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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지정해제후 뉴타운 미래는

여행가/허기성 2014. 2. 24. 09:16

서울시는 뉴타운 재개발 구역 148곳의 해제가 결정됐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606곳인 뉴타운 재개발 실태조사 대상구역 중 24% 수준이다.

물론, 서울시가 뉴타운 구역을 해제할 권한은 없다. 148곳이 마침내 해제가 된 것은 뉴타운 해제를 요구하는 뉴타운 조합원들의 실력과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추진위나 조합 등 추진주체가 있으면 해제되기 위해 주민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추진위가 꾸려지지 않은 단계면 30%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148곳의 조합원들은 저마다 구역별로 이런 규정을 맞춰 가까스로 해제에 도달한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장기침체, 과도한 뉴타운 기부채납률, 높은 뉴타운 분양가로 인한 미분양 우려, 조합원 추가분담금 폭탄 등의 상황을 따져볼 때 개발을 지속하면 조합원의 손해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뉴타운 재개발 구역 중 24%만 해제가 결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해제 동의서 걷기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금 현재 뉴타운 재개발의 미래를 장밋빛이라고 하긴 어렵다.

뉴타운 재개발 구역의 해제 시점이 법 개정을 통해 올해 1월에서 내년 1월로 1년 연장됐기 때문에 향후 1년간 뉴타운 재개발 구역은 개발이냐, 해제냐를 놓고 조합원들과 조합 사이에 극한의 갈등이 벌어질 전망이다.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조합과 조합원들의 갈등이 벌어진 배경은 현실 인식 차이에서 기인한다. 개발의 운전대를 잡은 조합 측은 가급적 개발을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조합원들은 왕십리뉴타운 등 앞서 진행된 뉴타운의 사례를 볼 때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실패가 명백하다고 보고 반대를 주장한다.
조합이라는 법인과 조합원 개개인의 모임인 비대위가 싸움을 벌일 경우 법인이 절대 우세한 분위기다.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법인은 공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조합원 개개인 모임인 비대위는 사비를 털어 변호사비를 내는 처지다. 해제된 148곳을 제외한 나머지 76%의 지역에서 진행되는 싸움의 결과가 뉴타운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 서울시 등 지자체는 이 상황에서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히려 남은 1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가 적극적인 행위자로 뉴타운 '막장'에 개입해 최악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 반대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 중 첫 번째 우선순위로 뉴타운의 과도한(약 35%) 기부채납률을 20%대로 내리는 것을 꼽고 있다. 기부채납률이 35%라는 것은 쉽게 말해 뉴타운의 1개 구역의 대지면적이 5만㎡인 경우 1만7500㎡를 도로나 공원 부지로 공공에 헌납한다는 것이다. 이 부지를 3.3㎡당 1200만~1300만원 대인 시세로 환산하면 약 7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한 뉴타운 해제위원회 관계자는 "기부채납률을 20% 수준으로만 낮춰줘도 조합원들이 손해를 안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자기 돈으로 도로나 공원을 만들게 한 현재의 규정이 가혹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강남권의 재건축이 수익이 나는 이유는 아파트만 헐고 지으면 되기 때문"이라며 "강북 뉴타운은 자기 집을 헐고 아파트도 짓고 도로도 만들고 공원도 만들다 보니 강남보다 형편은 못한 상황에서 개발에 대한 분담금은 훨씬 높게 내는 구조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치권,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두 번째 우선순위로는 뉴타운 해제동의서 비율을 현재의 50% 선에서 30% 선으로 낮추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조합 설립을 위해 조합원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30%가 개발을 반대하면 조합이 구성될 원인이 제거된다는 논리다.

뉴타운이 서울 전 지역에 걸쳐 있을 정도로 대규모로 지정됐고, 뉴타운 지정에는 정부, 정치권, 지자체가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에 결자해지의 측면에서라도 이들이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큰 틀이 바뀐다면 개발 반대 입장을 개발 재개로 돌릴 수 있다는 비대위 조합원들이 대다수다. 이대로만 방치하다가는 개발도 안 되고, 지역이 슬럼화되는 현상을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서울 강북지역 뉴타운 가운데 '알짜'로 꼽히는 북아현뉴타운의 1-3구역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계획보다 3000억원가량 늘어난 사업비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 비상대책위원회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1-3구역은 2009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당시에는 사업비가 5291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나온 변경안에서 824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4년 사이에 3000억원가량이 증가한 것이다. 사업비가 늘면서 조합원 평균 비례율(개발이익률)은 당초 100.52%에서 81.18%로 2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조합원들은 1억~5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비대위를 꾸리고 조합장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철거공사비, 기반공사비가 두 배 정도 올랐지만 조합원들은 이유도 못 들었다는 것이다. 조합장이 방만한 경영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성이 좋고 잘 진행되고 있다'고만 하다가 갑자기 3000억원을 추가로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권수웅 조합장은 "이주와 철거가 늦어지며 생긴 금융비용, 현금 청산자가 과다하게 늘어나 생긴 보상비가 2000억원가량"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변경안을 통과시켜서 사업을 재개하는 게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시공사인 대림은 관리처분변경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3구역은 북아현뉴타운 내에서도 대로변에 자리 잡고 전 가구가 남향으로 지어지는 등 입지가 좋은 곳으로 꼽힌다. 사업이 삐끗거리자 관할구청인 서대문구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박성주 도시재생과장은 "이미 철거와 이주까지 이뤄졌기 때문에 어떻게든 빨리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마구잡이로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조합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의 요청으로 서울시는 정비사업닥터를 이 구역에 파견하기로 했다. 다음달 15일에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