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둔 부모마음 다 같아" 슬픔에 잠긴 다문화 거리
[세월호 침몰/안산 애도 물결]
"외국인이라 모른다고요? 자식 둔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죠."
요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시장은 침울한 분위기다. 16일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학생 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가 3명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안산은 외국인 노동자 밀집 거주지역으로 한국어 간판보다 중국어나 영어 간판이 더 많은 '다문화 특구'다. 인구 76만 명 가운데 등록 외국인은 지난달 말 현재 6만5046명. 여기에 불법 체류자 3만∼5만 명(추정)을 포함하면 안산시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외국인으로, 전국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21일 원곡시장 입구에는 안산이주민센터가 설치한 '진도 여객선 침몰 희생자를 애도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서툰 한국말로 "슬퍼요"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불쌍해요"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요즘 음악 소리조차 낮출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여객선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2학년 가운데 다문화가정 학생은 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S 군과 일본인 어머니를 둔 K 양, 중국 동포 부모를 둔 B 양 등 3명. 이들을 잘 알고 지내던 안산이주민센터 관계자들은 "너무 예쁘고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제발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도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다문화가정도 이번 사고에 아파했다. 식당 종업원으로 10년째 일하고 있다는 조선족 A 씨(43·여)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중국에 두고 왔다. 자식만 바라보며 타향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여객선 침몰 사고가 터져 자녀를 잃었다면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아이 부모는 뭘 생각하며 살겠느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 위바둘라 씨(36)는 "뉴스에서 침몰 사고 속보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린 학생들이 빨리 구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중 일부는 안산 추모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20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촛불기도회에 참가했던 조선족 C 씨(60)는 "단원고가 바로 옆 동네였는데 그 학생들이 변을 당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우리 아이들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흘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주민센터는 27일 원곡초등학교에서 제13회 국경 없는 마을배 안산월드컵 경기를 열 예정이었지만 6월로 연기했다. 센터 관계자는 "나라가 우울한 상황에서 체육행사를 열 수는 없었다. 그들을 추모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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