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강화에 신도시 상가 주인들 '울상'
정부가 임차인의 영업기간과 상가권리금을 보호하겠다며 들고 나온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방안이 현실화되면 신도시 상가 주인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직 초기 단계라 상가 주인의 적정 수익률을 보장해줄 만큼 임대료 시세가 높지 않은데다 앞으로 임차인 보호 의무까지 강화된다는 이유에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방안으로 상가 주인들이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이라는 우려는 서울 가로수길, 명동, 홍익대학교 주변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가 시장이 초과 공급 상태라 공실률이 9.2% 수준(2012년)이라는 점을 들었다. 상가 주인들이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려 기존 임차인을 내보낸다고 해도 오른 임대료를 감당해낼 만한 새 임차인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2002년 일부 임차인의 계약을 5년간 보장했던 상가임대차보호법 도입 당시 임대료 폭등을 우려했지만 일부 상권이 좋은 곳의 얘기였다"면서 "단지 내 상가, 내 집 앞 상가 등 전반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2004년 중소기업청 조사 결과, 이 당시 임대료 연간 상승률은 0.3~0.9%에 그쳤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도 "상가 주인이 임대료를 충분히 올려도 2차 수요가 있는 지역은 서울 가로수길, 명동 등 채 10곳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임대료 시세가 낮게 형성돼있는 수원 광교신도시,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 상권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지목됐다.
일단 신도시 상권은 상가 주인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전해줄 임대료 시세가 형성돼있지 않다. FR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광교신도시 광교역 인근 상가 1층(45㎡)의 임대료 시세는 9월 현재 260만~380만원 수준이다. 본격적으로 상권이 조성되기 전인 지난해 1월(300만~380만원)보다 오히려 떨어진 상가도 있다. 같은 기간 별내신도시 핵심입지의 임대료 시세는 180만~290만원에서 170만~300만원으로 변동돼 상황이 비슷하다.
이는 상가를 분양받을 당시 상가 주인이 기대했던 예상 임대료 수준의 70% 안팎에 불과하다. 상가 주인이 분양받은 상가 가격을 연간 임대수익(수익률 6~6.5%)으로 나눈 값인 분양 시점 예상 임대료는 광교신도시 광교역 대로변이 350만~500만원, 이면 입지가 250만~300만원이었다. 별내신도시는 각각 200만~450만원, 150만~250만원이었다.
안민석 연구원은 "아파트 입주, 교통여건 개선 등에 따라 상권이 성장하면 임대료 시세가 자연스럽게 동반 상승해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진 점포도 많다. 상가 주인이 기대했던 수준과 실제 얻고 있는 임대료 시세 차이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도시 상업용지의 경우 경쟁이 심해 분양 가격이 높은 편인데 개발 초기 단계라 준공 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가 주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점포를 비워두느니 예상 임대료의 50~70%선에 임대를 놓는다. 이후 개발 속도에 맞춰 임대료를 30~40% 올려 수익률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만한 임차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연구원은 "신도시 개발이라는 게 90% 이상은 초기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진다. 기본적인 임대료가 수익률 대비 낮은 데다 앞으로 임차인 보호를 위한 의무가 늘어나면 주인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신도시 상권 대부분이 비슷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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