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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만든 아파트' 나온다

여행가/허기성 2014. 10. 6. 07:17

"아파트를 공장에서 만든다고요?"

각종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부처의 취재를 맡고 있다지만, 이번에는 아파트 짓는 공장이란 말인가.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아파트를 공장에서 만든다니 그럼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 건설 현장은 다 어디로 가지? 별 생각이 다 드는 순간이다. 하지만 찬찬히 설명을 들어보니, 바로 '유닛 모듈러 공법'을 아파트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유닛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구조물 박스를 짠 뒤 용도에 맞게 전기나 수도, 난방 설비 등을 시공한 뒤 건설 현장으로 옮겨 조립만 하는 일종의 조립식 주택이다.

☞ 바로가기 [뉴스광장] '모듈러 주택' 7층 아파트도 공장서 만들어요!

공장에서 거실과 주방, 욕실 등 유닛의 용도에 맞춰 80% 가량 공사를 한 뒤 크레인을 이용해 방 한 칸을 얹고 옆에 주방을 붙이고 거실을 붙이는 식으로 조립을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터파기와 구조물 공사 등을 하면서 공장에서는 유닛을 만드는 식으로 작업을 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품질 관리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계절에 별 구애를 받지 않고 공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나 소음도 크게 줄어 주변 주민들의 민원 발생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SH 공사가 서울 공릉동에 지은 공공기숙사의 경우 추운 겨울인 1월에 1층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기숙사 세 개 층을 올렸는데, 이때 걸린 기간이 고작 닷새였다. 일단 공장에서 유닛을 가져다가 올리고는 고정시킨 뒤 외벽과 복도 등 마무리 공사를 하면 되었는데, 터파기 공사부터 완공까지 걸린 전체 공사기간이 3개월로, 일반적인 공사 기간의 절반에 완공이 가능했고, 3월 대학 개강에 앞서 문을 열 수 있었다.

이 공공기숙사가 들어선 장소는 차량의 이동이 많고 혼잡한 사거리여서 유닛 모듈러 공법을 쓴 것이 공사기간을 단축시켰을 뿐 아니라 주변 교통에 혼잡을 초래하지 않아 큰 도움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에 입주한 대학생들은 방값 비싼 서울에서 월 9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는데, 조립식 건물이라는 생각 없이 일반 주택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차량 통행이 많은 길가여서 시끄럽긴 했지만 이중창을 닫으면 방음도 완벽했다.

 

 

이런 모듈러 공법은 몇 년 전부터 소개되어 일반 주택이나 군용 시설물 등을 짓는데 활용되고 있다. 조립식이어서 한번 지었다가 용도가 다 되면 해체해서 다른 지역에 다시 지어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자연 재해 등으로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옮겨다니며 쓰는 '피난 주택'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동안 4층 이하의 주택에만 지어왔고, 5층 이상의 공동주택, 즉 아파트를 지은 적이 없었다. 5층 이상 아파트는 주택법의 적용을 받아 층간소음이나 불에 견디는 내화성 기준 등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닛 모듈러 공법을 이용한 첫 '조립식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SH 공사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서울 수서동과 가양동에 7층짜리 임대 아파트를 유닛 모듈러 공법으로 지을 예정이다. 내년 2월에 공사를 시작하면 8월쯤이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서동과 가양동 부지는 현재 공영주차장으로 쓰고 있는데, 주차장 위에 데크를 올린 뒤 유닛을 쌓는 방식으로 공사를 해 주차장의 용도도 그대로 살릴 계획이다. 이 역시 기존의 콘크리트 구조물 보다 가벼운 유닛 모듈러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시도라고 한다.

그럼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층간소음을 막는 기술이나 내화성은 충분히 갖춰졌을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유닛 모듈러 공법이 철골 구조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한 특성이 있지만, 아파트의 내화성 기준을 충족할 만큼 마감 기술과 내화 기술을 충분히 개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건축 방식에 비해서 공사비가 130% 가량으로 오히려 더 비싸다는 데 있다. 유닛 모듈러 방식은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대량 생산을 통해 제작비를 낮출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대량 생산을 할만큼 수요가 많지 않고, 수요가 별로 없는만큼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공사비 보다 오히려 비싼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기술연구원은 아파트를 지어 유닛 모듈러의 대량 공급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 공사비를 낮춰 나중에는 기존 공법보다 최소한 10% 정도는 싸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인구가 밀집한 도심지에 건물을 지을 때 모듈러 공법을 많이 활용한다는 유럽. 모듈러 주택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전문가들은 유럽에서는 3~40층짜리 고층 건물도 유닛 모듈러 공법을 이용해 짓고 있으며, 대량 공급을 통해 공사비가 기존 공법보다 싸고,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며, 재활용할 수 있어 환경 친화적인 공법이라고 설명한다. 1~2인 가구가 늘면 더욱 수요가 늘 것 같은 유닛 모듈러 주택. 공사비가 점점 낮아져서, 하늘 아래 수많은 아파트 가운데 '내 집'은 어디있을까 하고 헤메는 많은 청춘들에게도 저렴한 임대료와 쾌적한 주거 환경으로 희망을 줄 수 있는 아파트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