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무,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의사를 볼 필요가 없다’. 무에는 비타민 C와 소화효소, 그리고 항암 성분인 이소티오시아네이트가 듬뿍 담겨 있다. 또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만든다’고 해서 공자가 식사 때마다 챙겼던 식품이다. 콜레스테롤을 줄여 피를 맑게 하고, 진통·소염효과도 있다. 천마(天麻)는 ‘하늘이 내려준 신약’으로 통한다. 우리 조상에게 천마는 상비약이자 영양을 보충해주는 고마운 식품이었다. 요즘 뿌리채소가 조명을 받고 있다. 각종 비타민과 파이토케미칼(생리활성물질)이 듬뿍 들어있어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영양덩어리다. 채소뿌리의 건강학을 소개한다.
뿌리는 식물의 근원이고 심장이다. 흙의 자양분을 처음 흡수하는 곳이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박재우 교수는 “뿌리채소 대부분 황산화·면역조절성분 그리고 식이섬유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뿌리의 영양은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우엉뿌리 100g에는 비타민 B6 하루 권장량의 10배 이상이 들었다. 피스타치오나 소간 보다 10~17배 많다.
천마에는 안티에이징 물질인 에르고티오닌 함량이 영지버섯의 50배 이상 많다. 천마는 100g당 500㎎의 에르고티오닌을 함유해 영지버섯(100g당 6~8㎎) 보다 수십 배 많다. 에르고티오닌이 많은 강남콩은 100g 당 10㎎ 들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뿌리채소인 당근도 사실 영양 덩어리다. 미국농무부(USDA)에 따르면 채소뿌리는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이 가득하다. ‘카로틴’은 체내 독성·발암물질을 무력화시킨다. 당근과 고구마에 풍부하다. 당근은 100g당 베타카로틴이 7540㎍ 들어 있다. 이는 하루 권장량 1260㎍의 약 6배.
고구마는 비타민 A도 풍부하다. 100g당 비타민A가 709㎍나 들었다. 연세대학교 식품영양과학연구소 윤선 소장은 “뿌리는 흙 속에서 미생물의 공격을 받는데, 악 조건 속에서 견디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물질이 파이토케미칼”이라고 말했다.
● 채소뿌리, 자연에서 얻는 약 채소뿌리는 약이다. 한약재 대부분은 뿌리다. 우엉은 천연 혈행개선제다. 식이섬유인 리그닌이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흡수한다.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한다. ‘20년 젊어지는 우엉차 건강법’의 저자 일본의 성형외과의사 나구모 요시노리 씨(56세). 30대의 신체 나이를 유지하는 비결은 10년간 마신 우엉차다. 요시노리 씨는 “우엉은 인삼만큼 사포닌을 갖고 있다”며 “효능은 다르지만 값이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랍어로 비누란 뜻의 사포닌은 혈관을 깨끗이 씻어준다.
천마는 천연 고혈압약이다. 주성분인 가스트로딘은 체내 유해산소를 제거한다. 고혈압·동맥경화·뇌졸중 등 혈액으로 인한 병에 효과가 있다. 여러 연구에서 동맥경화 개선 및 혈압강하 효과가 입증됐다.
무는 천연 소화제다. 디아스타제·아밀라제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들 효소는 소화흡수를 돕는다. 유럽은 흔히 빵이나 시리얼에 무를 넣고, 일본에서는 무를 기능성 음료의 원료로 사용한다.
생강은 이뇨제·감기약으로 쓰인다.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승민 교수는 “생강의 매운맛과 향을 구성하는 6-진저롤과 쇼가올은 체온을 정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 채소뿌리, 천연 항암제 인삼을 찌고 말린 홍삼은 진세노사이드를 함유한 항암제로 명성이 높다. 고려대 안암병원 서성옥 교수팀이 위암수술 환자 42명을 조사한 결과, 홍삼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였다. 6개월간 매일 홍삼분말(4.5g)을 섭취한 군(22명)과 비섭취군(20명)의 생존율은 각각 38.5%와 76.4%이었다. 혈류 개선·면역력 증강·항스트레스 효과·피부미용 개선 등 효과가 다양하다.
비트 역시 피부암과 폐암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윤 소장은 “강렬한 빨간색은 많은 파이토케미칼을 함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선정된 마늘도 강력한 항암 식품이다. 휘발성 물질인 알리신이 암을 예방한다. 깐 후 바로 조리하지 말고 잠시 뒀다가 이용한다. 무와 순무의 매운맛을 내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항암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을 온전히 섭취하기 위해 껍질이 있는 뿌리채소를 흙만 가볍게 제거해 조리한다. 껍질 제거는 최소화한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영양팀 이정주 파트장은 “껍질이 손상되면 오염될 수 있다. 잔뿌리가 적어 원뿌리에 영양이 많은 것이 좋다”고 말했다.
천마는 천연 고혈압약, 당근은 비타민 덩어리
채소뿌리의 건강학
“허약해서 생긴 어지럼증 잘 낫고 뇌 질환계통에 최고의 신약”
동의보감서 효능 인정한 천마
겨울이 되면 챙겨야 할 뿌리채소로 천마(天麻·사진)가 있다. 하늘에서 떨어져 마목(마비증상)을 치료했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마와 다르다. 예로부터 고랭지의 높은 일교차 속에서 크고 단단하게 자란 겨울 천마를 으뜸으로 쳤다. 우리 선조는 천마를 약재로 활용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모든 허(虛)와 어지러운 증세에 천마가 아니면 치료하기 힘들다. 허약해서 생긴 어지럼증에는 천마가 아니면 낫게 할 수 없다. 천마는 뇌질환 계통에 최고의 신약이다. 허리와 무릎을 잘 쓰게 한다”고 적혀있다.
또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냉증이나 여러 가지 마비 증상,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 잘 놀라고 정신이 흐릿한 것을 치료한다”고 쓰여있다. 이외에도 ▶간과 쓸개를 튼튼하게 하며, 풍을 다스린다(약품화의) ▶풍을 가라앉히고 경기를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다(중약대사전) ▶오래 복용하면 기(氣)를 돕고 사람을 튼튼하게 한다(신농본초경)고 설명돼 있다.
천마에는 게스트로딘(gastrodin), 바닐리알콜(Vanilly alcohol)이 다량 함유돼 있다. 게스트로딘은 혈관을 건강하게 해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고 뇌신경을 보호한다. 또 바닐리알콜는 간질·심장발작·폐암 등에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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