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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도 부동산 불황.. 압구정동 경매 쏟아진다

여행가/허기성 2013. 8. 5. 06:23

주택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부촌(富村)의 대명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도 아파트 경매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일대 아파트는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서울 평균을 밑돌면서 한파를 피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4일 부동산 경매정보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압구정동 소재 아파트의 경매진행 건수는 78건으로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13건)보다 무려 6배나 증가했다. 또 경매에서 낙찰된 물건의 비율도 같은 기간 46.2%에서 23.1%로 급감했다. 경매로 나온 물건 10개 중 7~8개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유찰된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2007년 91.3%에 달했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지난해 72.9%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압구정동은 1976년을 시작으로 현대1~14차, 한양1~8차, 미성1~2차 등 총 24개 단지의 1만355가구가 입주한 한강변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한때 3.3㎡당 평균 매매가가 4,000만원을 훌쩍 넘을 만큼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으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에 고액 자산가들마저 이를 견지디 못하면서 경매물건이 쏟아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압구정동의 낙찰가율 변동 추이는 강남구와 서울 전체 평균보다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2007년 85.9%였던 강남구 평균 낙찰가율이 2012년 76.7%로 9.2%포인트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압구정동의 낙찰가율은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서울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 하락폭인 16.4%포인트보다 더 크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2012년부터 압구정동에서도 경매물건이 늘기 시작했다"며 "고가 아파트 단지가 경매로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경기 침체의 골이 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 초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이 확정되면서 재건축사업의 불확실성이 다소 제거돼 낙찰가율인 80%선을 회복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4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가이드라인 발표를 통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3개 지구로 통합 개발하겠다던 '압구정 전략정비구역'을 해제하고 단지 단위의 개별 재건축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5월에는 이 일대 22개 아파트가 한꺼번에 재건축사업 추진을 위한 안전진단을 신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