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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조 사태’ ‘아덴만’ 추억하고 … 방송뉴스 ‘복고’가 대세?

여행가/허기성 2014. 1. 23. 07:05

‘김신조 사태’  ‘아덴만’ 추억하고 … 방송뉴스 ‘복고’가 대세?

“오늘(21일)은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침투한 1·21사태가 일어난 지 꼭 46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한은 요즘도 특수전 병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1월21일 SBS <8뉴스> ‘1·21사태 46주년 … 북 특수전력은’ 리포트 가운데 일부다. SBS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이른바 ‘김신조 사태’를 메인뉴스에서 별도 리포트로 다뤘다. 물론 ‘1·21사태 46주년’을 되돌아보는 차원일 수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김신조 사태’로 명명되는 ‘1·21 46주년’을 돌아보기 위해 만들었는지, 북한 특수전 병력을 점검하기 위한 리포트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난데없이 등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리포트 도입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124군 부대 요원 31명이 청와대 습격을 위해 서울 한복판까지 침투했다가 적발됐습니다. 9명이 사살되고 한 명은 도주하고 단 한 명이 생포됐는데, 바로 김신조 목사입니다. 침투요원을 주축으로 하는 북한의 특수전 병력은 지금도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4년 1월21일 SBS <8뉴스> 화면갈무리
 
‘김신조 사태 46주년’ … 북한 특수전 병력을 리포트로 내보낸 SBS

그러다가 리포트 후반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언급돼 있다.

“[박상학/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 북한의 특수부대 능력을 과소 평가하다가는 엄청난 안보에 오차를 범할 수 있죠.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북한의 특수전 병력 20만 명 가운데 전시 상황에 돌입할 경우 동시에 침투 가능한 병력은 최대 2만 6천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니까 “오늘(1월21일)이 ‘1·21사태 46주년’이고, 북한은 특수전 병력을 여전히 키우고 있으며 이를 과소 평가하면 엄청난 안보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갑자기 46주년을 들고 나온 것도 이상하지만 북한 특수전 병력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걸 별도 리포트로 다뤘어야 했을까. 1월21일 <8뉴스>의 전체적인 구성과 편집을 보더라도 ‘1·21사태 46주년 … 북 특수전력은’ 리포트는 생뚱맞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물질’ 같은 느낌이랄까.

‘용산참사 5주년’에 대해선 침묵했던 SBS가 ‘김신조 사태’ 46주년을 이토록 잘 챙기는 이유가 뭘까. 해당뉴스는 SBS 뉴스사이트 메인(22일 오전 10시27분 기준)에도 노출이 잘 되게 배치돼 있다. 1월21일 메인뉴스에서 23번째로 배치된 리포트가 다음날(22일) 뉴스사이트 헤드라인으로 올라가 있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별로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의 뉴스를 메인에 배치한 건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SBS 뉴스사이트 화면 갈무리
 
SBS가 ‘김신조 사태’를 주목했다면 KBS는 ‘아덴만 작전 3주년’을 되돌아봤다. 근데 이게 공영방송 뉴스인지 ‘군부대 홍보프로그램’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해군 특수전 전단이 당시 작전을 재연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냈는데 이걸 굳이 별도 리포트로 처리해야 했을까. 리포트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3년 전, 해적에게 피랍된 선원 21명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 우리 해군 특수전 부대의 전투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시속 80킬로미터의 고속단정이 해적에 피랍된 선박에 접근하고, 특수전 요원들이 갑판으로 진입합니다. 해적을 신속하게 제압하며 선박을 장악합니다.”

당시 구조된 선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주목하는 언론은 없다

사실 당시 구출작전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선 이미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은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취재해 당시 해군의 작전이 최선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했으며 방송 이후 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시사매거진 2580>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이호찬 기자는 당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석해균 선장은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다른 선원들의 삶은 빠르게 잊혀져가고 있다”며 “당시 구출작전 평가역시 목숨 걸고 뛰어든 군인들의 용기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과연 당시 작전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해 구출된 일부 선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1월21일 KBS <뉴스9> 화면갈무리
 
적어도 공영방송이라면 ‘군부대 홍보프로그램’ 수준의 ‘아덴만 작전 3주년’을 돌아볼 게 아니라 당시 구조된 선원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주목해야 하는 게 아닐까. 당시 정부나 언론은 사실상 석해균 선장만 주목하며 ‘다른 선원들’은 존재조차 없는 사람처럼 만들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실 ‘아덴만 작전’과 함께 거론해야 할 사건은 ‘제미니호 사건’이다. 당시 소말리아 해적들은 한국 정부에게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붙잡힌 동료 해적들의 석방 등을 요구하면서 제미니호 선원들을 1년 이상 억류했다. 제미니호 사건은 한국인 선원이 외국에 1년 이상 억류된 최초의 사건이었지만 제미니호 사건 역시 언론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KBS가 진정 공영방송이라면 아덴만 3주년을 다루면서 작전 당시 구조된 ‘다른 선원들’과 ‘제미니호 사건’도 같이 주목했어야 했다. 그런데 KBS는 정작 다뤄야 할 ‘용산참사’는 무시하고 ‘아덴만 3주년’ 리포트는 ‘군부대 홍보프로그램 수준’으로 내보낸다. 최근 KBS는 수신료 현실화를 얘기하면서 국민을 유독 강조하던데 대체 KBS가 생각하는 국민은 ‘어떤 국민’일까. 방송뉴스의 ‘올드화’를 단순히 복고나 퇴보가 아니라 정치적 퇴행으로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