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캠코가 운영하는 온비드 공매를 통해 경북 김천에 3700평 규모의 폐교를 매입한 백랑기(사진·54) 씨. 그는 웬만한 사업가가 부럽지 않다. 폐교를 활용해 `생각하는 섬`이란 상호로 글램핑장 등을 운영, 인생 제2막을 시작한 백씨는 이곳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기대 이상의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당초 백씨가 낙찰 받고 싶었던 폐교는 지금의 성공을 가져다 준 폐교가 아니었다. 백씨의 사연은 2009년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10월이었죠. 한참 온비드를 주시하다 경북 김천시 대덕면 문의리 소재 문의초등학교(폐교)가 3차례나 유찰된 것을 발견했어요. 살고 있는 곳이 경기도 시흥시인데 거리가 멀어 차일피일 미루다 입찰 하루 전 부랴부랴 물건지로 향했죠. 당시 지인 둘과 함께 갔는데 도착하니 늦은 밤이었고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둘러보게 됐습니다"
백씨가 기대에 한껏 부풀어 찾아간 폐교는 오랜 기간 방치됐던 터에 쓰레기와 잡초들이 가득했다. 교실의 깨진 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고 당장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급기야 다 둘러보지도 않고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동행한 두 명의 지인도 `여기는 아니야`라며 고개를 절래 흔들었죠. 우리는 내친김에 온비드에서 확인한 물건지로부터 30여분 거리인 조마면 소재 폐교도 둘러보기로 했어요"
발길을 옮긴 조마면 소재 폐교는 김천시에서 20분이면 도착할 정도의 거리였고 이전 폐교보다 금액도 상대적으로 싼 편이었다. 손전등을 비추자 평수는 작았지만 아담하게 잘 보존돼 있었다. 백씨는 다음날 응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4명이 입찰에 참여했는데 2위로 가격을 써낸 것이었어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게 다가 왔어요. 어쩔 수 없이 한동안 마음을 접어야 했죠"
그러나 낙찰에 대한 미련은 끝내 떨쳐내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처음 찾았던 폐교가 유찰됐다는 것을 알고 다시 답사를 하기로 했다. 입찰에서 떨어진데 대한 어떤 아쉬움이 역으로 작용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봤다.
"그 폐교는 역시나 너무 황량해서인지 아무도 입찰에 참가하지 않아 이번에도 유찰된 것이었어요. 벌써 4번째 유찰. 늦은 밤 찾았던 탓에 주위를 잘 살피지 못해 유심히 들여다봤어요. 이곳저곳 둘러보던 저는 처음 본 느낌과 180도 생각이 바뀌고야 말았습니다"
10년간 방치된 폐교는 긴 갈대와 잡초들, 돌무더기, 쓰레기로 인해 가려져 미처 보여 주지 못한 그날 밤의 모습들을 이제야 하나 둘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감탄사가 절로 쏟아졌다. 바로 옆에는 계곡이 있었고 지대가 높아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구름이 사방으로 둘러진 산등성이 부근에 자리한 폐교는 백씨에게 `천혜의 명당`이었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래 바로 이곳이야 이곳에 내 꿈을 심겠어~`, 여기가 글램핑장과 전통민속박물관을 짓겠다는 꿈을 실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어떤 숙명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4차례나 유찰된 인기 없는 물건지지만 금액을 더 써내서라도 낙찰을 받아야겠다는 강한 그 무엇인가가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한번 낙찰에 실패한 경험 때문에 혹여나 하고 유찰된 가격(2억3000만원) 보다 2800만원을 더 써낸 것이 결과적으로는 안타까웠다. 경쟁자 없이 1인 입찰로 낙찰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내 것이 됐다`는 안도감에 기분은 날아갈 듯 했다.
백씨는 글램핑장에 필요한 테이블과 의자, 주방의 가스밥솥까지 모두 온비드를 통해 낙찰 받아 조달했다. 2년여의 공사를 마치고 글램핑장과 옛 상여를 전시한 전통민속상여박물관으로 거듭난 폐교는 현재 꾸준히 이어지는 손님들로 백씨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있다.
7~8월 성수기에는 월 매출이 약 6000만원, 이외 비수기에는 매달 평균 3000만원씩, 1년이면 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백씨는 경매입찰 참여시 세심하게 물건 정보를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2011년 철도청 기지에서 콘크리트침목을 낙찰 받았지만 공고를 유심히 살펴보지 않아 포기해야했던 기억 때문이다.
"침목은 위로 기차가 다녀 기름이 묻기 때문에 폐기물로 분류가 돼요. 그래서 관할 시청에 폐기물 신고를 하고 가져다 놓을 구체적 장소에 대한 사용 승인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낙찰 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간과했던 것이죠. 이외 싼 입찰가만 생각하고 운반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함도 문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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