면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여기서 주변 시세의 50~60%에 공급되는 행복주택까지 들어서면 추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중개업자 유진성(가명)씨는 "이곳은 신림동처럼 젊은 층이 많은 것도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인구가 얼마나 유입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시 송파구 탄천빗물펌프장. 행복주택 송파지구 부지로 활용될 곳이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는 바로 옆 블럭에 있는 가락시영아파트.

ⓒ 김동환

[송파·잠실지구] '버블 세븐' 지역도 '찬성'

송파구에 나란히 위치한 송파(가락)지구와 잠실지구 주민들은 행복주택 예정지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막연한 긍정을 보였다. 대체로 선정 소식을 모르는 주민들이 많았으며 내용을 설명해 주면 "좋은 취지니까 잘 됐으면 좋겠다"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수준이었다. 20일 국토부 발표 직후 전문가들이 내놨던 예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잠실 유수지 부근에서 만난 이아무개(58)씨는 행복주택 선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아들이 32세인데 직장생활 3년차지만 결혼할 때 주택마련 할 엄두도 못냈다"면서 "공공임대주택을 싸게 임대해주는 정책은 젊은 세대에게 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 역시 오류지구 주민들처럼 상권 활성화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파지구 인근 석촌동 주민인 이진영씨는 "어차피 야구 하는 사람들이나 쓰는 빗물 펌프장 부지(유수지)에 서민들 주거단지 만들어주면 서민들도 좋고 현재 주민들이 운영하는 상가도 잘 될테니 상부상조인 것 같다"고 의견을 내놨다.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김아무개(59)싸는 "잠실 주택부근에는 낙후된 시설이 많고 상권도 다 죽은 지 오래"라면서 "사람들이 유입되면 당연히 상권도 살아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토부 계획에 따르면 총 면적 7만4000㎡인 잠실지구에는 주택 1800호와 함께 체육공원이, 사업면적 11만㎡인 송파지구에는 주택 1600호와 오픈마켓이 지어질 예정이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같은 주민 반응의 이유로 지리적인 요건을 꼽았다. 공인중개사 김팔수씨는 "잠실은 9호선과 2호선이 맞닿아있고 접근도가 높아 기본적인 경쟁력이 있는 위치"라고 설명했다. 잠재 수요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공공임대 주택이 들어선다 한들 주변 임대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석촌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2015년 완공 예정인 제2 롯데월드와 인근 문정동에 조성되고 있는 법조타운을 거론했다. 그는 "송파구에 들어오는 임대주택이라고 해봐야 3400호인데 제2 롯데월드에 필요한 고용 인원이 2만 명 정도"라면서 "이 지역은 인구가 계속 유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주민들도 행복주택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지역은 지은 지 4년 이내인 16.5㎡(5평) 크기의 원룸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7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김씨는 "주택 매매가격이나 전·월세 가격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동지구] "교통난에 학군 망가져... 행복주택 반기는 사람 없다"

반면 목동지구는 자가 주택을 가진 주민들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뚜렷했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부근에 건설되는 목동지구에는 빗물펌브장 부지 10만5000㎡에 임대주택 2800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부지 중 절반 정도는 현재 이 지역 대규모 공영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이가 비교적 젊은 주민들은 우선적으로 교통난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행복주택 예정지가 목동 초입인 데다 도로가 넓지 않고 일방통행로가 많아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 주민 이아무개(28)씨는 "행복주택 들어오는 공영주자창 바로 옆 블럭에 백화점들이 있어서 평소에도 잘 막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목동 20년 토박이 주민인 김아무개(30)씨 역시 "안 그래도 요즘 이 지역 연고를 가진 프로야구 구단이 야구를 갑자기 잘하는 바람에 주말만 되면 강남처럼 길이 막힌다"면서 "2800세대가 차 갖고 들어오면 교통 체증이 극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이 지역에 새로 들어올 2800세대가 목동 학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목동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특목고 진학 상위 5개 중학교가 몰려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목1동 주민 양아무개(40)씨는 "행복주택 단지에 별도의 학교가 함께 들어오지 않는다면 목운초등학교, 목운중학교에 배정될 텐데 학급 인원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학습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목운초등학교는 지은 지 4년 된 신설 초등학교로 시설이 좋아 목동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초등학교 중 한 곳이다.

오목교역 부근에서 만난 이아무개(45)씨는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이 있다 보니 행복주택 선정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면서 기자에게 행복주택의 주민 구성 비율을 묻기도 했다. 현재 정해진 바로는 행복주택 전체 물량의 60%는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젊은 층에게, 20%는 일반인에게, 나머지 20%는 주거취약 계층에게 공급될 계획이다.

이곳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민진(가명)씨는 "발표 뉴스 뜨고 나서 주민들에게 문의전화를 20통가량 받았다"면서 "'대부분 집값 떨어지지 않겠느냐', '피해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국토부가 공개한 조감도를 보니 아파트가 6개 동을 짓는 것 같던데 그러면 높은 층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이페리온 같은 고급 오피스텔들도 중간층까지는 조망권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은 학군 이점 때문에 주택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라면서 "주민들은 다소 피해를 보겠지만 이 부근의 상가는 많이 발전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