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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서울의 女心이 모인다

여행가/허기성 2014. 7. 14. 05:41

`하루 21만명` 가로수길 서울 대표 상권으로 성장
열에 아홉은 여성…2030이 70%, 가로수길 임대료 3년새 두배

◆ 대한민국 100대 상권 / ⑤ 신사·논현 ◆ 


↑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모습. [이충우 기자]

지난 11일 오후 4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왕복2차선 도로는 양쪽으로 꽉 막혀 움직이지 않았다. 퇴근 정체가 시작되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상점 앞에서 발레파킹을 맡기거나 골목길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늘어섰다. 좁은 보도 한편으로는 수제팔찌와 가방, 귀걸이 등을 파는 좌판이 펼쳐졌고, 30% 세일한다는 한 편집숍 앞에는 40여 명의 여성이 입장 차례를 기다렸다. 

평일 오후에도 주말 못지않은 인구가 몰리는 가로수길은 매일경제신문과 SKT지오비전이 집계한 전국 100대 상권 중 5위에 오른 신사~논현역 상권에 속한다. 이 상권은 연매출 1조5417억원을 기록해 압구정역(2조5756억원)과 종각역(1조5616억원) 뒤를 잇는 중심상권으로 꼽혔다. 이곳을 오가는 하루 유동인구만 21만7733명에 달한다. 

◆ 여성고객 모이는 젊은 상권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지하철 7호선 논현역 인근을 아우르는 신사ㆍ논현 상권의 중심은 가로수길이다. 왕복 2차선 도로 양편으로 16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줄지어 가로수길이라고 불리는 이 길은 지하철 신사역 8번 출구부터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 맞은편까지 700m가 곧게 뻗었다. 이 길과 이면도로를 포함한 블록에는 KT에 등록된 전화번호 기준으로 8560여 업소가 밀집했다. 

가로수길은 지난 5년간 전국에서 가장 급격하게 변한 상권 중 하나다. 2010년 이전까지는 개인 점주가 운영하는 보세의류와 패션잡화 매장, 공예품점 등이 입점한 예술거리였으나 3~4년 전부터 대기업 계열의 의류매장과 커피전문점이 진입했다. 2~3년 새 약 90개의 대로변 매장 중 60여 개가 법인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직영매장으로 바뀌었다. 해외 제조유통일괄화의류(SPA) 브랜드인 망고, 포에버21, 자라와 에잇세컨즈 등 의류 매장, 스와로브스키와 스와치, 캠퍼, MCM 등 잡화 매장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대기업 직영점이 자리를 잡으면서 임대료도 껑충 뛰었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월 임대료 900만원대였던 가로수길의 한 1층 점포는 지난해 유명 브랜드 의류 매장으로 바뀌면서 월 임대료 4500만원으로 5배 올랐다. 평균 임대료는 최근 3년간 2배 이상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임대료를 감당하면서도 가로수길 상권이 계속 성장한 데는 신생 상권인 가로수길의 독특한 이미지가 한몫했다. 가로수길은 명동이나 강남 같은 기존의 성숙한 상권과 달리 '젊고 트렌디한 사람이 모인다'는 콘셉트가 뚜렷하다. 

두꺼운 여성 고객층도 상권을 떠받쳤다. 지난달 문을 연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 플래그십스토어에는 평일 기준 평균 3000명이 방문하는데, 이 중 여성 고객이 95%를 차지한다. 연령대별로는 10명 중 7명이 20~30대 고객이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가로수길은 명동, 홍대, 강남 등보다는 가격이 다소 비싸도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많은 상권"이라며 "최근에는 일산과 분당 등 교외지역과 지방, 외국인 고객까지 이곳을 찾아 실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 브랜드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이면도로 '세로수길'은 맛집 메카 

비싼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작은 카페와 음식점들은 이면도로로 옮겨갔다. 이면도로에 위치한 가로수길 뒷골목은 '세로수길'로 불리며 트렌디한 맛집으로 채워졌다. 골목마다 특색이 있다. 가로수길과 신구초등학교 사이의 작은 길에 유명 제과점인 '르 알래스카', 소프트아이스크림 '소프트리'와 '레미콘', 아사이베리 빙수전문점 '보뚜아사이보울', 타르트 전문점 '두크렘'과 스웨디시 카페 '피카', 일본 생크림롤케이크 브랜드 '핫삐돌체' 등 10여 개 디저트 가게가 잇달아 들어서 골목 전체가 디저트 메카로 태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로수길의 성장세는 지난해부터 다소 주춤하다. 대로변에 신규 진입하는 대형 매장이 줄어들면서 5년간 가파르게 상승하던 임대료도 한풀 꺾였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는 임대료가 1층 점포 기준 3.3㎡당 108만원가량으로, 시세에 큰 변화가 없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100억원대 이상의 자산가들이 가로수길 일대 상업용 빌딩에 관심을 보여 3.3㎡당 2억원에도 매매되지만, 매매 과열 현상으로 임대수익률은 4%대에 머물러 강남 일대 다른 지역 빌딩 투자수익률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성장폭이 다소 줄었다고 해서 상권의 잠재력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가로수길에서 여러 개의 세로수길이 뻗어나간 상권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 압구정역 상권과 거의 연결됐다. 김성순 이사는 "가로수길은 대로변보다 이면도로 상권이 살아나고, 유입인구도 다양해지면서 성숙한 상권처럼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며 "가로수길이 신사역 상권 전체로 확장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로수길 이전부터 강남의 대표적인 먹거리ㆍ유흥상권이 형성됐던 신사사거리 인근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음식점 위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안민석 연구원은 "한남대교 남단 교통 요충지인 데다 반포-논현-신사동 중심에 위치해 늦은 밤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한 상권"이라며 "최근에는 규제가 강화돼 유흥기능은 사라지고 신사~논현역 라인과 도산대로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커피전문점과 화장품 전문점 등이 성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