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육시설 포화.. 버려진 아기들 두 번 버려지나
서울시가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더 이상 보육시설로 데려갈 수 없다며 일시 '수용 불가'를 선언했다. 지난해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버려지는 아기가 급증해 보육시설이 한계점에 이른 것이다.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베이비 박스는 미인가 시설이라 교회에서 아기들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 부모에게 버려진 아기들은 사회에 의해 또 한번 외면당할 처지가 됐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는 지난 27일 관악구청을 통해 주사랑공동체교회에 "(현재 아동복지센터에서) 임시 보호 중인 아기들이 보육시설로 보내질 때까지 (베이비 박스 아기들의) 인계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지금까지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은 이 아동복지센터를 거쳐 서울의 보육시설로 보내졌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월 2∼5명 선이던 베이비 박스 유기 아동은 같은 해 하반기 월 6∼9명 수준으로 늘었다가 올 들어서는 월 16명 안팎(8∼29명)으로 폭증했다.
아동복지센터 측은 "서울에 보육시설 33곳이 있지만 이미 수용 능력을 초과한 상태"라며 "돌봄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로 더 이상 아기들을 받을 형편이 못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아동복지센터에 들어온 아기 중 3명은 보육시설에서 입소를 거절당했다. 한 아기는 지난달 28일 아동복지센터에 들어온 뒤 의탁할 보육시설을 찾지 못해 한 달째 머물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들어온 유기 아동은 69명이었지만 올해는 204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베이비 박스에 버려져 이곳에 온 아기가 190명(지난해는 57명)으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유기 아동이 급증한 것은 전국에 하나뿐인 난곡동 베이비 박스가 알려지면서 지방에서 출산한 부모들이 올라와 이곳에 아기를 놓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전체 유기 아동의 60%는 다른 지역에서 태어난 아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는 아기 14명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보육사 6명이 3개조로 나누어 24시간마다 교대한다. 2명이 24시간 동안 아기 14명을 돌보기엔 역부족이어서 요새는 일반 행정직원까지 아기 보는 일에 투입되고 있다.
18개월 미만 영아실 보육사 김효순씨는 "하루에 기저귀 100개가 쌓인다"며 "손은 모자라는데 아기는 계속 들어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보육사들은 일손이 부족해 국에 대충 만 밥을 서서 먹으며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그럴 때도 한 발로는 흔들침대를 밀어 아기를 달랜다. 이순덕 아동복지센터 소장은 "행정직원들이 밤에 당직을 서주는데도 손이 모자란다. 특히 베이비 박스에서 오는 아기들은 생후 며칠밖에 안돼 더욱 손이 많이 간다"고 했다.
이곳 상황은 미혼모에게도 아기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급격히 악화돼 왔다. 올 들어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부모들이 남긴 편지 중 무려 91통에는 '입양특례법 때문에 아기를 입양기관에 맡기지 못해 여기 두고 간다'고 적혀 있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관계자는 "연말이면 버려지는 아기가 특히 많아지는데 이렇게 포화상태가 되면 부모들이 (아기를) 거리에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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