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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왕의 그늘..시한폭탄 품은 수입차 시장

여행가/허기성 2013. 8. 25. 16:22

수입차 판매왕의 그늘..시한폭탄 품은 수입차 시장

딜러, 할인환급금 믿고 무리한 판매
싼값 유인에 소비자 황당한 피해도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업을 해왔는데 상황이 잘 안 풀리니까 이 지경까지 왔네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공식딜러사 한성자동차에서 근무하다 최근 퇴직한 A(47·여)씨.그는 최근 송사에 휘말렸다. A씨에게 차를 구매한 일부 고객들이 약속한 할인혜택과 계약금 등 6억원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선 것.

◇ 수입차 판매경력 10년 '베테랑 딜러'의 잘못된 선택
A씨는 10년 이상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딜러다. 국내 완성차 업체 영업사원으로 10년, 최근 한성차로 건너와 벤츠 영업사원으로 2년간 일했다.그는 국내 벤츠 판매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한성차 방배지점에서 말 그대로 '잘 나가던' 영업사원이었다.올해 3, 4월에 그가 판매한 차량 대수는 무려 15대. 3월 한 달만 9대를 팔았다. 1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 수입차도 상당수 있었다. 아무리 수입차 시장이 성장 중이라곤 해도 업계 내에서 보기 드문 실적이다.그렇게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는 최근 꼬꾸라졌다. 고객에게 약속했던 할인 환급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큰 빚을 떠안게 된 것이다.

A씨는 수입차 업계에 들어온 지난 2년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왔다고 고백했다. 차를 팔면 팔수록 마진이 남는 게 아니라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고 했다.그는 쌓여가는 빚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지에게 1억원을 빌려 변제, 빚을 1000만원대로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헤어나오지는 못했다. 고객들에게 되돌려줘야 했던 돈을 청산하지 못했던 그는 두손 두발 다 들고 회사까지 그만뒀다.A씨는 "내 잘못이 크지만 수입차 영업사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고충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처럼 현금 압박에 시달리는 영업사원들이 많이 있다"며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출혈판매 유도하는 구조"… 딜러들의 눈물
A씨에 따르면 수입차 업계에서는 영업사원이 벤츠코리아나 회사에서 진행하는 월별 할인 프로모션에서 발생하는 고객 할인금액을 영업사원이 선지급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것이 관행이다.고객에게 얼마나 할인해줄 것인지는 영업사원의 재량. 왜냐면 수입차가 워낙 고가다보니 영업사원에게 돌아가는 몫도 크다. 벤츠의 경우에는 차 한 대에 1억원을 호가하는 차종도 많다. A씨는 "1억짜리 차 한대를 팔면 250만원이 딜러에게 떨어진다"고 했다. 마진율 2.5%.이 때문에 일부 영업사원들은 출혈경쟁까지 벌인다. 최근 수입차 시장이 활활 타오르며 기세 좋은 성장세를 이어가다보니 갈수록 경쟁은 피할 수가 없다.더구나 업체간 경쟁은 영업사원간 경쟁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이 무리한 할인 요구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번 삐끗하면 고객의 렌터카 비용도 물어줘야 한다. 모두 영업사원들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결과적으로 영업사원들은 갈등에 빠진다.

A씨는 "처음에는 영업사원으로서도 차를 많이 팔면 회사에서 주는 이익금이 많기 때문에 컨트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경쟁적으로 차를 팔고 본다"고 말했다.하지만 실제로는 남는 게 없었다. 세금도 문제다. A씨는 "월 수입이 1000만원을 넘어서자 최대 33%의 세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편법 영업에도 관여하게 된다.

지난해엔 한성차 대전 지점에서 일하던 한 영업사원이 고객에게 23억원의 손실을 입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영업사원은 고객에게 '타던 차를 다른 차로 교체해주겠다'라고 접근, 고객 명의를 도용해 새 차를 뽑고 교환해주는 것처럼 속여 충청권과 수도권 30여 명에게 피해를 입혔다. 그는 새 차 대금을 회사에 납입하는데 한계에 부딪혔고, 다른 고객이 낸 차값으로 돌려막기까지 하다 결국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렸다.192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폰지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연상시키는 '고객 돌려막기'인 셈이다.

A씨는 "영업사원들은 차를 팔려는 의지는 강하고 물량 회전을 계속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고객을 모집해야 하다보니 출혈을 감수하고 차를 판매하지만 그런 부분이 더 큰 구멍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한성차측은 이 같은 영업 행태에 대해 "사전에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하고 감시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직원의 비윤리적 영업행태까지 모두 책임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영업사원들은 하지만 한성차가 이 상황을 사실상 묵인, 악용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A씨는 "회사에서도 이 같은 구조적인 내용을 알기 때문에 차를 더 많이 팔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영업이니까 판매목표는 있어야 하는 것이고 매월 말일 판매목표를 세우면서 나오는 (판매량을 늘리라는) 얘기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해고객만 억울…"시스템 개선 계기 삼아야"
수입차 영업구조의 파행으로 인한 피해는 고객 몫으로 돌아간다.이번에 A씨를 고소한 B씨는 대표적인 피해자.
B씨는 지난달 A씨로부터 새로 나온 벤츠 S클래스를 구입할 수 있게 도와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새 차를 뽑은지 7개월밖에 안 되서 주저했지만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 주겠다는 A씨의 제안에 차를 넘겼다. 하지만 연락이 두절된 A씨를 찾아간 B씨는 "급히 돈이 필요해 차량을 맡기고 6000만원을 융통해 썼다"는 A씨의 변명을 접해야 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C씨는 지난해 7, 8월 두 차례에 걸쳐 한성자동차에서 벤츠 차량 2대를 구입했지만 구입 과정에서 A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5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베테랑 딜러인 A씨는 C씨에게 보유 차량 3대를 중고차로 팔고 판매대금을 계약금으로 대체하자는 제안을 했다. C씨가 이 제안에 응했지만 A씨는 이후 '계약금을 우선 입금해달라', '보증금을 좀 더 넣어달라'며 말을 계속 바꾸다 결국 판매대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한성차는 이같은 소비자 피해 사례에 대해 거리를 두고있다. 회사차원이 아니라 딜러 개인 차원의 사고라는 것.한 피해자는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한성차 방배지점을 찾아가 항의 했지만 '개인간의 거래'라는 입장만 고수하며 한성차가 책임을 계속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자신의 차 외에도 지인 10여 명의 차량을 A씨에게 팔아주면서 몹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영업사원만 보고 그 큰 돈을 입금하는 사람이 어딨나"라며 "한성차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성차는 직원이 퇴사하고 나니까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잘못된 영업행태가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그는 한성차가 잘못된 영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차는 본사 직원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과 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지 못한 시스템 부재의 책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성차측은 모든 책임을 회사가 떠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성차 관계자는 "회사는 최선을 다해 고객의 피해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일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직원들도 있어 고객도 주의가 필요한 데 모든 책임을 회사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