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에 중국어선이 사라졌다…무슨일이?
두달째 자취감춰…“꽃게 가뭄탓” “NLL긴장 고조탓”추측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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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해경 소속 특수기동대가 탑승한 고속단정이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뒤쫓는 모습.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
인천 옹진군 연평도 면사무소 한쪽 칠판에는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펼치는 중국어선 수가 매일 매일 기록된다. 해경 경비함이 레이더로 파악한 것을 통보받은 것이기에 거의 오차가 없다.
26일 칠판에 적혀 있는 중국어선 수는 ‘제로4(0). 이런 현상은 지난달부터 계속되고 있다. 불법조업을 일삼던 중국어선들이 두 달째 종적을 감춘 것이다. 지난 9월에는 하루 평균 20여척이 포착됐다. 이 또한 매년 가을 꽃게조업철(9∼11월)이면 적게는 70∼80척, 많게는 200∼300척의 중국어선이 어김없이 몰려오던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백령도와 대청도의 사정도 비슷하다. 따라서 서해 5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경과 중국어선이 쫓고 쫓기며 숨바꼭질을 펼치던 장면은 더 이상 보기 힘들다.
이로 인해 중국어선들이 우리나라 어민 어구를 훔쳐가거나 망가뜨리는 피해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해 서해 5도에서 발생한 어구 분실·파손 등의 피해액은 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집계된 피해액은 아직 없다.
중국어선들이 느닷없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나오고 있다.
한·중 간 외교 등 정치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지난 6월 정상회담을 가진 게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회담 당시 불법조업 문제가 주 이슈로 다뤄지지 않은 데다, 중국어선들이 그동안 중국 당국의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조업을 펴 왔다는 점에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또 다른 추론은 올 들어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강화된 이후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남북긴장이 고조되고, 북한이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강력하게 조치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연평도 어민 곽모(54)씨는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국어선들이 보이지 않으니 막힌 속이 뚫리는 듯하다”면서 “사연을 떠나 이번 기회에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근절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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