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저주?.. 천정부지 전세대출 '렌트 푸어' 급증
올 연말 전세대출이 35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공 행진하는 전셋값에 대출이 필수가 된 데다 은행권 전세대출 이자도 높아 '렌트 푸어(전세 빈곤층)'가 급증하고 있다.
2일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전세자금대출은 32조8000억원으로, 2011년 말 18조2000억원, 2012년 말 23조4000억원, 지난해 말 28조원 등 꾸준한 증가 추세다. 올 들어 8개월간 4조8000억원이 늘어난 만큼 연말이면 전세대출이 35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대출이 느는 것은 갈수록 높아만 가는 전셋값 때문이다. 보통 전세보증금은 세입자가 저축 등을 통해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상 폭이 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예를 들어 전셋값이 1억5000만원일 땐 10% 인상되면 1500만원을 마련하면 되지만, 3억원이 됐을 땐 3000만원으로 뛰게 된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기존 세입자가 2년 후 재계약을 하거나 신혼부부 등이 신규 전세 계약을 할 때 준비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고 있다.
전셋값 고공행진은 초저금리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기피하면서 매물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과 10월 각각 0.25% 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2%로 낮아지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도 2%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은행에 맡겨봐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얼마 없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를 요구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목돈이 들긴 하지만 나중에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선 전세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 품귀에다 집주인들이 저금리로 손실을 보는 만큼 전세금을 올리려고 하면서 전셋값은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국민은행이 매주 집계하는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2012년 10월 셋째 주 98.7이었던 전세지수는 2년 뒤인 지난달 20일 111.9로 13.4% 상승했다. 전세보증금이 3억원이라 가정할 경우 재계약 시 보증금이 평균 4000만원 오른 셈이다.
급등한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은행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선 연체율이 낮고 원금 보증을 받아 손실이 거의 없는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실정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을 받는 9개 은행 전세자금대출 가운데 7개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았다.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에서 90% 원금 보증을 받는 상품을,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 방식 상품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85%로 주택대출 금리 연 3.5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을 비교해보면 전세대출이 0.13%, 주택대출이 0.41%로 3분의 1에 불과했다. 외환은행 전세대출의 연체율이 더 낮음에도 전세대출 금리(연 3.67%)가 주택대금 금리(3.44%)보다 높았다. 농협·씨티·국민은행 등도 마찬가지였다.
은행들은 전세대출 규모가 주택대출보다 작기 때문에 원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주택대출은 '규모의 경제'를 살려 원가가 낮기 때문에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 가치를 평가해 설정하는 비용 등이 있어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비용이 더 든다고 반박한다. 또 전세대출을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금리를 낮춰 렌트 푸어가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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