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5)과 지동원(23)이 드디어 선덜랜드에서 제대로 된 호흡을 선보였다.
선덜랜드는 2일 자정(이하 한국시간) 선덜랜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아스톤빌라전에서 전반 16분 가브리엘 아그본라허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0-1로 졌다. 승점 14점의 선덜랜드는 여전히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기성용과 지동원은 지난해 10월 6일 1-2로 패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잠시 함께 뛴 적이 있다. 당시 기성용은 선발로 나왔고, 지동원은 교체로 투입됐다. 두 선수가 함께 뛴 시간은 약 10분 정도에 그쳤다. 또 지동원은 원톱이었고,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라 직접적으로 연계플레이를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었다.
두 선수가 나란히 선발로 출격한 것은 아스톤빌라전은 달랐다. 전반 17분 기성용이 낮게 깔아서 내준 패스가 지동원의 발에 정확히 연결됐다. 골문쪽으로 파고든 지동원은 잭 콜백에게 절묘한 삼각패스를 연결했다. 콜백의 슈팅은 빗나갔지만, 기성용과 지동원의 콤비플레이는 빛을 발했다.
전반 21분에는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지동원이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만약 골이 들어갔다면 지동원은 득점을, 기성용은 어시스트를 기록하게 될 장면이었다.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두 선수의 합작플레이는 단연 돋보였다.
후반 11분 재미있는 장면도 나왔다. 파울을 당해 넘어진 지동원이 발끈하며 상대를 밀쳤다. 이에 기성용이 나서 지동원의 편을 들어줬다. 7분 뒤에는 기성용이 당했다. 기성용은 아그본라허가 휘두른 팔꿈치에 맞아 입술이 터졌다. 이에 지동원이 다가가 기성용을 챙겼다. 국가대표팀부터 이어져 온 두 선수의 끈끈한 전우애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66분을 소화한 지동원은 후반 21분 조지 알티도어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기성용은 끝까지 남아 풀타임을 뛰었다. 비록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기성용과 지동원 모두 거스 포옛 감독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는데 성공했다.
적극적인 지동원, 이제는 결정력 보여줄 때
정확히 90일 만에 출전이다. 지동원이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67분 동안 공격을 이끌었다.
7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교체 출전한 뒤 약 3달 만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동원은 비록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적극적인 공격으로 선덜랜드의 공격을 이끈 점은 높이 평가 받을만했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섰지만 지동원은 긴장하지 않았다. 지동원은 전반 초반부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반 9분에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슈팅까지 연결하며 애스턴 빌라의 골문을 위협했다. 비록 비로 인해 정확한 트래핑과 슈팅이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연계 플레이도 좋았다. 특히 대표팀 선배 기성용과 호흡은 눈에 띄었다. 전반 17분 기성용의 공간 패스를 받은 지동원은 측면에서 잭 콜백을 향해 정확하게 땅볼 크로스를 시도했고 37분에는 반대로 공격 지역으로 올라온 기성용에게 패스하며 슈팅까지 이끌어냈다.
전반 42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공격수로서 임무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지동원은 이날 총 4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그동안 지적받았던 점이 소극적인 태도였음을 고려했을 때 확실히 정신적으로 강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직 거스 포옛 감독이 신뢰할 수준의 활약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경기에 출전했음에도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좋은 활약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안겨주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조지 알티도어가 연일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펼치고 있기에 지동원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크다.
희망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았다. 결정력이다. 좋게 말하면 지동원이 적극적이었다고 포장할 수 있지만, 결국 공격수로서 득점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초반 몇 차례의 기회를 성공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주전 경쟁을 위해서 조금 더 침착함이 필요하다.
선덜랜드는 20라운드까지 15골을 기록해 크리스털 팰리스에 이어 최소득점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알티도어는 말할 것도 없고 믿었던 스티븐 플레처도 아직 활약이 미미하다.
기회를 잡은 지동원이 가능성을 보였다. 포옛 감독도 이러한 활약이라면 충분히 기회를 더 줄 것으로 예상된다.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공격수에서 적극적이고 투쟁적인 공격수로 변했듯이 결정력만 조금 좋아진다면 힘겨운 잔류 전쟁을 펼치고 있는 선덜랜드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를 수도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태극전사 23명 윤곽..'필승 베스트11'
브라질 월드컵에 나설 태극전사 23명의 윤곽은 가려졌지만 아직도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출항한 홍명보호는 6개월간의 평가전을 통해 베스트11과 확실한 백업 요원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아직 주전을 뒷받침할 6~7자리의 주인공은 가려지지 않았다. 1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과 3월 A매치를 통해 월드컵에 나설 23명의 태극전사가 결정된다.
■ 원톱 한 자리와 측면 경합
일단 원톱 한 자리는 김신욱(울산)이 확실하게 차지했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 이후 홍명보호에서 제외됐던 김신욱은 11월 A매치 2연전 때 재발탁돼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가장 확실한 공격수로 자리잡았다.
좌우 측면의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 '멀티 플레이어' 구자철(볼프스부르크)·김보경(카디프시티)·이근호(상주)는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쳐 사실상 승선을 확정했다. 윤일록·고요한(이상 서울), 남태희(레퀴야) 등이 경계선에서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 기성용 파트너 경쟁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쓰는 홍 감독의 전술에서 한 자리는 기성용(선덜랜드)이 잡고 있다.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파문으로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10월에 재발탁된 그는 이후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그의 파트너와 백업 요원이 누가 될지가 관심이다.
왕성한 활동량과 튼실한 수비를 앞세운 한국영(쇼난)이 경쟁자들에 비해 반발 정도 앞서 있는 모양새다. 거기에 이명주(포항), 장현수(FC 도쿄), 박종우(부산), 하대성·고명진(이상 서울) 등도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들 5명 중에서 2명만 웃을 수 있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자리다.
■ 포백 주전은 확실
포백 수비라인의 주전은 일찌감치 구성됐다. 김영권(광저우)·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확실히 중앙을 꿰찼고, 좌우 풀백 김진수(니가타)와 이용(울산)도 주전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 중앙 수비에선 곽태휘(알샤밥)와 황석호(히로시마)가 백업 요원으로 꾸준하게 승선하고 있지만 장현수가 중앙 수비수로 뽑힐 가능성도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측면 왼쪽은 박주호(마인츠)와 윤석영(돈캐스터), 오른쪽은 발목 부상 중인 김창수(가시와)와 신광훈(포항)이 각각 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3명이 포진하는 골키퍼 자리의 주전 경쟁은 오리무중이지만 정성룡(수원)·김승규(울산)·이범영(부산)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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