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두번 변하면 땅주인도 변한다?
20년이 넘도록 내 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남의 땅을 침범하고 있었다. 실제 토지경계를 모르고 살아온 셈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땅을 돌려줘야 할까, 아니면 소유를 주장할 수 있을까.
필자가 아는 이의 부친 A씨는 경북 영주시에서 포도농사를 짓는다. 인근에서 제일 좋은 땅이라는 생각이 들어 30년 전에 웃돈을 주고 매입한 후 지금까지 포도를 키우고 있다. 그 포도밭 아래에선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 B씨가 축사를 짓고 소를 기르고 있다. 그 이웃도 그 토지를 약 30년 전 취득, 소유하고 있다. 어느 날 소를 키우는 B씨가 포도농사를 하는 A씨를 찾아왔다. 우연한 기회에 땅을 측량해 보니 B씨의 땅이 A씨의 땅을 침범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축사가 경계를 침범해 세워져 있었다. 토지의 경계를 다르게 알고 30년을 살아온 셈이다.
민법에는 점유취득시효라는 게 있다. 20년간 평온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가 등기를 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유취득시효의 대상은 부동산이고, '소유를 한다'는 의사로 점유해야 한다. 그 점유는 평화롭고 공공연해야 한다. 이렇게 20년간 점유를 했다면 소유자가 아니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런 제도를 만든 이유는 일정 기간 계속된 사실관계를 권리관계로 인정해 법질서를 안정하기 위해서다.
그럼 부동산 일부도 점유취득이 인정될까. 판례는 "토지 일부에 대해 인정받기 위해서는 점유한 토지가 다른 부분과 구분돼 시효취득자의 점유에 속한다는 걸 인식하기에 충분한 객관적인 징표가 존재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점유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객관적인 징표로 구분돼 있다면 부동산의 일부도 점유취득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판례는 "토지를 매수ㆍ취득해 점유를 시작했을 때 매수인이 인접토지와의 경계선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착오로 인접토지의 일부를 매수ㆍ취득한 토지로 믿고 현실적으로 점유해 왔다면 소유의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외견상 부지의 면적이 등기부상의 면적을 상당히 초과하는 경우'엔 계약 당사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초과부분은 매매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판례의 입장이다.
◈ 평화롭게 점유했다면 소유 인정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축사 땅 소유자 B씨는 그 토지를 매입했기 때문에 소유의 의사를 갖고 A씨의 토지 일부를 점유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30년 이상 평화롭게 점유했고, 나아가 그 면적이 외견상 등기부상의 면적을 상당히 초과한 것 같지 않다. 이에 따라 축사 땅 소유자 B씨는 A씨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B씨는 축사를 허물어 실제 경계에 맞췄다. 그동안 토지를 침범해 사용해서 죄송하다면서 말이다. 자기 땅인 줄 알고 오랜 기간 점유했다면 자기 소유라고 주장할 만도 한데 기꺼이 이를 포기한 것이다. 점유취득시효를 몰랐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찌 됐든 법률 이전에 마음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봄날 햇살 같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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